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교육사회학 수업이라도 학기마다 중심 테마가 조금씩 달라진다. 2011년 봄 교육학과 전공 수업에서 초점을 맞추었던 것은 20대 대학생의 현실과 고등교육이었다. 대학이 20대들에게 무엇을 해주나. 대학에서 20대들은 무엇을 경험하는가. 마침, 본부점거가 터져서 이 고민이 더 시의적절하기도 했고. 예비 초등교사인 교대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이번 학기 교육사회학 수업의 테마는 '교사'이다. '교육불가능의 시대'라 일컬어지는 2012년 한국, 교사는 인기 직업 중 하나다. 교사가 되려는 학생들의 수많은 이유와 맥락들, 인생사들과 함께 사회과학적인 상상력과 변화의 희망을 함께 이야기하고 싶다. 그래서 이것저것 읽게 된다. 아래는 그 목록들. 계속 업데이트 될 것임.) - 2012년 봄 업데이트 교원양성 과정..
2012년 1월 4일, 바람의 수업일지(2) : 살아있는 학습의 순간 조용하던 교실에 토론의 불이 지펴지고, 이야기와 이야기 사이의 침묵이 긴장감으로 채워질 때, 저는 이 순간의 교실을 좋아합니다. 같이 텍스트를 읽고 그 내용에 집중하며 서로의 이야기에 귀기울이는 순간이야말로 진정한 학습의 순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저는, 학습이라는 것은 기존의 지식을 내 머릿 속에 집어넣는 ‘죽은 과정’이 아니라, 기존의 지식을 뒤집어보고 거꾸로보고 내 안의 지식과 비교해보고 내 삶에 적용시켜보면서,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내는 ‘살아있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의미에서, 이번 수업에서 선생님들이 제게 보여준 순간 순간들은 분명히 생동하며 살아있는 흥미진진한 학습의 과정이었답니다. 뭔가 권위가 있을 것 같고, ..
2011년 12월 30일, 바람의 수업 일지(1): 교육현실과 사회학적 상상력 본격적인 수업 첫 시간, 제 마음은 조금 설레었습니다. 선생님들이 쓰신 에세이를 읽고 조금 더 가까워졌다고 여겨졌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어요. 그리고 한편으로는 선생님들은 과연 어떤 교육 현실을 한국 교육의 시급한 문제로 여기고 있을까 궁금하기도 했거든요. 그런데, 막상, “한국의 가장 시급한 교육 문제는?” 이라는 제목의 3분 발표가 끝났을 때, 동그랗게 앉은 수업 분위기는 좀 무겁게 느껴졌어요. 발표를 마친 선생님들의 표정이 밝지만은 않더군요. 물론, 김명선 선생님 말씀처럼, 같은 교사로서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많이 나눌 수 있는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한형규 선생님의 소감대로 좀 슬프기도, 화가 나기도 하는 교..
"대학원을 다닌다고는 하지만, 실상 그 속을 들여다보면 아무 내용도 없었고 자연히 논문다운 논문도 쓰지 못했을 뿐 아니라 박사과정을 수료하고도 마땅히 갈 곳이 없었다. (중략) 앞이 깜깜했던 나는 여기저기 닥치는 대로 이력서를 내고 취직을 하려고 했지만, 그 역시 뜻대로 잘되지 않다가 가까스로 한국과 거래하는 무역회사에 다닐 수 있게 되었다. (중략) 회사에 들어간 지 3년째, 내 나이 이미 서른이 넘었을 때이다. 이래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그 때부터 책을 읽기 시작하였다. '사람은 빵만으로 살아갈 수 없다' 언젠가 길이 열릴 것이라고 믿으며, 학위논문을 쓰기 위해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 완전히 독학이었다. 회사를 다닌 12년 동안 나는 모교 근처에도 가지 않았거니와 연구자들과 교류도 전혀 없이 고..
"대학생인 ㅅㅇ의 장래희망은 대학생이란다. 생각해보니 나의 장래희망은 대학원생!? 박사 학위 받은 선배들 중에 아, 저렇게 살고싶다 할 정도로 의미있는 삶을 살거나 아, 저렇게만 살 수 있다면 할 정도로 재미있는 삶을 사는 사람이 없다. (교수가 된 사람들은 게을러지거나 권위적인 사람이 되고 연구원이 된 사람들은 교수가 된 사람들을 시기하거나 교수가 되기 위해 아둥바둥 하거나 정부가 시키는 쓸데없는 연구 하느라 세월을 다 보내는 것 같다.
