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토 생활 백삼십이일째 _ 2010년 3월 30일 화요일 그냥 며칠... 이래저래 정신없이 시간 보내는 동안, 한국에서 오는 소식들은 들을 때마다 어둡다. 천재지변도 아니고 운명의 장난도 아니고, 근래에 세상을 등진 사람들의 사연을 듣다보면, 한국 사회의 일원인 내가 그들의 등을 떠다민 것 같은, 죄책감에 빠져들게 된다. 이미 가버린 사람들, 할 수 있는 일이 내 앞에 별로 없지만, 오래오래 명복을 빈다, 영혼의 자유를. 그리고 오늘, 세상에 많고 많은 삼성 제품들을 (서비스를 포함하여) 가려 사지/쓰지 않으리라, 다짐해본다. 스물셋, '꽃다운' 나이, 너무 안타깝고 억울한 죽음 앞에서. http://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6904# 오늘은 아침..
토론토 생활 백삼십일일째 _ 2010년 3월 29일 월요일 대학 다닐 때, 봄여름가을겨울, 엠티를 많이 다녔다. 구질구질하고 싼 방을 잡고 버너와 코펠로 삼겹살을 구워 흙을 덜 씻어낸 상추에 싸서 먹었다, 물론 소주를 곁들여서. 술 먹고 노래하고 얘기하다가 울다가 정신 못차리고 어두운 물가에 나가 놀다가 늦게서야 잠이 들면 깨어날 때쯤 그렇게 추울 수가 없다. 늦잠을 자고 일어나 다시 버너와 코펠로 라면을 끓여먹고 서울로 오곤 하던, 그런 쑥쑥한 여행들. 삼학년 때쯤, 엠티에도 이골이 날 때쯤, 어느 아침에 이런 생각 했던 것 같다, 아, 지겹다, 이런 빈한함! 그런데 우습게도, 토론토 와서 제일 그립다 생각되는 장면 중 하나가 저런 엠티다. 그 때 멤버들 다시 모아서 그 때 그 장소로 다시 가보고싶다,..
토론토 생활 백삼십일째 _ 2010년 3월 28일 이천삼년이었던 것 같다, 매일 저녁 맥주 생각이 났던 시절. 그 때 내 가방엔 파란색 CDP+3호선 버터플라이 CD가 들어있곤 했다. 사당이었나, 방배동이었나, 2차 였나, 3차 였나, 자정이 다돼가는 시간, 취중에 들어간 그 맥주집에서, 무턱대고 가방에서 씨디를 꺼내 '꿈꾸는 나비'를 틀어달라고 했다. 그 때 그 아저씨 표정, 무덤덤하니, 내 씨디를 받아들던. 그리고 넓은 홀 가득 이 노래. '너는 어떻게 페미니스트가 되었나?'에 대답하는 짧은 글을 쓰고 있는데, 그래서인지 자꾸만 눈길이 이십대의 그 날들로 가 있곤 한다, 하루내내. 내 논문의 인터뷰이들에게, 당신 삶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할 땐 몰랐는데, 아팠던 시간들, 그 아픔이 무엇인지도 잘 모..
토론토 생활 백이십구일째 _ 2010년 3월 27일 토요일 아직 겨울이 끝나지 않은 듯, 요며칠 토론토 날씨는 영하에 머물러 있다. 박스에 집어넣어 버릴까, 했던 전기 히터와 전기 담요를 다시 사용하고 있고, 가방 속에 넣어만 다니던 목도리를 다시 두르고 다닌다, 후아 길다, 겨울. 원래는 팔개월을 계획했다, 토론토 일곱달, 벤쿠버 한달. 그런데 비자를 예정보다 한 달쯤 늦게 받아 출발이 늦어졌고, 지금은 슬슬, 출국일을 앞당겨 볼까, 계획 중이다. 그래서 앞뒤로 짤리면 육개월, 딱. 돌아가는 길, 어디를 들렀다 가면 좋을까 궁리 하면서 항공권 사이트를 뒤진다. '여기 까지 왔는데' 하는 욕심이 마음을 자꾸 충동질한다, 여기도 가보자, 저기도 가보자, 하면서. 아침 나절 읽었던 김창완 인터뷰 기사에서, ..
