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토 생활 백육십팔일째 _ 2010년 5월 6일 목요일 오늘은 구름이 낮게 드리워진 날씨. 십여분 간격으로 맑았다 흐렸다를 반복하고, 종일 바람이 셌다. 비가 올 것 같아서 우산을 챙겨 나갔는데 그거 대신 머플러를 하나 넣어다닐껄, 싶었던 날. 전차가 다니는 길엔 전선들이 그물처럼 엮어져있다. 구름이 많은 날엔 저 그물이 구름 덩이들을 받치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사진을 들여다보니, 어느새 무성해진 녹색 잎사귀들이 새삼스럽다. 봄의 한가운데, 시간이 어느새 이렇게 지나버린걸까. 점심은 Kensington Market 근처의 이름난 베트남 국수집 Pho Heung에 가서 먹었다. 몇 번 지나치다 보니 늘 사람들이 북적였는데, 몇 사람이 꽤 유명한 집이라 해서 한 번 가보자, 했던 곳이다. 과연, ..
토론토 생활 구십오일째 _ 2010년 2월 21일 일요일 오늘은, 토론토 와서 가장 봄같은 날씨. 햇살은 따뜻하고 바람은 차지 않고, 게다가 일요일. 선련사 삼우스님과 산하법사님 초대로 점심 식사와 커피 한 잔까지 여유로운 낮시간 보냈다. 켄싱턴 마켓 근처의 채식 중국음식점 가서 점심 먹고 히피 분위기 까페 가서 커피 마시면서, 스님 이야기도 듣고 법사님 이야기도 듣고. 햇볕 기분좋게 쬐면서 간만에 일요일 기분 냈다. 스님 출가하신 이야기 듣다가 코끝이 좀 찡했고 (스님의 개인사가 마음 아파서) 40대 초반쯤 됐을까 산하법사님에게는 언니처럼 대하며 마음껏 까불었달까, 그 가벼운 마음이 좋았다. 오후엔 토론토 대학에서 제일 좋은 도서관인 거스타인(Gerstein)에 가서 논문 작업 좀 하다가 늦은 저녁에 ..
토론토 생활 팔십일일째 _ 2010년 2월 7일 일요일 켄싱턴 마켓의 브런치 식당에서 발견한 빨간 목도리 아저씨. 여기선, 가끔 사십대 이상의 사람들에게서 깜짝 놀랄 감각을 엿보곤 한다.ㅎ 일요일 낮 햇살 안에, 하얀 머리와 빨간 목도리, 소라색 풀오버가 서로 참 잘 어울린다. 표정까지 살아있어서 도촬의 보람을 느끼게 해준 센스쟁이 아저씨. 다음주 몬트리올 여행을 이 식당에서 의논했다, 케빈이랑 양이랑. 케빈이랑은 의도치않게 토론토 절친 되겠다, 꽤 자주 만나고 어울리게 되네. 아침에 법회 갔다가 이렇게 점심을 길게 먹고 도서관에 갔더니 피로와 졸음이. 집에 돌아와 샤워하고 앉으니 좀 낫다. 머릿속은 논문 생각으로 뒤죽박죽이지만 마음은 가볍고 단순하다. 잘 안되면 될 때까지 하고, 하다 지치면 쉬었다 하..
토론토 생활 삽십이일째 _ 2009년 12월 20일 일요일 오늘은 아침 일찍 집을 나섰다. 일요일 아침 아홉시 반에 있는 선련사 법회에 가려고 서둘러 나갔는데, 조금 늦었다. 파란눈 '고수 법사님' 지도 하에 명상하고 법문 들으니 한 시간이 후딱 갔다. 지난 주에 삼우 스님께서 일요일 아침 법회에 오면, 된장찌개와 김치 점심 공양이 있다길래 큰 기대를 품고 온 거였는데, 오늘은 삼우 스님이 안계셔서인지 따뜻한 차만 나눠마셨다. 그래도 절에 보시 들어온 빵이 많다면서 좀 가져가라길래 큰 식빵 두 개 얻어왔다. 그걸로 다음 주 점심 도시락은 해결되겠다 생각하니 어찌나 기쁜지. 역시 절에 오면 그 공덕으로 뭐든 얻는 게 있구나,라는 수준 낮은 종교 의식을 조금 발동시켜 본다.ㅋ 절에서 나오니 날씨는 추운데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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