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3월 22일 화요일. 수업 3주차. 교실이 조금 데워진 느낌이 든다. 수업하러 가면서 느껴지는 내 마음도 긴장보다는 기대와 흥분에 가까워지는 것 같다. 오늘은 지난 수업에 비하여 말과 말 사이의 침묵이 좀 짧아졌는데, 이 추세로 가면, 얼음이 녹아 물 흐르는 소리가 들리는 것처럼, 교실이 점점 더 시끌벅적 해지겠지, 싶다. 보울즈와 진티스의 논문 [교육과 인간발달]을 읽고 학생들이 올린 논평문을 피드백하고 채점해서 가져갔는데, 역시 점수를 명시해서 나눠주니 교실에 긴장감이 흐른다. 1점 차이에 희비가 엇갈리는 경험이 너무 많아서, 어떤 점수라도 그것이 곧 능력의 척도인양 여겨지는 것, 충분히 이해가 된다. 그냥 거기에 좀 둔감해지는 것. 이것이 점수를 명시해서 주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한데. ..
2011년 3월 15일 화요일 솔직히, 토론식 수업을 진행한다는 것에 좀 자부심이 있었다. 근데 오늘 수업을 해보니, 그동안 진행했던 수업들에 대해 돌아보게 된다. 되도록 토론의 조직자(facilitator) 역할에 충실해보자 마음 먹은 이번 학기, 오늘은 그 시도의 첫 날. 동그랗게 둘러앉아 세미나식으로, 수업의 대부분을 학생들의 이야기로 채워가는 건 여러가지 면에서 도전이었다. 교실의 침묵에 대한 어색함을 포함하여 선생이 이렇게 듣고만 있어도 되나 하는 의구심, 무엇보다 학생들의 이야기만으로 충실한 수업이 될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이 있었다. 재미있는 것은 학생들과 같은 높이의 의자에 앉았음에도 자꾸 내 의자가 특히 더 낮은 게 아닌가 느꼈다는 거다. 아, 강단에 서서 학생들의 주목을 받으며 이야기하..
2011년 3월 8일 화요일 출석부에는 스물 네명의 수강생이 있었는데 교실에 들어가니 열 명도 안되는 학생들이 띄엄띄엄 앉아있었다. 사연을 들어보니 내가 올린 강의계획서가 너무 '빡세 보여서' 많이들 포기 했단다. 내 딴엔 최대한 구체적인 방법까지 명시해서 수업 선택에 도움이 되도록 한 것이었는데, 학생들 입장에선 '이 수업 이렇게 할 거 많고 복잡하다' 이렇게 보였나보다. 어떻든 포기도 선택의 하나이니, 강의계획서를 작성해서 게시한 소기의 목적은 달성한 셈이다. 강의계획서 소개를 하고 수업에 대해 의논하고 책상을 둥글게 배치한 뒤 자기 소개 시간을 가졌다. 자유롭게 자기 소개를 해보라고 했는데 대부분은 학과-학번-이름 순으로 소개를 하더라. 정해진 순서 없이 자기가 원하는 타이밍에 소개해도 된다고 하자..
- 한국 교육(사회)학은 학교효과 이론 이외의 기존의 교육사회학 이론을 제대로 '입증'한 적이 없다. 그 이유가 서구 이론들이 한국사회에 적합하지 않기 때문인지, 아카데미아의 정치학 때문인지는 아직 모르겠다. 분명한 것은 교육사회학 수업 시간에 다루고 있는 이론적 논의들을 한국 사회의 현실로 적용하고 토론하는 데에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토론에 적절한 이야기 꺼리를 제공하는 논문이 별로 없다. 단적인 예로 페미니스트 재생산 이론을 검증하는 논문이 있는지. 이 점이 수업이 맞닥뜨린 문제 지점이다. 해결책은 1) 영미권에서 나온 최근 논문들의 번역 및 소개 2) 한국 현실 설명하는 논문 작성 3) 논문 이외의 수업 교재(상업영화, 독립영화, 교육 관련 책들) 발굴. 이 중 가장 손쉬운 것이 3)번인데, 이..
