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토 생활 백육십오일째 _ 2010년 5월 2일 일요일 문구용 가위로 앞머리 자르기를 수차례, 서투른 솜씨 탓에 앞머리가 눈썹 위로 깡총 올라가거나, 너무 짧게 잘랐나 싶어 그냥 놔두면, 머리카락이 쑥쑥 잘 자라는 체질 덕에 지저분하거나, 중도는 없고 늘 둘 중의 하나였던 것 같다. 스타일은 맘에 안들고, 미용실 갈 용기도 돈도 없고. 묘안을 생각하다가 모자를 구입, 마음에 든다. :-) I bought this at Kensington Market. I will definitely miss this lovely, hippi and funky place! 오늘은 아침기도와 영어 작문.
토론토 생활 백육십사일째 _ 2010년 5월 1일 토요일 한 며칠 춥고 쌀쌀하더니, 요즘은 연일 날씨가 좋다. 날씨 좋은 날엔, 티브이에서 기상 캐스터와 앵커들이 'absolutely beautiful weather' 를 연발하며 함박 웃음을 짓는다. 여기서 잘 적응이 안되는 영미권 표현의 특징 중 하나는 저런 오바스러운 표현들이다. 영어로 이야기하는 걸 가만히 관찰해보면, 특별히 친하거나 감정이 고양되지 않은 대화에서도 absolutely! (완전히!), exactly! (정확하게!), definitely! (분명히!) 같은 부사를 남발한다. 언젠가, OISE의 한 교수를 우연히 만나 서로 자기 소개를 했는데, 내 이야기 한마디 마다 terrific! (굉장해!) 을 연발해서 혼자 막 웃었던 적이 있다..
토론토 생활 백육십삼일째 _ 2010년 4월 30일 금요일 금요일 오후 학교는 늘 한가하다. 도서관들도 일찍 문을 닫고, 학생들도 잘 안뵌다. 오늘은 더 한가한 듯. 학기말 시험도 끝났고, 학생들의 계절은 벌써 여름 방학으로 가고 있는 것 같다. 덕분에, 한가한 교정을 거닐고 사람 없는 도서관에서 공부하고, 텅 빈 학교 수영장에서 운동했다. 좋다, 비어있음이 주는 여유. 그리고, 서울에선 거의 대부분의 공간이 늘 복작였던 걸 기억해내게 된다. 학교 수영장은 수심이 얕은 곳은 2.3미터, 깊은 곳은 4.5미터. 내 키보다 깊은 물에서 수영 해본 적이 없는 나는 여기 오면 괜히 긴장이 된다. 처음엔 허리에 매는 스펀지를 하고 떠 있다가 조금 지나면 그걸 벗고 입영을 연습한다. 다리로는 물을 차고, 팔로는 물..
토론토 생활 백육십이일째 _ 2010년 4월 29일 목요일 인터뷰 전사 작업 만큼 진도가 느린 일이 있을까. 11인 * 2회 * 평균 90분 = 약 1980분량을 언제 다 풀까 싶다. 서울 돌아가서 2인 정도 더 인터뷰 할 작정인데, 여름이 끝날 때까지 과연 이 작업이 끝날 수 있을까 의문. Sandra 선생님 왈, 인터뷰(및 전사)와 논문 쓰기 사이에는 깊은 강과 같은 간극이 있어 논문 쓰기 작업으로 전환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라던데, 난 아직도 인터뷰와 전사 작업도 한창이니... 논문은 언제 다 쓰고, 학위는 언제 받을까, 과연 받을 수 있을까... 그나마 다행인 건, 전사 하면서 다시 듣는 인터뷰이들의 이야기가 재미있다는 것. 이어폰으로 녹음 파일을 들으면서 손가락은 바쁘게 타이핑을 하고, 내 마음..
토론토 생활 백오십사일째 _ 2010년 4월 21일 수요일 청강하던 수업 종강하고 몇일 빈둥거리고 뭐 했는지 기억 안나는 날들이 좀 지나고... 나니, 어느새 토론토 생활도 한달 정도 남았다. 한달 남았다 생각하니 저절로 조바심이 생긴다. 해야할 일들, 챙겨야할 것들을 리스팅하고, 토론토 떠난 이후의 일정들도 바쁜 마음으로 세워보게 된다. 우선은, 여기 와서 늘 친구 없어 심심하다, 생각했었는데 막상 떠나려니 한번쯤은 만나 갈무리해야할 인연들이 있다. 이번 주~다음 주는 그런 만남들이 많다. 어젠 양의 친구의 친구의 친구인 Ken, 오늘은 OISE 박사과정 Jeff, 내일은 나와 양의 클래스메이트였던 Janie, 금요일엔 '드디어' 나이아가라 폭포에 가기로 했고(왜 '드디어'냐면, 토론토 제일의 관광지가..
