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이맘 때, 첫 직장 출근을 앞두고 마음이 들쑥날쑥했던 기억이 난다. 임신하고 졸업하고 아이 키우며 지내다보니 입을 만 한 옷이 없어서 중저가 오피스 수트를 파는 로엠 아울렛 매장에 가서 블라우스 2개, 바지 2개를 샀던 어느 날. 새로 산 구두 때문에 발뒤꿈치가 다 까져버렸던 첫 출근 날. 낯설은 거 투성이인 회사에서 살아남으려고 짐짓 쎄보이는 척 했던 초반의 날들. 지금 생각해보면 되게 어리고 미숙했는데 그 땐 내가 그런지도 몰랐다. 그 때랑 비교하면 많이 말쑥해지고 노련해지고 단단해졌다. 기댈 수 있는 선배나 선생님 없이, 맨 땅에 헤딩하며 그렇게 변화해온 내가 장하다. 가끔 뿌듯하기도 하고. 그런데 나에게는 여전히 낯선 회사에 입고 갈, 비싸지않으면서도 그럴 듯해 보이는 옷을 고르던 그 ..
오늘 이 일터에 입사한지 1년 되는 날이었는데 신나게 기념하지 못하고 일에 치여 피곤해하며 보냈네. 이제야 오늘 할 일 마무리하고 노트북을 닫았다. 오후에 있었던 수업에서, 해방을 실천하는 것으로서의 수업에 관해 이야기 나누며 우리가 넘어야할 경계는 무엇인지 고민했다. 나로선 용기를 내어 나를 주눅들게 하고 수치심을 갖게 만들었던 내 정체성의 일부를 이야기했다. 그리고 그것을 교실에서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해방을 위한 실천이 될 수 있다는, 벨훅스의 논의에 대한 내 해석을 붙였다. 사실 나의 그 소수자성을 이야기할 때 내 목소리가 조금 떨렸는데 그걸 들켰을까봐 조마조마 했다. 학생 중 한 명이 나의 이야기에 고맙다고 응답했는데 나도 그들이 고마웠다. 나에게 안전한 공간이라는 감각이 이 교실에서 내가 나의 ..
페북이 알려주는 7년 전 오늘 나는, 말은 적게 하고 많이 들어야할텐데, 말로 나를 드러내고 싶어하는 나를 발견한다, 라고 이야기했네. 그 때도 지금도 말은 많이 하고 적게 듣고 쉽게 판단하고 있는 것 같아서, 쉽게 변하지 않지만 그래도 노력하고 있다는 게 새삼 장하다.ㅎ 만 칠년을 몸 담은 조직, 나의 첫 조직 그리고 나와 같이 시작한 조직. 나라는 존재와 이 조직이 많이 얽히고 섞여 있어서 어떤 부분은 구분이 잘 안되고, 그 때문에 많이 힘들기도 울기도 했던 것 같다. 지금은 점점 꼰대가 되어가나 걱정스럽기도 하고, 한동안 떠나고 싶었던 시기에서 벗어나면서, 다시 희망을 가져볼까 싶기도 한, 그런 상태네. 지금-여기에 발바닥 딱 붙이고 살아야한다는 거, 그러면서도 눈은 저 멀리 하늘끝을 응시하고. 어..
오랫만에 시험치는 꿈을 꿨다. 1교시가 기본 과목이었는데 문제는 다 풀고 답안지를 안써서 제출했다는 걸 2교시 시험 치면서 알게 됐다. 게다가 2교시 과목은 영어와 수학. 아 수학은 정말 모르겠다... 이번 시험 망쳤네... 하다가 잠에서 깬 것 같다. 간만에 게재불가 통보를 받고, 내년도 과제 세팅 논의를 하면서 느낀 어떤 절망감이나 위기감 같은 것. 이런 마음들이 꿈으로 나타난 것 같다. 아아. 올 한 해, 연구자로서의 자신감이 생기는 시기라고 느꼈다. 연구과제 하면서 느끼는 불안감히 현저하게 줄었고 학회 발표도 두 번이나 했고 생산성도 남다른 한 해였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좋은 연구자라는 평가를 많이 들은 한 해이기도 하다. 그런데 연말, 게재불가 판정을 받자 이 모든 자신감이 와르르 무너지는 것 ..
