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한 봄
오늘 아침 호수 산책을 하다 만난 풍경들. 간밤에 막걸리 딱 세 잔 마셨는데 몸도 마음도 가라앉길래 아침부터 긴 산책을 했다. 볕은 찬란히 빛나고 하늘은 맑고 물빛은 묘하게 푸르고 벚꽃은 만개하고 여린 연두잎들은 바람에 살랑거리는 연한 봄. 온 몸으로 그 봄 기운을 마셨다. 그랬더니 신기하게도 숙취가 나아졌다. 누군가 페북에 1분기 결산 기록을 올렸던데, 나에게 1월, 2월, 3월은... 기운을 찾아가는 시간들이었던 것 같다. 소진되어 도무지 회복될 거 같지 않던 체력과 마음의 힘이 서서히 돌아오고 있는 시간. 십여년 동안 나에게 거의 없던 시간적 여유와 긴 기간을 바라볼 수 있는 시선이 드디어 조금 생겨난 것 같고, 새로운 욕구들이 슬몃 고개를 들고 있다. 연한 봄처럼 다시 살아나고 살아내고. 그렇게 ..
그물에걸리지않는/황홀한일상
2023. 4. 2. 19:00
쌓여있는 먼지
좀전에 세수하고 나오다가 욕실에 쌓인 먼지들이 눈에 들어와 갑자기 청소를. 세면기와 욕실 바닥 때와 먼지를 닦고 씻으며 올겨울 내내 욕실 청소를 한 번도 안 했다는 걸 깨닫는다. 중간에 계절학기 때문에 분주하긴 했지만 이번 겨울방학은 거의 집에만 붙어있었는데. 지난 두어달 간 내 상태가 바닥이었다는 걸 욕실에 쌓인 먼지를 보고 알아챈다. 내가 어떤 상태였나 돌이켜본다는 건 조금 나아졌다는 의미일까. 한동안은 더 오래 가라앉아있어야 나아지는 것일까. 어쩌면 나아지는 때는 영영 오지 않는 걸까. 이런 생각들을 하며 열심히 청소를 했다. 일단은 마음이 좀 후련해졌다.
그물에걸리지않는/황홀한일상
2023. 3. 6.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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