두 차례 인터뷰를 하다보면, 두번째 인터뷰에서 목소리도 느낌도 달라진다. 난생 처음 만난 사람에게 자기 인생 얘기를 풀어내고 나서 어떤 생각과 마음을 갖게 되는지 모르겠지만, 대부분의 인터뷰이들은 두번째 만남에서 경계가 풀리고 목소리에 신이 나는 것 같다. 어제 한 두번째 인터뷰 녹음 파일을 오늘 다시 듣고 있는데, 까르르 웃으며 인생의 이 골목 저 골목을 찾아가는 발걸음이 가볍다. 듣고있는 나도 웃게된다. 어쩌면 아주 내밀한 부분까지 알게 되어버리는 이 생애사 인터뷰를 하면서, 참 특별한 만남들이 생겨난다. 친구도 선배도 선생님도 아닌 여자들이지만 나도 모르게 가까워지는 것이다. 그들 인생의 무게 때문에 가끔 우울해지기도 하지만, 어쨌든 지금 살아서 그동안 살아낸 삶을 이야기하는 그들은 아름답다. 논문..
오늘, 학교 식당에서 늦은 점심을 먹다가 우리과 신임교수와 (원치않게도) 동석을 했다. (남들은 되고싶어 안달인 4년제 대학의) 교수가 된지 이년이 채 안된 그는 별로 기운이 없어 보였다. 어찌 지내냐는 물음에 다들 비슷하지 뭐, 하고 말더군. 나도 그다지 수다 떨 기분은 아니었지만, 입 꽉 다물고 밥 먹을 수는 없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그가 문득, "국내 어떤 대학도 미국 대학의 기준에서 보면 박사학위를 줄만한 자격이 없다!"는 (엄청난) 주장을 했다. 그리고 뒤이어, 그래서 자신은 학생들이 미국 유학 간다하면 두말 않고 보내준다고. 사실은 부끄러워해야할 얘기를 하면서 그의 표정은 이상하게 좀 의기양양했다. 그러고보니 그는, 우리과 교수 대다수가 그렇듯, 미국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아왔다..
http://asianfem.sookmyung.ac.kr/ 여성교육론 - 안재희 교육학전공 강사 2009-06-08 숙대신보 1180호 2009년 6월 1일 발간 수업 찾아가기 여성교육론 - 안재희 교육학전공 강사 여성과 여성교육을 바라보는 눈을 기른다 현대사회는 경제활동의 주역으로 여성인력을 주목하고 있다. 미래사회의 주인공인 여성과 관련된 문제와 학교ㆍ사회속의 ‘여성에 대한 교육’을 살피는 ‘여성교육론’수업을 찾아가봤다. 안재희(교육학 전공)강사가 “대학 졸업 후 취업을 희망하는 여학생은 95%에 달합니다. 동창회에서 여자들이 남편과 자녀의 직업을 말하며 자부심을 느끼던 때는 지났어요”라는 말하자 대부분의 학생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안 강사는 학생들을 향해 진지한 표정으로 “현대사회에서 여성에게 직업..
한 여자가 자신이 놓여 있는 어떤 문화권의 (이족) 결혼에 대해 안다고 가정해 보자. 즉, 아버지의 보호로부터 남편의 보호로 넘어가는 회로를 영구화할 여자들과 남자들을 생산하기 위해 자신 아버지의 보호로부터 남편의 보호로 넘어가며, 최종적으로는 아들의 보호로 넘어간다고 말이다. 이러한 앎의 견지에서 보자면, 그 여자는 "결혼의 안정성"을 보전할 수 있고 섹시하지 않고도 사랑하고 사랑받을 수 있다. 다른 한편, 이족 결혼이 여자 안에 있는 다양한 종류의 상호적 창조적 정서적 잠재성을 성취하는 것으로 알려진다고 가정해보자. 그러한 앎의 견지에서 보면, 그 여자가 개인적으로 의도하는 주체로서 자신의 성취가 좌절된다고 느낀다면 다른 곳에서 성취를 추구할 수 있다. 두 가지 상황 모두 생산적이다. 하나는 결혼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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