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게도 정리벽이 발동하는 시기가 있다. 이 시기가 되면, 내 물건들 중에서도 특히 옷과 책을 제대로 정리해야되겠다고 마음 먹게 되는 것 같다. 정리벽 덕분에, 요며칠 옷과 책을 정리하고 있다. 그러면서 물건들에 묻혀있는 과거의 어떤 순간들과 만나고있고, 이 물건들이 가깝고 먼 미래에 어떤 소용이 있으려나 가늠하고 있는 중이다. 옷은 의외로 하루 저녁만에 정리 완료. 요전에 안입는 옷을 추려서 두 박스나 아름다운 가게에 보냈는데, 그제 다시 입지 않을 옷 한 박스가 생겼다. 오랫동안, 언젠가는 입을테다, 라며 붙들고 있었던 옷들이 날개를 달고 다른 시공간으로 가게 되는 걸 생각하면, 정리되는 옷 무게만큼 가벼워지는 것 같다. 그래도 가끔은 그 옷들이 아쉬워지는 순간들이 오겠지만. 책과 서류 정리는 생각..
이 미친 세상에 어디에서라도 행복해야해, 브로콜리 너마저의 '졸업' 후렴구. 요즘 이 노래가 자꾸 입에 맴돈다. 슬픈 노랜데 이상하게 힘을 준다. 일기를 잘 못쓰겠다. 생각해보니 긴 글을 찬찬히 읽어본 것도 까마득하고, 수첩에 to do list를 작성한지도 오래되었다. 마음이, 기쁘지 않은데도 내내 들떠 있었다. 늦잠과 낮잠을 습관처럼 자고 있는데 오늘 저녁엔 코피가 났다! 내가 알지 못하는 동안에도 몸은 피곤한 걸까. 지금 이 시간, 부산 영도 한진중공업 앞에선 최루액을 쏘고 사람들이 연행되고 비가 내리고 함성과 노랫소리와 촛불이 있다. 문득, 지금 여기 내가 누리는 이 고요함이 비현실적이다. 누군가는 자기 삶이 너무 잔잔하다, 하던데, 어쩌면 그 잔잔함은 일렁이는 저 현실들의 이면일 수도. 내일은 ..
토론토 생활 백삼십삼일째 _ 2010년 3월 31일 수요일 토론토를 떠나는 항공권을 예매했다, 5월 20일 저녁 비행기. 오늘이 3월 마지막 날이니, 두달도 안남은 셈이다. 12주 예정이었던 수업도 내일이면 끝난다. 겨울도, 수업도, 끝나지 않을 것만 같이 길게 느껴졌는데. 꼽아보면 삼분의 이, 혹은 사분의 삼 정도를 보냈고, 네 조각 중 한 조각 정도가 아직 오롯이 남아있는 건데, 내 마음은 어느새 떠날 즈음의 날들에 가있다. 그래서 분주하고 아쉽고 무겁고 또 조바심이 조금씩 나는구나. 매일 조금씩 하기로 했던 것(운동, 영어공부, 논문작업) 꾸준히 하고, 봄이 완연해지는 토론토를 느끼고, 여기서의 인연들 잘 갈무리하면, 떠나는 바로 그 날도 다른 날들처럼, 일기 쓰면서 마무리할 수 있겠지. 이렇게 마..
매일 일기를 쓰다보니 블로그에 일기 외에 다른 글을 잘 안올리게 된다. 일기는 보통 저녁 때 쓰거나 제목만 써놓고 미뤄뒀다가 나중에 쓰곤 하는데 그래서인지 그 때 느낀 그 감정과 생각보다는 좀 정리된 편인 것 같다. 여기 와서 저녁을 조금 많이 먹게 된다, 특히 외식을 하면. 음식 양이 좀 많이 나오는 편인데 보통 저녁 땐 시장한 경우가 많고 비싸니깐 아깝다하는 생각에 거의 다 먹기도 한다. 어제도 조금 많이 먹었나, 밤에 조금 뒤척였다, 그러면서 꿈도 여러편 꾸고. 가끔 그런 밤이 있다, 얼른 아침이 됐으면 좋겠는데, 아직이네, 하는. (반대로 그런 낮도 있지. 얼른 밤이 돼서 쉬었으면 좋겠다, 싶은) 간밤도 그런 밤이었는데, 뒤척이다 눈을 뜨니 아직 일곱시 전인데 환해온다. 해가 길어졌구나, 아직 추..
토론토 생활 팔십이일째 _ 2010년 2월 8일 월요일 서울은 비가 내린다는데, 여긴 며칠째 날이 맑다. 사실 맑은 날이 더 춥지만, 그래도 이렇게 맑은 날씨가, 투명해서, 좋다. 김동춘 선생님이 '국제학 센터'에서 '진실과 화해위원회'에 관한 발표를 한다길래 찾아가서 듣고, OISE로 돌아오는 길, 맑고 추운 교정을 걷는데 그 짱짱한 날씨가 좋아서 혼자 좀 웃었다.ㅎ 시간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모래 같이 느껴질 때가 있다. 여기선 설 명절에 할 일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닌데, 괜히 내 마음이 바쁘다. 그리고 종종, 논문 작업의 속도를 생각하면 갑자기 마음이 조급해진다. 시간에 유난히 인색한 나. 조급함이 불안과 함께 찾아오면 늘 쩔쩔매곤 한다. 한번엔 한 걸음밖에 못걷는 것처럼 지금 누릴 수 있는 ..
토론토 생활 사십일일째 _ 2009년 12월 29일 화요일 오늘은, 토론토의 추위를 실감케 하는 날씨! 낮 최고기온이 영하 8도, 최저기온은 영하 16도. 그나마 바람이 안불어서 걸어다니는 게 고통스럽진 않았지만, 거리에서 잠시 마스크 없이 숨을 쉬니깐 목이랑 코가 막 아프다. 그리고 지금은, 북향인 방에 앉아있으니 엉덩이가 시렵다...ㅎㄷㄷ 여전히 도서관엔 사람이 없다. 텅 빈 도서관에 앉아 오늘도 책 읽었다. 크리스마스-연말-연초, 해서 짧은 방학이라 학교가 썰렁하다. 나는 2009년 마지막 날과 2010년 첫날을 제외하곤 매일 학교 갈 예정이다. 전에도 말했지만, 남들 놀 때 공부하는 맛이 쏠쏠하다.ㅋ 우연히, 비슷한 사이트 두 개를 발견했다. http://userstorybook.net/ http..
어릴 때, 동생이랑 싸웠거나, 엄마한테 혼나거나, 괜히 외롭고, 또 슬플 때, 나는 종종 일기를 썼다. 뭐라고 뭐라고 뭐라고 실컷 쓰고 나면, 그러면서, 좀 울고 나면, 마음이 왠지 가벼워져서, 그리고 우느라 힘을 다써서, 일기장을 어딘가 치워놓고, 한잠, 푹 자곤 했다. 자고 일어나면, 다시 세상은 말끔해지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 다시 웃었다. 몇 달동안 술을 한방울도 안마셨다. 전혀 마시고 싶은 생각도 안들던 그 몇달. 그런데 이틀째 밤엔, 누구와 같이 있던 자리였는지 기억이 안나는데, 맥주 한 잔을 받아마셨다. 안마시기가 힘들더라. 그날밤 소주도 한잔 마셨다. 그리고 대구에 있던 그 며칠 동안의 밤엔 매일 맥주 다섯잔 정도를 마시고 잤다. 잠이 안오는데 혼자 말똥거리며 또 눕게 될까봐 겁이 나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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