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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일 바람을 많이 맞아서 피곤한 저녁. 사진 속 햇살과 구름, 바다는 평온해보이지만 내내 바람이 무섭게 불었던 하루였다.

그래도 종일 많이 웃었다. 아침 비자림 산책도 좋았고 숙소까지 걸어오다가 만난 까페 커피도 참 맛있었다. 점심 전복죽, 시흥리 바닷가, 파장 중이던 세화오일장, 한동리 바닷가, 잠깐 들른 ㅅㄴ언니네도 다 좋았다. 렌트카로 성산 평대 세화 한동을 잇는 해안도로를 운전하던 순간들, 숙소가 있는 비자림 근처까지 이어지던 나무터널 길도 멋졌고.

아이랑 둘이 여기저기 많이 다녔지만 둘이서만 이박삼일을 지내는 건 처음이고 이렇게 멀리 둘이 온 것도 처음이다. 여행계획 세울 땐 신이 났는데 막상 둘만의 여행이 시작되려하니 겁이 나고 긴장이 되었다. 특히 어제 저녁 낯설고 작고 허름한 숙소에 도착했을 땐 살짝 우울했던. 그런데 아이는 오히려 편안하고 즐거운 모습이었다. 엄마랑 둘이 있는 시간이 익숙한 아이에게 둘만의 여행도 그렇겠지 싶다. 사실 괜한 불안은 내 몫.

간밤에 푹 자고 오늘 종일 잘 놀고나니 이제 내일 돌아간다는 게 무진무진 아쉽네. 실컷 놀았다 느낀 제주 바다도 벌써 그립고 이번엔 숲과 오름을 충분히 못 가본 것도 아쉽다. 다음엔 더 알차게 놀아야지. 아니 더 길게 살아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