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에
저녁 먹은 게 소화가 잘 안되는지, 아이가 자다가 많이 칭얼댔다. 여러 번 일어났다 잤다를 반복하다가, 문득 일어나 앉은 아이가 물이 먹고싶다, 했다. 어두운 방을 지나 부엌 싱크대까지 둘이 손을 잡고 갔다. 밝지 않아 어둠 속을 더듬으며. 컵에 담긴 물을 벌컥이며 마신 아이를 양팔 벌려 안으니 내 품에 쏙 안긴다. 내 어깨에 기대어 안긴 아이와 마루를 몇 걸음 서성였다. 그리고 곧 방으로 가자, 하는 아이. 잠자리에 눕히니 다시 새근 잠이 든다. 손을 잡고 어둠을 더듬어 부엌까지 가던 그 길, 나에게 쏙 안겨서 어깨에 고개를 기댄 그 느낌. 내 마음 어딘가에 이 장면들이 새겨진 것 같다. 아이가 주는 선물 같은 순간들. 새삼, 고맙네. 내 천사.
2012-, 엄마 일기
2017. 8. 28. 12:44
기록
정말 오랫만에 여기 들어왔다. 심지어 휴면계정이라 인증 절차도 복잡. 여기저기에 이런저런 기록들을 남겼는데, 그동안 내가 어찌 살았는지 잘 모르겠다. 기록이라는 건, 나중에 나를 돌아보기 위해서,라는 효용도 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지금-현재를 살아가는 방법으로서의 역할인 것 같다. 기록할 시간을 갖는다는 건, 잠시 멈춰선다는 의미이니까. 2017년 상반기는 여러가지 의미로 참 고통스러웠는데, 정말 제대로 멈춰서본 적이 없었다. (그놈의) 해야할 일들이 일상의 시간들을 맘대로 채워간 것 같은. 심호흡을 할 수 있는 시간, 잠시 멈출 수 있는 시간, 나를 좀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시간. 기록을 해야겠다, 좀더 부지런히.
그물에걸리지않는/황홀한일상
2017. 8. 14.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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