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온 새 동네는 집에서 5분 안에서 닿을 수 있는 작은 숲이 있어서 참 좋다. 일주일에 두 세 번은 그 작은 숲을 틈 내어 산책한다.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꽃과 나무, 풀, 햇살, 바람을 보고 느끼는 재미가 쏠쏠하다. 산책을 하고나면 숨이 좀 트이기도 하고 기분도 전환되고 몸도 조금 가벼워진다. 그리고 핸드폰엔 산책길에 만난 꽃과 나무 사진들이 늘어난다. 오늘은 아이와 둘이 오전 시간 그 숲 산책을 했다. 집 앞 까페에서 커피 한 잔 하고 해가 이미 뜨거워지기 시작한 시간에서야 숲에 도착했는데도 나무 그늘 덕분에 숲 공기는 청량하다. 짧은 거리 걷다 왔는데 한 시간이 훌쩍 지났다. 아이는 나처럼 휙휙 걷지 않고 이것저것 만지고 타고 머물고 논다. 언젠가부터 자신은 이제 아이가 아닌 양 굴지만 숲에서 ..
지난 월요일 시작된 감기가 토요일인 오늘까지도 이어진다. 처음엔 코와 목이 아팠다가 콧물이 줄줄 나오고 목이 다시 아팠다가 노곤하게 몸이 까라지던 증상들을 지나 이제 회복기인 것 같긴 하지만. 감기 와중에도 수업 하고 밥 해먹고 출퇴근하고 회의도 했다. 그제 저녁 수업이 넘넘 힘들어서 고비이긴 했지만 무사히 퇴근해서 잘 자고 어젠 휴일이라 잘 쉬고 오늘도 쉬멍놀멍 시간을 보내고 있다. 몸이 아플 때 마음도 괴롭다. 아프다는 사실 자체가 나를 괴롭힌다. 목요일 저녁 수업 끝나고 도무지 퇴근할 기운이 안나 등나무 벤치에서 잠시 쉬다가, 덜렁 그 벤치 위에 누워서 등나무 꽃과 잎과 가지 그리고 흐린 하늘을 보았다. 아프도 괴로워도 이건 내 삶이지, 도망칠 수가 없네, 하고 다시 힘을 냈던 그 순간. 아프고 괴..
오늘 아침 호수 산책을 하다 만난 풍경들. 간밤에 막걸리 딱 세 잔 마셨는데 몸도 마음도 가라앉길래 아침부터 긴 산책을 했다. 볕은 찬란히 빛나고 하늘은 맑고 물빛은 묘하게 푸르고 벚꽃은 만개하고 여린 연두잎들은 바람에 살랑거리는 연한 봄. 온 몸으로 그 봄 기운을 마셨다. 그랬더니 신기하게도 숙취가 나아졌다. 누군가 페북에 1분기 결산 기록을 올렸던데, 나에게 1월, 2월, 3월은... 기운을 찾아가는 시간들이었던 것 같다. 소진되어 도무지 회복될 거 같지 않던 체력과 마음의 힘이 서서히 돌아오고 있는 시간. 십여년 동안 나에게 거의 없던 시간적 여유와 긴 기간을 바라볼 수 있는 시선이 드디어 조금 생겨난 것 같고, 새로운 욕구들이 슬몃 고개를 들고 있다. 연한 봄처럼 다시 살아나고 살아내고. 그렇게 ..
좀전에 세수하고 나오다가 욕실에 쌓인 먼지들이 눈에 들어와 갑자기 청소를. 세면기와 욕실 바닥 때와 먼지를 닦고 씻으며 올겨울 내내 욕실 청소를 한 번도 안 했다는 걸 깨닫는다. 중간에 계절학기 때문에 분주하긴 했지만 이번 겨울방학은 거의 집에만 붙어있었는데. 지난 두어달 간 내 상태가 바닥이었다는 걸 욕실에 쌓인 먼지를 보고 알아챈다. 내가 어떤 상태였나 돌이켜본다는 건 조금 나아졌다는 의미일까. 한동안은 더 오래 가라앉아있어야 나아지는 것일까. 어쩌면 나아지는 때는 영영 오지 않는 걸까. 이런 생각들을 하며 열심히 청소를 했다. 일단은 마음이 좀 후련해졌다.
이제 십년이 넘었지만 아이와 종일 같이 있는 건 여전히 어렵다, 내게. 작정하고 같이 놀자! 하고 마음 낸 시간이 아니라 나에게도 할 일이 있고 고민할 거리가 있는 일상의 시간은 더 어렵다. 아무 때나 내 시공간을 점유하는 아이. 그것에 대해 잘 대응해줘야할 것 같은 묘한 압박. 아이 끼니를 너무 대충은 아니게 챙겨줘야 하는 책임. 아이의 감정적 오르내림에 반응해야하는 감정노동까지. 물론 즐거운 순간, 충만한 시간도 당연히 있다.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존재와 함께 있는 건 어떤 만족감을 준다. 그래서 아이와 한참 붙어있다가 그 시간이 종료되면 아쉽고 서운한 느낌이 든다. 요며칠 울적해서 아이와 같이 있는 시간이 힘든 건가 생각했는데 실은 아이와 너무 오랫동안 붙어있어서 울적한 것 같다. 정확히 말하면 ..
어제 밤늦게까지 이어진 회의에서 발견했던 것. 그동안 했던 연구들이 나를 키웠지만 당분간은 그런 형태의 연구를 하고싶지 않다는 것. 그런 형태의 연구,라는 게 뭔지 더 구체적으로 생각해봐야겠지만 내 몸과 마음은 알고 있다. 내가 지금 하고싶어하지 않는 그것이 무엇인지. 지난 12월에서 1월로 넘어가던 때, 내가 생각했던 두 가지는 참지 않기와 뭔가 도모하기. 오랫동안 견디고 참고 뭔가를 해내는 데에 내 온 에너지를 쓴 것 같다. 그러는 사이 나는 많이 지쳤다. 내게 주어졌기 때문에 잘 해내야할 일들 말고, 평등하고 매력적인 관계들 안에서 재미난 일들을 더 해보고싶다. 새로운 일, 나에게 쉽지 않은 도전이 되지만 그 도전이 재미나서 엉덩이 들썩이게 되는 일, 실패하거나 틀려도 툭툭 털고 일어나 해볼 만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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