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해야할 일들이 주루룩 남아있지만 어제 종강을 했다. 한 학기동안 학생들이 얼마나 변화했는지, 뭘 배우고 어떤 연습을 했는지 이야기해주고 고마운 마음, 대견한 마음을 전했다. 학생들의 수업 소감도 들었다. 이번 학기도 배우고 가르치며 괴로웠던 순간들이 있었지만 마무리하는 순간은 좋았다. 학교에 와서 다섯 번째 학기, 전체로 치면 서른번째 학기 정도 될까. 그동안의 가르치는 몸이 하나의 매듭을 짓는 일에도 익숙해져있다는 걸 느낀다. 그런 나의 몸에게도 수고했다, 고맙다 이야기하고 싶어서 이 밤에 깨서 이렇게 글을 남긴다. 학생들은 내가 의도한 대로 변하지 않는다. 내가 준 틀과 경계를 넘나들며 배운다. 나의 프레임이 기준이 되지만 그걸 언제나 초과하고 흔드는 것은 학생들이다. 나는 결과를 알 수 없는..
제가 생각이라는 걸 정말 하고있다고 여겨지는 수업인 것 같아요. 제 사고의 범위를 매번 확장할 수 있게 되는 유익한 수업과 토론의 장을 열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수업 올 때마다 너무 즐겁고 기대돼요! 이렇게 많은 사회의 문제를 다루면서 다같이 의견을 나누는 수업을 저는 참 좋아합니다. 그리고 암기식, 강의식 수업보다 훨씬 가치 있는 수업임을 알고 있어서 이 수업이 소중했습니다. 한 학기동안 많은 질문을 해주셨는데, 답하기 싫어서가 아니라, 말문이 막히는 질문들이 많아서 답하기 힘들었습니다. 정말 많이 부족한 학생이었는데 교육사회학 강의를 통해 조금이나마 성장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사실 우리과 학생들이 이렇게 열심히 발표하고 질문하는 것을 처음 봤다. 그래서 이번 주제가 우리과 학생들도 관..
올가을 수업 중 가장 부담스러운 강의는 평생교육원에서 의뢰 받은 '젠더 갈등' 수업이었다. 학생이 아닌 시민을 대상으로 5회 연속으로 수업을 어떻게 해야하나 싶어 고민이었고, 강의 내용 중 많은 부분은 새로 공부해서 강의안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도 힘들었다. 오늘 5강의 중 네 번째 수업을 했고, 그동안 힘들었던 걸 잠깐 까먹을 정도로 수강생들로부터 힘을 받는다. 저출생 관련 기사를 읽고 젠더 관점에서 분석을 해보라는 숙제를 지난 주에 내드렸는데, 그걸 대 여섯 분이나 열심히 해오셔서 날카로운 분석을 하셨고, 강의 시작 땐 입을 떼는 것도 어려워하던 분들이 이젠 자연스럽게 마이크를 켜고 목소리를 낸다. 내가 강의를 할 땐 눈빛을 반짝이며 듣는 게 느껴지고, 저녁 수업인데도 졸면서 듣는 사람이 없다. 아마도..
나 혼자 강의 준비해서 교실에 들어가 학생들을 만나고 수업을 하는 것 같지만 내가 수업 하나를 하기까지 수많은 존재의 도움과 돌봄을 받는다. 그간 이론을 축적하고 논문과 책을 발간해온 선후배 동학들의 수고는 말할 것도 없고 강의실을 배정하고 수업할 수 있도록 해준 교무처 직원들과 시기마다 교수자가 해야할 일을 일러주는 조교 선생님들까지. 무엇보다 큰 도움과 돌봄의 주체는 사실 학생들이기도 하다. 그들은 그저 수업을 들으러 오는 존재가 아니라 서로가 살피고 도우며 강의를 하는 나를 돌봐주기도 한다. 일체중생과 천지만물의 은혜 속에서 살아간다는 원리는 수업에서도 마찬가지. 누군가의 돌봄노동 없이는 한 순간도 지내기 어렵다는 돌봄이론이 수업을 준비하고 굴려가는 일에도 찰떡처럼 적용되는 것. 그러니 언제나 감사..