토론토 생활 백오십삼일째 _ 2010년 4월 20일 화요일 토론토에 와서 지내는 지난 다섯달 동안 나는 편안하고 가볍지 않았다. 아주 고통스러웠던 것은 아니지만, 뭔가 불편하고 무거웠던 시간들. 그런데 내가 여기서 경험하고 있는 어떤 '불편함'의 정체가 무엇인지 그걸 잘 모르겠다. 때로 그건 영어를 잘 못하는 것에 대한 열등감이기도 하고, 가끔은 내가 현재의 지구 질서의 주변부 출신이라는 것에 대한 안도감 섞인 자조감이기도 하고, 이 질서와 권력 구조에 대한 분노나 억울함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런 표현들로는 도무지 그려낼 수 없는 어떤 복잡한 심경들이 모종의 '불편함'을 이루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것을 설명하고자 한다. "여기서의 경험 어땠니? 너한테 좋았어?"라고 묻는 사람들에게 그리고 나..
토론토 생활 백오십이일째 _ 2010년 4월 19일 월요일 오늘 아침, 어제 저녁에 널어둔 빨래를 개키다가, 문득 생각했다. 오랫동안, 내가 참 싫어하고 피하고 싶었던 삶이 있었다면, 그건 바로, 소위 '평범한 여자의 삶'이 아니었나, 하는. 그 '평범한 여자의 삶'이란, 남편과 아이들 뒷바라지 하며 사는 전업 주부로서의 삶이고, 지금 생각해보면, 그건 결코 여자들에게 '평범한' 삶은 아니다. 일정 수준 이상의 수입이나 재산이 보장되지 않으면 전업주부,라는 위치도 얻기 어려운 것이기 때문에. 그러나 이 '평범한(normal)' 삶은 규범적인(normative) 삶이기는 하다. 이렇게 보면, 나는 늘 이 규범적인 삶의 질서가 나를 덮쳐버릴까봐 두려워했던 것 같다. 그 두려움에 대한 내 삶의 방향은 언제나 ..
토론토 생활 백오십일이래 _ 2010년 4월 18일 일요일 이른 아침엔 구름 가득한 하늘이 어두웠는데, 아홉시 반쯤 늦잠 자고 일어나 창밖을 보니 파란 하늘에 흰 구름이 유독 예쁜, 청명한 봄날. 바람은 좀 차도 이런 날은 햇볕 받으며 걷는 게 좋다. 선련사 오후 법회에 가는 발걸음이 가볍다. 비록 법회 땐 좀 졸기도 했지만 끝나고 나니 마음도 가볍고. 오늘, 내 생일이니 한국인 신도들 다 모여라, 하는 스님의 가벼운 회합 공지로 법당 가까이 있는 베지테리언 중국 식당에 몰려갔다. 고작해야 오개월 전에 처음 만났던 사람들인데, 음식과 이야기, 웃음을 나누는 게 어색하지 않다. 어느새 조금씩 친해지고 있구나. 여기서 만난 사람들, 왠지, 한국에서보다 더 깊은 인연으로 마주쳤을 것만 같은 사람들. 태어나고 ..
토론토 생활 백사십팔일째 _ 2010년 4월 15일 목요일 오늘 CWSE 점심 회식에서 만난 Angela. 서울에서 삼년을 살았던 그녀가 문득, "너 서울의 벚꽃 그립지? High Park 가면 지금 벚꽃이 만개했을 거야~" 하는 거다. 아닌게 아니라 토론토의 봄은 서울만큼 예쁘지 않다. 그냥 좀 민숭맨숭 하달까. 그래서 요즘 부쩍 서울의 봄을 그리워하고 있었던 거다... : 수줍은 듯 맨 먼저 피는 산수유, 지천에 피어있는 개나리, 진달래, 그리고 완연한 봄에서야 그 모습을 드러내는, 정말 흐드러지게 펴서 마음을 달뜨게 만드는 벚꽃! 절묘한 타이밍의 Angela 말에 혹해서, 오후에 휘리릭 High Park로 갔다. 근데 막상 가보니 벚꽃은 사나흘 있어야 만개할 듯. (쩝) 그래도 공원은 좋았다. 뉴욕..
토론토 생활 백사십칠일째 _ 2010년 4월 14일 수요일 continuing education이 운영되는 OISE의 4층에서는 일년 내내 ESL 과정을 듣는 학생들로 붐빈다. 하루 4시간 12주 과정의 등록금은 4700불 정도. 적지 않은 돈이지만 소위 '좋은 대학'에서 운영하는 거라 좀 더 나은 교육 과정을 제공한다는 믿음을 주는 것 같다. 한국으로 치면 겨울 방학 기간인 1~2월에 보니, 이 과정을 듣는 한국 학생도 적지 않았다. 점심 시간에 OISE 1층 로비에 가보면 한국말로 떠드는, 대학생인 듯 보이는 애들이 제법 있다. OISE 뿐만 아니라, 토론토는 ESL의 도시라 할 수 있을 만큼, 대학에서 운영하는 영어 교육 과정들은 물론, 사설 영어 학원들도 많다. 오늘 들었던 CWSE 세미나에서 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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