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금요일 밤의 여유를 부리며 거의 자정까지 빈둥대며 놀았다. 그러다 인터넷의 바다에서 건져올린 인터뷰 기사. http://www.cine21.com/Article/article_view.php?mm=005002007&article_id=57072 오랫만에 보는 그의 사진과, 말투가 드러나는 스크립트가 낯설지 않아 좋다. ... 재미로 읽다가, 아래 구절에서 살짝, 전율. " 김혜리: 몰락 가운데 무엇이 투항이고 무엇이 윤리적 몰락인지 어떻게 구별할 수 있다고 보세요?" "신형철: 사회에 미치는 영향으로 구별해야 한다고 봐요. 인물이 사회가 용인할 수 없는 지점까지 걸어가서 “저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라는 지점에서 몰락을 선택해 사람들을 흔들어놓는 상황이 있죠. 예를 들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살이..
교사들이 말하는 ‘학교폭력, 그 이면’ 여성주의 교사모임 ‘삐삐 롱스타킹’ 3인 좌담 여성주의 저널 일다 우완 ◇를 둘러싼 교사들의 이야기 교사들이 직접 쓴 학교폭력에 대한 생생한 현장보고서가 이야기책으로 발간돼 화제가 되고 있다. 학생생활연구회 따돌림사회연구모임 교사들이 8여 년간의 연구와 논의를 통해, 직간접으로 겪은 학교폭력 사례들을 재구성한 (김경욱 등저, 양철북)를 펴냈다. 저자들은 학교폭력의 대안이나 평화유지방법을 제시하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이 책은 지금 실제로 학교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상세히 드러내고 예리하게 분석하고 있으며, 무엇보다 교사들의 솔직한 심정과 고민을 표현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다양한 방식으로 학교폭력에 대해 열린 토론이 가능한 논쟁적 텍스트인 것이다. 학..
출석을 위해서 들었던, 그것도 늦게 기어들어가 들었던 수업에서 만난 홍은숙 교수. 그의 수업 장면에서 아주 인상적이었던 것은 자신 이론의 한계 지점을 지적했던 한 학생의 질문에 너무나 기뻐하며 '좋은 질문'이라 웃던 그 표정이다. 완결된 지식이 아니라 성장 과정 중의 지식을 교실에 가지고 와서 함께 논의하고 그에 대한 비판과 지적을 기쁘게 듣는 것. 오래된 (남의) 이론들을 교실에서 되풀이하거나 자신과는 다른 의견을 가진 학생의 발언에 불편해하지 않는 교사는 정말 오랜만이라 반가웠다. 가끔, 조한 선생님의 홈페이지에 들르면, 그가 얼마나 교실에서 열정적인지 알겠다. 뽀송뽀송한 아이디어들을 교실에서 풀어내고 그곳을 새로운 지식을 구성하는 공간으로 만드는 과정으로서의 강의. 그의 강의를 한번도 들어본 적 없..
"숫자는 사실 무미건조하다. 흰색 종이에 검정색 잉크를 일정한 모양으로 입혀놓은 것에 불과하다. 그래서 상상력이 필요했다. 숫자 속에 숨겨진 이야기를 찾는 일이다. 4명의 기자들은 "오직 증인으로서만 말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들은 WHO 보고서에 언급된 나라들을 찾아가기로 했다. 그곳에서 죽어가는 이들과 독자들의 '눈맞춤(eye contact)'을 주선하기 위해서였다. 이들이 쓴 기사에는 출산 과정이나 사소한 질병으로도 숨져가는 캄보디아, 말라위, 러시아, 과테말라, 잠비아 등지의 여성과 어린이들이 그려진다. 허름한 병원, 도착하자마자 숨진 에이즈 환자들의 주검과 배우자들을 잃은 남녀들의 울부짖음으로 가득한 병원의 모습이 그려진다. 기자가 현지 병원에서 만났던 어린이가 끝내 숨졌다는 소식은 보스턴에..
