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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에 포스팅한 것처럼
(http://redream.tistory.com/217), 12월 6일 '기억의 날'은 페미니스트들만이 기념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 차원의 기념일이어서 토론토 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여러 행사들이 있었던 모양이다. (나루님의 http://blog.jinbo.net/hyunhyun/?pid=1311 포스팅 보면 더 자세한 내용 있습니다^^) 게다가 올해는 20주년이라 조금 더 대대적으로 행사나 사업을 진행한 것 같다.

물론, 여기 캐나다에서도, 젊은 사람들은 이 날이 무슨 날인지도 잘 모른다고 나이든 페미니스트 교수들이 혀를 끌끌 차긴 했지만, 대학과 공공기관, 신문 및 방송 기사 등에서 이 날을 중요하게 여기고 조명한다는 것은, 여성 인권이 아직도 전사회적인 이슈가 되지 못하는 사회에서 온, 외부인인 내가 보기엔 부럽고 대단하다.

이런 생각들을 하던 차, 한국여성정책연구원(KWDI)에서 온 심포지엄 안내 메일를 봤다. 제목은 "한국사회의 위험과 여성의 안전"이라고 한다. 11월 말에 개최됐다는 이 심포지엄에서는 "한국사회의 각종 위험들을 분석하면서 여성의 위험이 지닌 고유한 특성과 이에 대한 대처방안을 밝히는"(http://kwdi.re.kr/kw_board/skin/gallery/view.jsp?bp_board=gallery&bp_bbsNo=248) 작업이 이루어졌다고 한다.

이 심포지엄에서 이야기하는, '한국사회의 각종 위험'들은 무엇이고 '여성의 위험'은 무엇인지 잘 모르겠지만, 여성들에게 가해지는 폭력을 '젠더에 기반한 폭력'으로 보고 그 폭력을 근절하기 위해 '기억의 날'을 제정, 각종 행사를 진행하는 이 곳의 관점과, 비슷한 현상을 '여성의 위험과 안전'에 초점을 맞추어 여성의 입장에서 어떻게 그것에 '대처'할 것인지를 묻는 KWDI(나아가 정부)의 관점은 확연히 다르다는 건 알 수 있겠다.

돌이켜보면, 최근 한국 사회에서 화제가 되었던, 여성들만 골라서 강간하고 죽이고 토막내었던 살인마들의 폭력에 대해, 누구도 그것을 젠더 권력에 기반한 폭력, 혹은 여성에 대한 폭력으로 규정하지 않았다.
그 폭력의 성별성을 간과한 채로 진행되는 위험 사회 대처 논의는 폭력의 재발과 연속성을 여성들의 책임으로만 돌리게 할 것 같아서, 씁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