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게도 정리벽이 발동하는 시기가 있다. 이 시기가 되면, 내 물건들 중에서도 특히 옷과 책을 제대로 정리해야되겠다고 마음 먹게 되는 것 같다. 정리벽 덕분에, 요며칠 옷과 책을 정리하고 있다. 그러면서 물건들에 묻혀있는 과거의 어떤 순간들과 만나고있고, 이 물건들이 가깝고 먼 미래에 어떤 소용이 있으려나 가늠하고 있는 중이다. 옷은 의외로 하루 저녁만에 정리 완료. 요전에 안입는 옷을 추려서 두 박스나 아름다운 가게에 보냈는데, 그제 다시 입지 않을 옷 한 박스가 생겼다. 오랫동안, 언젠가는 입을테다, 라며 붙들고 있었던 옷들이 날개를 달고 다른 시공간으로 가게 되는 걸 생각하면, 정리되는 옷 무게만큼 가벼워지는 것 같다. 그래도 가끔은 그 옷들이 아쉬워지는 순간들이 오겠지만. 책과 서류 정리는 생각..
졸업을 앞두고, 내가 지금 가장 하고 싶은 일은 가르치는 것,이다. 매 학기, 학생들을 교실에서 만나고, 새로운 실험들을 하면서 지식을 생산하고, 서로 감정을 나누고, 그리고 헤어진 뒤, 다시 만나는 일의 반복. 그 가운데에서 뭔가 생성될 수 있을 것 같다. 혼자 앉아서 글만 쓰는 일보다는, 훨씬 생동감있는 일들을 만들어낼 에너지와 아이디어를 그 교실에서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무엇보다, 학생들을 거울삼아, 괴물같이는 살지 않을 수 있을 것 같다. 가장 안정적으로 학생들을 교실에서 만나 수업을 할 수 있는 법은 교수가 되는 것이다. 교수로 임용되면, 별 문제가 없는 한, 65세까지 교실에서 학생들을 만나는 것을 보장받을 수 있고, 월급도 꼬박꼬박 나오니깐. 그런데 지금 내 '스펙'으론 교수가 되는 길은..
일년 내내 수요일 저녁에 만나는 친구들이 있어서 좋았다. 그날 저녁이 되면 법당 3층 강당에 모여 서둘러 법문 들을 준비를 하고, 가벼운 주머니 털어 누군가 준비해온 간식을 나눠먹으며 수다를 떨고, 꾸벅꾸벅 졸면서 법문을 듣고, 밤늦을 때까지 마음과 일상을 나누던, 좋은 친구들. 이 친구들이랑 같은 날, 五戒와 佛名을 받고, buddhist로 새로 태어났다. 더 자유롭고 행복한 사람이 되는 이 길을 같이 걸어가주어서 고마와. 智自在는 지혜를 자유자재로 쓴다,는 의미란다. 내가 가진 지혜들을 더 많은 사람들을 위해 쓰는 사람이 되는 것. 이 새로운 이름이 좋다, 이 이름에 어울리는 사람이 되고싶다.
이 미친 세상에 어디에서라도 행복해야해, 브로콜리 너마저의 '졸업' 후렴구. 요즘 이 노래가 자꾸 입에 맴돈다. 슬픈 노랜데 이상하게 힘을 준다. 일기를 잘 못쓰겠다. 생각해보니 긴 글을 찬찬히 읽어본 것도 까마득하고, 수첩에 to do list를 작성한지도 오래되었다. 마음이, 기쁘지 않은데도 내내 들떠 있었다. 늦잠과 낮잠을 습관처럼 자고 있는데 오늘 저녁엔 코피가 났다! 내가 알지 못하는 동안에도 몸은 피곤한 걸까. 지금 이 시간, 부산 영도 한진중공업 앞에선 최루액을 쏘고 사람들이 연행되고 비가 내리고 함성과 노랫소리와 촛불이 있다. 문득, 지금 여기 내가 누리는 이 고요함이 비현실적이다. 누군가는 자기 삶이 너무 잔잔하다, 하던데, 어쩌면 그 잔잔함은 일렁이는 저 현실들의 이면일 수도. 내일은 ..
1. 오전엔 빈둥대다가 햇살이 진짜 뜨거워지고 나서야 집을 나서는 어리석음. 땀을 한바가지 흘리며 연구실 입성. 에어컨 켜놓고 세시간째 놀고 있다.ㅋ 정확하게 말하면 회피하고 있다. 논문 파일을 열어야 시작을 하는데 그걸 안하고 있는 거다. 더이상 놀 꺼리가 없을 때, 파일을 열고, 징징대는 마음으로 작업을 시작할 것이다, 이거야 말로 오래된 나쁜 나의 습관. 2. 초조함 후회 두려움 하기싫다는마음 자책감 도망치고싶은마음 답답함 욕심. 이런 것들이 내 마음 속을 채우고 있다. 아, 힘이 드는구나. 3. 잘되면 논문이 아니고, 내 마음대로 다 되면 인생이 아니다. 4. 이미 논문을 쓴 박사님들에게 "아, 이렇게 힘든 거 어떻게 하셨어요?" 라고 물으면 대다수는 이렇게들 말하더라. "나 그 때 맨날 밤샜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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