하루 여섯 시간, 두 클래스 대학원 수업을 열흘동안 달리듯 해내기. 이걸 어떻게 할 수 있을까, 겁 먹은 채로, 어어- 하다가 드디어 끝냈다. 아침에 일어나 아이랑 아침 (후다닥) 먹고 아이는 조부모님댁이나 학교에 데려다주고, 집이나 연구실에서 오전 수업을 시작한다. 대부분은 커피 내릴 시간이 없어서 줌 화면을 열면서 동시에 커피를 만든다. 오전 수업이 끝나면 점심을 대충 먹고 오후 수업 시작하기 전까지 피로감을 없애려고 노력하지만 잘 안되어서 결국은 커피를 한 잔 더 만든다. 오후 수업 시작하고 1시간쯤은 졸립고 피곤해서 고통스러워 하다가 조금 정신이 차려지면서 수업 종료. 아이 데리고 오기까지 1시간 30분 정도 시간이 남아도 저녁 준비하거나 장을 보거나 하면 금새 그 시간이 지나간다. 저녁 먹고 씻..
한겨레 1/4일자에 나온 채현국 선생 인터뷰 기사.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618266.html 모두 좋지만, 몇 구절은 잊지 않고 기억하고 싶다. * 모든 옳다,는 소리에는 반드시 잘못이 있다. 빛에 그림자가 있듯이. * 세상에 도움되는 사람들은, 시시하게 사는 사람들, 월급 적게 받고 이웃하고 행복하게 살려는 사람들.... * 쓴맛이 사는 맛. 그리고 제일 좋았던, 아래의 구절. -------------------------------------- -도움 받은 사람들이 있는데 왜 도운 사실을 숨기나? “난 도운 적 없다. 도움이란, 남의 일을 할 때 쓰는 말이지. 난 내 몫의, 내 일을 한 거다. 누가 내 도움을 받았다고 말하는지는 ..
참관실습 중인 학생들에게 ‘학교’에 나가보니 어때요? 어느새 일주일이 지났군요. 어제부터 간간히 올라오는 여러분들의 글을 재미있게 읽고 있는 중입니다. 나는 지금까지 여러분들과 다루었던 문제들, 그동안 했던 토론들을 되새김질 하면서 시간 보내고 있었어요. 그러면서, ‘교사’를 주제로 해왔던 지난 이야기들 중 여러분들 각자는 어떤 것들을 기억하고 있는지, ‘학교’에 직접 가서 보니까 무엇이 보이는지 무지 궁금했답니다. 지난 몇 주 동안 우리는 교대 교원양성 과정, 교직사회화의 과정(미국의 사례와 한국의 사례), 그리고 교사들의 실제 이야기를 살펴봤어요. 교대 교육에 관해서는 주로 ‘상대평가’ 제도에 관해 이야기했지요. 어떤 학생들은 교대의 상대평가 제도가 더 열심히 공부하게 만들어준다고 이야기했고요, 다른..
수업일기(2012.4.20) _ 교사의 전문성과 '좋은' 인격 벌써 7주차 수업. 어느새 한 학기의 반이 뚝딱 하고 지나갔구나, 합니다. 그동안 학생들은 수업에 적응하고 교재 읽기와 쪽글 쓰기에 바빴을텐데, 그 과정에서 각자 무엇을 남기고 어떤 고민들을 심화시키고 있는지 문득 궁금해지기도 했고요. 지난 금요일에도 이야기한 바와 같이, 이제 남은 기간 중 7주간은 ‘교사’를 테마로 토론을 이어갈 예정입니다. 그 첫 문은 ‘교원양성체제’에 관한 이야기로 열었고요. 수업의 주요 질문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현재의 초등교원 양성체제는 전문성 있는 초등교사를 길러내고 있는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우선, 교사의 전문성은 무엇인지 토론해보았는데, 그 결과 수학과 학생들은 이러한 요소를 교사의 전문성으로 보았습니다...
수업일기(2012.4.20) _ “서당개 삼년이면 풍월을 읊는다” 과학과 수업을 시작할 때면, 늘 금요일 늦은 오후 수업이라 학생들이 얼마나 지쳐있을까 생각하곤 해요. 그런데 수업을 하다보면, 토론이 재미있어서 나도 모르게 5시 30분이 거의 다돼서야 마치곤 하죠. 특히, 가볍게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하고, 다른 사람의 의견에 대해 존중하는 태도를 보이는 과학과 토론 분위기는 그야말로 쿠울~! 지난 금요일,‘교원양성체제’에 관해서도 열띤 토론이 벌어져서 참 즐거웠어요. 수업의 텍스트인 이혁규(2012)의 글을 읽고 우리가 제기한 질문은 “초등교사의 전문성은 무엇이며, 이것이 교육대학교 교육을 통해 양성되고 있는가?”였어요. 모둠 토론과 전체 토론을 통해 이야기한 교사의 전문성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1) 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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