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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흘 전부터 아프기 시작한 아이는 금요일 밤 정점을 찍었고 그 후론 점점 나아지고 있다. 그날 밤엔 해열제가 안 들어서 다른 성분의 약을 한 번 더 먹이고 물수건으로 오래오래 몸을 닦아줬다. 열 때문에 온몸이 아프다던 아이는 찬 수건이 몸에 닿으니 편안해했다. 그렇게 여러 번 닦아주고 나니 열이 좀 내려 이내 잠이 들었다.
엄마는 나한테 코로나 옮을 수도 있는데 왜 내 옆에 와서 이렇게 나를 닦아주는 거야?
고열 때문에 눈까지 빨개진 아이가 내게 저렇게 물었을 때 내 대답은 당연했다. 니가 아픈데 엄마가 어떻게 안 보살피겠노. 설령 내가 전염된다고 해도 지금은 아픈 아이가 우선인 것. 그게 내 몸에 밴 엄마 노릇이다.
금토일 사흘동안 아홉 끼니를 해 먹이고 빨래 돌려 널고 베란다 화분 정리와 물청소를 했다. 나의 감염 여부가 불확실해도 일단은 수업 준비는 해둬야겠다 싶어 그 와중에 텍스트 읽고 수업 설계도 마쳤다. 그리고 금요일밤엔 <너에게 가는 길>을 보고 간밤엔 새로 시작하는 드라마도 하나 보고. 토요일 밤엔 긴 저녁 산책을 했는데 바람이 휘휘 불어서 마음이 시원해졌다. 이렇게 가을을 시작하는구나.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생각치 못한 바람을 맞으며.
푹 자고 일어나니 비가 오는 아침. 심하진 않지만 목이 아프다. 어제 몸살 기운이 살짝 있었는데 지금도 비슷한 느낌. 비가 오셔서 어둑하고 차분한 월요일 아침. 오늘 또 어떤 일을 마주할지 기대하며 하루를 시작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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