토론토 생활 백이십팔일째 _ 2010년 3월 26일 금요일 나는 종종 중국인으로 오인받는다. 심지어 홍콩 출신 록산나 선생님도 나한테 '니하오~' 할 때가 있다.ㅋ 내가 유럽 출신들이나 아프리카 출신들의 외모를 보고 그들의 국적을 잘 못알아채는 거랑 비슷하다. 국적이나 인종이 달라도 지리적으로 가까이 사는 사람들끼리 외모가 비슷하다는 건, 공유하고 있는 게 많다는 것이기도 한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말은 다르지만 알파벳은 같이 쓰고, 음식의 세세한 종류는 달라도 먹는 스타일은 비슷하고...뭐 이런 것들. 여기 와서, 먹는 것에 대해 꽤 관대해졌지만, 그래도 한국음식이나 중국음식이 입맛에 제일 맞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특히 아프거나 피곤하거나 기분이 다운되거나... 그럴 땐, 국물있고..
토론토 생활 백이십칠일째 _ 2010년 3월 25일 목요일 1. 사전을 찾아보니 시야의 한자가 이렇다: 視野 이렇게 멋진지 몰랐다. '볼 수 있는 들(의 범위)'라는 뜻인가. 아마 이 말이 동물들의 시각 범위를 뜻하는 데서 나온 거라 그런 것 같다. 2. 박사과정 이학기 때였나, 페미니스트 입장론(standpoint theory) 수업을 들었을 때, 나를 가장 매료시킨 문장은 이거였다: "억압받는 자들의 입장이 가장 혁명적이다." 멋진 이 문장이 좋아서 기말 페이퍼 쓸 때도 여러 번 반복해서 썼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왜 억압받는 위치, 주변에 있는 이들의 입장이 가장 급진적인 것인지, 그걸 잘 정리하지 못했다, 아니 절실히 이해하지 못했다(고 하는 게 더 정확하겠다). 3. 북미의 큰 대학에서 영어로 ..
토론토 생활 백이십사일째 _ 2010년 3월 22일 월요일 매달, 생리를 시작하기 이삼일 전 나타나는 몇 가지 증상이 있다. 자도 자도 졸립고, 배는 별로 안고픈데 단 음식이 땡기고, 몸에서 열이 나면서 좀 춥고, 세상만사 귀찮고, 우울해지는 거. 오늘 아침부터 딱 이 증상들이 나타나고 있다. 운동도 공부도 심지어 밥 먹는 것도 다 귀찮아서 말 그대로 '낑낑'대다가 어쨌든 집을 나서서 운동 하고 씻고 나니 기분도 몸도 한결 좋다. 서울에선, 매달 비슷한 시기에 인터넷 쇼핑을 하길래 따져보니 생리 전 며칠 사이더라. 이유없이 우울해지고 만성적인 피로감이 느껴질 때, 이게 생리전 증후군이라 생각하면 마음이 가벼워진다. 모든 감정과 느낌과 고통이 그러하듯이, 이렇게 한없이 바닥으로 가라앉는 상태도 곧 지나갈 ..
토론토 생활 백이십일일째 _ 2010년 3월 19일 금요일 유난히 배가 고픈 날이 있다. 오늘은 운동 마치고 나오니 도서관 책상이라도 씹어먹을 것 같은 허기! 이런 날엔 좀 자극적인 음식이 땡기는데, 그래서 햄버거나 볶은 국수 같은 걸 머릿 속에 떠올리고 있었다. Kensington Market 쪽엔 아무래도 먹을 만한 음식이 많기 때문에 College 길에서 전차 타고 시장까지 갔다. 내려서 걷는데 온통 중국 음식점, 중국 상점이다. 아 맞다, 여기가 차이나 타운이지. 토론토 와서 며칠 안지났을 때, 우연히 한 번 지나간 거 말고는, 여길 제대로 본 적이 없었다. 중국 하면 믿을 수 없는 음식과 상품을 만들어 파는 나라, 라는 인식이 있다. 그래서 차이나 타운도 부러 찾아오지 않은걸까, 싶다. 암튼, ..
토론토 생활 백이십일째 _ 2010년 3월 18일 목요일 지난 번 김동춘 교수 강연 이후 메일링 리스트 등록을 했더니 Munk Center 에서 꾸준히 이벤트 안내 메일을 보내주고 있다. '국제학(international studies)' 관련 전공과 센터들이 모여있는 (국제학은 뭐고 지역학은 뭔지. 그 차이는 뭔지... 암튼 요즘은 지역학이라는 말보다는 국제학이라는 말을 더 많이 쓰는 듯) 이 센터는 꽤 다양하고 많은 행사들을 하고 있는데, 재밌게도 젠더 관련 논의는 거의 없다. 그리고 여기서 하는 아시안 관련 행사는 대부분 중국이나 인도에 관한 것들이다. 예를 들어!">예를 들어!">예를 들어!">이 행사는 토론토 지역 고등학생들을 위한 교육 컨퍼런스인 듯 하다. '아시아'를 알기 위한 행사라고는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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