내일 오후 1시에 짧은 글 하나를 발표해야하는데, 자료만 정리해놓고 아직 시작도 안하고 있다. 이번 주에 아이디어가 좀 발전하긴 했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글을 쓰는 과정에서 아이디어들은 혼자서 그 모양을 바꾸고, 글을 쓰기 전에 예상했던 결론은 비껴나가기 마련이다. 요는, 글을 써봐야지 어느 방향으로 굴러 어디에 다다를지 알게된다는 것, 고로 글을 막상 쓰는 과정이 본격적인 작업이라는 것. 발표 전까지 16시간이 남았다. 저녁 약속에 차까지 한 잔 마시고 이 늦은 시각에 학교에 '기어올라온' 것은 이런 절박한 사정 때문이었다. 그런데 연구실에 왔더니, 같은 연구실 쓰는 한 선생님이 연구실 안에서 전화를 받고 있다. 전화기 저편의 사람은 이 선생님의 선배인 듯 한데, 이 사람이 쓰고 논문에 대해 세세히 ..
공부하기 좋아하는 쌍둥이자리는 논리적이긴 하지만 통찰적이지 못하다. 어릴 때 이런 저런 글짓기 대회에서 상을 받아오곤 하던 내가 '국어국문학과'에 진학하는 것은 (나와 나의 지인들에게) 꽤 당연하게 느껴졌다. 돈만 생기면 시내 서점에 가서 한두시간 고르고 골라 소설책을 사다보았던, 가난한 아버지가 고물상에서 헐값에 사오신 세로로 된 세계명작소설을 읽고 또 읽던 내가 문학도가 된다는 건 정해진 수순 같았다. 그런데 막상 대학와서 (운동권 선배들이 권유해서) 읽은 사회과학 서적들은 너무 매력적이었다. 논리적이고 논리적인 그 세계. 국어국문학과를 '겨우' 졸업하고 교육학과에 진학하던 날, 엄마는 내가 문학도이기를 포기한다는 것이 못내 아쉬우면서도 교육학이 여자에겐 어울리는 학문이라 여기며 진학을 축하해주셨던 ..
를 읽은 Y가 말하길, 칭찬을 잘한다는 것은 부정적인 결과에 대해서 반응하지 않거나 전환적인 반응을 하는 것이라고 한다. 상대방이 잘못해도, 아무렇지 않게 대하거나, 어떻게 그렇게 하게되었니? 라고 질책하지 않고 묻는다는 것. 수업에서, 다른 인간관계에서, 나는 부정적인 결과에 대해 굉장히 인색한 편이었던 것 같다. 학생들의 장점과 좋은 성과들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으면서도, 그들에게 무서운 선생으로 인식되는 이유를 이제서야 알게되었달까. 여자들을 임파워하고 그들의 변화를 함께 경험하고 나또한 배우고 변하기 위해서는, 에서 나온대로 부정적인 결과에 대한 무반응, 전환반응을 연습해봐얄 것 같다.
그럴려고 했던 건 아닌데, 돌아보니 논문에 손을 뗀 지 어언 서너달이 흘렀더라. 논문작업 다시 해야지, 해야지 생각만 하다가, 3월도 중순에 접어든 어제 오후가 되어서야, 간만에, 논문 폴더를 열고 파일을 이것저것 열어둔 다음, 몇 달 전 내가 썼던 글들, 메모들을 들여다보았다. 하하, 익숙하면서도 낯선 문장들. 간밤엔 잠을 설치고, 오전에도 일이 있어서, 학교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나니 잠이 쏟아졌다. 버스타면 오분 안에 도착하는 집에 가서 낮잠 담요를 덮고 폭, 한 숨 자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그냥 연구실 책상 앞에 앉았다. 노트북도 켜고 커피도 한잔 끓여 놓고, 딱, 앉았다. 그런데 잠이 쏟아진다, 나도 모르게 책상에 엎드려 삼십분을 내리잤다. 그러고 보니, 간만에 논문을 들여다봤을 뿐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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