일터의 심포지엄이 끝났다. 소위 흥행에 성공한 건 아니지만, 강연과 발표 하나하나 다 좋았다. 이 주제에 관해 이야기할 것이 많은 분들을 모셨기 때문이고 다행히 참 성실하게 준비해주셨기 때문이다. 또 다행스러운 건 청중 수준도 나쁘지 않았다는 것. 무엇보다 강연, 발표, 토론 들으며 나 자신이 많이 생각하고 배울 수 있었고 같이 일하는 동료들에게 고마운 마음이 많이 났고 큰 사고나 실수 없이 잘 마무리돼서 감사하고 좋은 시간이었다. 아 그리고 평소 존경하던 혹은 관심있던 분들 발표자 토론자로 직접 만나 인사하는 것도 좋았고. 그런데 행사 다 끝나고 저녁 먹으며 깨달았다. 진짜 좋았던 건, 주변에서 이 주제를 탐탁치 않게 혹은 무관심하게 봐왔지만, 새로운 주제를 다루느라 섭외가 참 어려웠지만, 포기하지 않..
회사에서 심포지엄을 준비하는데 기조강연자 섭외가 난항을 겪고 있다. 상황따라 마음이 오락가락이다. 기대를 품었다가 실망하고 반복. 마음이 어렵다. 곧 떠나기로 마음 먹은 일터인데 가벼워지지 않는다. 이 일터에 내 마음 깊은 어떤 곳이 묶여있다. 그게 뭔가 싶다 요즘은. 연구자로 살아가는 일과 회사에 취직하는 일은 별개이면서도 엮여있다. 내 명함에 찍힌 회사 이름이 연기자로서의 내 자존심과 딱 연결돼있다. 쌈마이 같은 원장이 마음에 걸리고 강연자 섭외가 어려운 게 이렇게 절망스러운 것은 내 자존심과 이 회사을 단단히 묶어서 연결된 거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일 떠나도 집중하는 것. 나와 회사가 별개라는 걸 아는 것. 그래서 가벼워지는 것. 말은 쉬운데.
그동안 연구부에서 연구과제 수행을 하다가, 오늘 기획부서로 발령받았다. 입사 동기와 몇개월 입사 후배가 연구부 팀장으로 발령받는 날, 나는 기획부로 인사이동. 그간의 내 행동과 태도에 대한 평가의 결과일지도 모르겠다. 이 조직에 대해 기대하는 마음도, 이 조직에 기여하고픈 마음도 바닥 났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동료들이 팀장이 되어 자기들끼리 회의 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마음이 편치 않았다. 질투심이나 배신감 같은 감정이 마음 속에서 발견될 때마다 그들보다 더 인정받아야겠다는 마음이 요동 치는 걸 느낀다. 이렇게 조직에 기여하고싶고, 조직에 의해 인정받고싶은 마음들이 켜켜이 쌓여서 조직의 일원이 되어갈 거 같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오늘, 조직의 일원이 될 것인지 아닐지의 갈림길에서 한 발 내딛었다. 하루 ..
오늘 일터의 연구모임에서 세월호 유가족 간담회를 했다. 416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님이 오셔서 질의응답을 이어갔다. 세월호가 침몰한 것, 침몰 후 구조하지 않은 것. 이 두 가지 모두 풀리지 않는 의문에 싸여있다. 분명 원인과 이유가 있을텐데, 이걸 아직도 제대로 못밝히고 있다. 이를 밝히는 것이 416 가족협의회 활동의 가장 중요한 목표라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이 문제를 덮어두려고 하고 종결지으려 하는 힘들도 분명히 있다고 했다.아마도 그 힘들은 한국사회 권력과 자본의 핵심에 닿아있을 것이다. 그래서 세월호 참사의 원인과 이유를 밝히는 것은 단순히 한 사건에 대한 조사를 넘어선다.쉽지는 않겠지만 진실을 밝히는 일에 동참해야할 이유가 바로 이것 아닐까. 오늘 간담회에 참석해서 느낀 것 중 하나는 세월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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