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대문집
이전 직장을 다닐 때, 나는 어떤 면에서 외톨이였다. 회사 사람들이 나누고 옮기는 말들이 싫었고 사내 정치에 휘말리기보다는 본업에 충실하며 사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혼자 점심을 먹는 날이 많았고 도시락이나 샌드위치, 김밥을 먹고 나면 시간에 남기 때문에 점심 산책을 많이 할 수 있었다. 그 산책길 중 하나, 회사 정문 길 건너편 작은 골목에는 오래된 작은 집들이 줄지어있었고, 나는 그 중에서도 파란 대문집을 좋아했다. 담장도 높고 언제나 대문이 꽁 닫혀있어 그 집 안을 한 번도 본 적 없지만, 빛 바랜 파란 대문과 담장을 오르던 담쟁이가 예뻐서 그 집 대문을 찍어둔 사진이 여러 장이다. 어제 문득 그 파란 대문집이 그리웠다. 이제사 돌아보면 나는 그 시절 외톨이로 지내며 나다운 나를 지키려고 애썼는지도..
그물에걸리지않는/황홀한일상
2023. 7. 23.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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