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이맘 때, 첫 직장 출근을 앞두고 마음이 들쑥날쑥했던 기억이 난다. 임신하고 졸업하고 아이 키우며 지내다보니 입을 만 한 옷이 없어서 중저가 오피스 수트를 파는 로엠 아울렛 매장에 가서 블라우스 2개, 바지 2개를 샀던 어느 날. 새로 산 구두 때문에 발뒤꿈치가 다 까져버렸던 첫 출근 날. 낯설은 거 투성이인 회사에서 살아남으려고 짐짓 쎄보이는 척 했던 초반의 날들. 지금 생각해보면 되게 어리고 미숙했는데 그 땐 내가 그런지도 몰랐다. 그 때랑 비교하면 많이 말쑥해지고 노련해지고 단단해졌다. 기댈 수 있는 선배나 선생님 없이, 맨 땅에 헤딩하며 그렇게 변화해온 내가 장하다. 가끔 뿌듯하기도 하고. 그런데 나에게는 여전히 낯선 회사에 입고 갈, 비싸지않으면서도 그럴 듯해 보이는 옷을 고르던 그 ..
시래기 된장국을 데우고 계란말이를 해서 아이와 간단히 아침을 먹고 집에서 십분 거리 도서관에 아이를 내려주고 근처 스터디 까페에 도착했다. 키오스크로 해야하는 입실과 결제 절차를 마치고 작은 방에 들어오니 졸음이 밀려온다. 아이스 커피믹스 한 잔 타서 자리에 앉고, 노트북 와이파이 연결을 한 후, 수업을 위한 줌 회의실을 연다. 수업을 마치면 아이를 데리러 도서관에 들러 차에 태우고, 점심을 해결한 뒤, 오후 시간을 함께 보내야 한다. 어느새 열두 살이 된 아이는 제법 어른스러울 때도 있지만, 여전히 엄마 손이 필요한 나이이기 때문에 오후에 내 공부를 할 시간을 내는 것이 안정적이지만은 않다. 그래서 계절 수업 기간에는 5시 기상하여 공부와 일을 하기로 마음 먹었고, 오늘 아침엔 5시 30분에 일어나 젠..
이전 직장을 다닐 때, 나는 어떤 면에서 외톨이였다. 회사 사람들이 나누고 옮기는 말들이 싫었고 사내 정치에 휘말리기보다는 본업에 충실하며 사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혼자 점심을 먹는 날이 많았고 도시락이나 샌드위치, 김밥을 먹고 나면 시간에 남기 때문에 점심 산책을 많이 할 수 있었다. 그 산책길 중 하나, 회사 정문 길 건너편 작은 골목에는 오래된 작은 집들이 줄지어있었고, 나는 그 중에서도 파란 대문집을 좋아했다. 담장도 높고 언제나 대문이 꽁 닫혀있어 그 집 안을 한 번도 본 적 없지만, 빛 바랜 파란 대문과 담장을 오르던 담쟁이가 예뻐서 그 집 대문을 찍어둔 사진이 여러 장이다. 어제 문득 그 파란 대문집이 그리웠다. 이제사 돌아보면 나는 그 시절 외톨이로 지내며 나다운 나를 지키려고 애썼는지도..
오전엔 인천에서 컨설팅 회의, 오후엔 서울 안암동 학회에 갔다가 저녁 시간이 좀 지나서야 수원에 도착했다. 배 고프고 지치는데 뭘 먹어야 할지 떠오르지 않아서, 식당들이 많은 쇼핑몰로 갔다. 늘어선 식당들 중 칼국수가 눈에 띄어 거기로 들어갔다. 종일 비가 많이 오던 날이라 뜨거운 국물이 먹고 싶었던 것 같다. 다행히 국물이 시원하고 맛있는 칼국수였다. 천천히 국수를 후후 불며 만족스럽게 한 그릇을 먹었다. 적절한 포만감을 느끼며 아이쇼핑을 하고 운전해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 비가 그쳐도 습기는 가득한 여름밤의 풍경이 이렇게 근사한 거구나 생각했던 게 기억난다. 지난 목요일의 장면들. 이제야 그 시간들을 돌이켜본다. 요즈음 지칠 정도로 바쁜 건 아니지만 해야 할 일들이 나를 채우고 있는 건 사실이다. 그..
수업이 많아지니 빠듯한 매일을 살게 되고, 이 빠듯함이 나를 지치게 한다. 하루에 해야할 일의 양과 종류가 넘쳐날 때 일이 재미없어지는 것도 알겠다. 내가 과부하 상태가 되는 조건이 어떤 건지 매번 놓친다. 거절할 수 없어서 맡은 일이 나를 갉아먹는다. 권력 관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맡은 수업이 부담이 되어 몸도 마음도 힘들게 한다. 내가 거절할 수 없는 일을 맡긴 그 사람에게 원망의 마음이 부글부글 올라온다. 이제 다음 주면 모두 종강. 그 때까지 지쳐 나동그라지지 않고 잘 견딜 수 있을까. 지혜롭게 에너지 배분을 잘 해봐야지. 부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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