지난 한 학기 동안 [교육사회학]이라는 이름의 세 강좌에서 공부했던 학생들이 연합 학술대회를 합니다. 모두 13개의 주제로 팀 연구 결과를 발표하며, 교육과 성취, 교육과 문화, 교육과 평등 이라는 큰 주제 세션으로 진행됩니다. 한국 교육에 관심 있으신 분들, 사범대생들이 어떤 공부를 하나 궁금하신 분들, 교육과 평등 문제를 연구하시는 분들, 이전에 교육사회학 수업을 들으셨던 분들, 모두에게 열려있는 학술대회입니다. 6월 18일 토요일 오전 10시~1시 교육정보관(10-1동) 여러분들의 참여를 기다립니다.
내 인간성은 아직도 얄팍하지만, 또 아직 내 마음 속 어린아이가 인정과 애정을 끊임없이 원하고 있지만. 수업에서 만나는 학생들이 언제라도 와서 기댈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어주고 싶다. 힘들 때, 외로울 때, 뭔가 질문이 생길 때, 어떻든누군가 필요해지는 순간, 고민하지 않고 가볍게 연락할 수 있는 사람. 뭐 만나서 뾰족한 수를 얘기해줄 수 없을 수도 있고, 돈이 별로 없어서 그럴 듯 한 걸 사먹일 수 없을 수도 있고, 좋은 곳에 데려가지 못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그냥 같이 있어줄 수 있고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으니까. 가끔은 빈정대기도 하고 쏘아대기도 하겠지만, 기본적으로는 너를 믿어주고 응원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걸 기억하라고. 너에게 있는 그런 사람들 중 마침 불러낼 사람이 없을 때, 히든 카드처럼..
2011년 5월 17일 화요일 오늘 점심 시간은 좀 특별하다. 도서관 계단 아래 쪽, 사범대 노래패 '길'의 공연 모습을 멀찌감치서 본다. 점심을 먹고 자하연 앞으로 와서 문화 인큐베이터와 아름다운 가게의 바자회 구경을 한다. 그러고 보니 오늘은 오월 십팔일. 천구백팔십년 오늘, 광주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과방의 작은 티브이로 끔찍한 영상을 보았던 게 언제쯤이었을까. 일학년 봄이었으니 그것도 벌써 십오년 전 일이다. 어느새 시간이 훌쩍 지나가 대학생들은 더이상 데모를 하지 않는 시대가 되었다. 열심히 동아리 공연을 준비하고, 세미나 커리큘럼이 수업 텍스트보다 더 중요하고, 국가보안법으로 감옥에 있는 선배를 면회가고, 혁명의 역사를 읽으며 가슴 두근거리던 대학생이 시간강사가 되어 교육과 불평등과 계급..
수업은 6주차, 수업일지는 5번째. 4주차 수업은 온라인으로 진행됐다는 이유로 수업일지 패쓰, 5주차 수업은 일지를 쓰지 못한 채로 6주차 수업에 들어갔다. 애초에 수업일지는 빼먹을 수도 있는 거라고 생각하긴 했는데. HJ이 자신들의 토론이 마음에 안들어 수업일지를 쓰지 않는 거냐고 물어오니, 왜 안쓰고 있었는지 새삼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분명하진 않지만, 어떤 무거운 마음이 있었던 것 같다. 그 무거움은 차차 풀어갈 수 있을 거라 믿고. 너무 화창한 봄날 오후, 오히려 바깥보다 더 차가운 기운의, 오래된 건물 교실. 6주차 수업 주제는 [젠더]였다. EBS 다큐 프라임 , 버틀러의 1부 중 일부, 에 기고한 루이스의 글이 이번 수업의 교재. '젠더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쓴 논평문들 속에는 다양한 이야..
수업 끝나고, 떡볶이 먹으며 한 시간 쯤 수다를 떨고, 연구실에 걸어와 거울을 봤는데, 오앗. 닼흐써클이 스모키 화장한 것마냥 짙고 선명하고나. 소파에 잠깐 앉아있다가 공부 시작하자 했는데, 한 시간 가까이 곯아떨어졌다. 세시간 수업이 끝나면 마음은 늘 조금 아쉬운데, 몸은 배터리가 거의 다 닳아서 다운될 지경이었구나. 잠깐의 낮잠으로 원기를 회복하고, 수업 내용 정리하고 수업일지도 쓰려는 참. 오늘은 유난히 날씨가 좋았다. 캠퍼스엔 움트는 꽃들과 잎들이 저마다 안간힘이다. 학생들 데리고 야외에서 실컷 놀고 싶다 싶을 정도로, 예쁜 봄날. 그래서 도종환의 시를 가져가 읽어주었다. 그래봤자, 수업 끝나고 다들 도서관으로 학원으로 다른 수업으로 갔을 것 같지만. 얘들아 곧장 집으로 가지 말고 코스모스 갸웃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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