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초 일본 여행은 여러모로 고됐다. 직접 여행 루트를 짜야했고 낯익으면서도 실은 낯선 직장동료들과 함께 해야했고 일정도 빡빡했다. 급기야 약간의 갈등 때문에 마지막엔 좀 서먹하게 헤어지기까지 했는데. 그런데 이상하게 지나고 나니 그 때의 시간들이 좋았던 느낌으로 되새겨진다. 그리고 문득 떠오르는 의외의 장면들이 있다. 하나는 M선생님과 둘이 버스를 기다리던 정류장. 오전의 햇살이 드리운, 평범하기 짝이 없는 동네 버스정류장에서의 우리 모습이 왠지 그립다. 오늘 아침 떠오른 또 하나의 장면은, 눈덮힌 돗토리현을 다녀오던 길, 고속도로변 휴게소에서 만원 미만의 점심을 먹고 나와 작은 과일 가게에서 귤을 사던 장면. 한 봉지에 몇 천원 안했는데 엄청 맛나서 와 맛있다 했던 그 때. 배는 적당히 부르고 오늘..
오늘 출장이 예정보다 세시간쯤 빨리 끝났는데 집에도 회사에도 가지 않고 산책하고 차를 마셨다. 집엔 독감 걸린 아이가 있었고 회사엔 밀린 일이 있었지만 아이는 시어머니가 돌보고계셨고 회사일은 나중으로 미뤄도 큰일 날 것 아니었다. 며칠 계속되던 지독한 미세먼지가 조금 걷혔고 날도 푹했다. 어딜 갈까 잠시 망설였지만 이 도시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곳으로 발걸음이 움직일 수 있도록 자유를 줬더니 물가를 걸어 근사한 풍경을 지나 맘에 드는 까페에 갈 수 있었다. 해가 질 때까지 딱 세시간, 내 자유시간. 그 시간동안 들이킨 달콤한 자유 덕분에 오늘 저녁은 기분이 좋다. 간만에 내 안에 에너지가 채워진 느낌. 평소보다 많이 걸어서 조금 피곤하지만, 그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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