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꺅! 팔월의 마지막날. 게다가 방학도 끝났다. 수업도 없는 내게 방학이 무슨 의미가 있으랴마는, 마음 속으로 자꾸 외치게 된다: 대체 내 방학 어디갔어? 2. 논문 관련하여 작은 노트 하나에 이런 저런 아이디어들을 메모했고, 한글 파일 몇개에다가 긁적여둔 것들이 좀 있다. 요며칠 그것들 꺼내서 다시 읽어보고 있는데, 앗, 감동이군. 제법인데. ㅋㅋㅋ 절대 버리지 말고 지우지 말고 잘 보관해뒀다가 논문 끝나면 이 아이디어들 굴려서 글로 만들어들 봐야겠어. 오호오홍홍. 3. 수영장 갔다가 저녁 먹고 막 문을 닫으려는 까페에 뛰어 들어가 밀크티 한잔을 사서 타박타박 걸어 연구실로 돌아오는 길, 서쪽 하늘의 오렌지 빛이 너무 예쁘다. 이 순간, 시간에 쫓기지 않고 오직 나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여유와 ..
1. 정토회(www.jungto.org)의 단기 출가 프로그램인 '백일출가'를 하려면 삼일동안 만배를 해야한다. (마라톤이나 철봉 매달리기 같은 변태적인 참기 종목에 능한 나로서는 언젠가 이 만배에 도전해보리라,는 도전심이 생김) 만배를 해봤던 몇 친구들에게 어땠냐고 물어보면, 흥미롭게도 서사가 참 다양하다. 삼일 간 만배를 다 채우려면 밥 먹고 자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계속 절만 해야하는데, 다리를 비롯한 온몸이 아파서, 그리고 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지겨움 때문에 정말 하기 싫다는 생각이 오만번(만배의 다섯배?) 정도 든단다. 서사의 다양성은 이 하기 싫음에 대한 반응의 양태다. 어떤 친구는 계속 화가 났단다. 왜 내가 만배를 해야되는데? 엉? 뭐 이런. 어떤 친구는 막 슬펐단다. 어떤 사람은 온갖 사람..
1. 오전엔 빈둥대다가 햇살이 진짜 뜨거워지고 나서야 집을 나서는 어리석음. 땀을 한바가지 흘리며 연구실 입성. 에어컨 켜놓고 세시간째 놀고 있다.ㅋ 정확하게 말하면 회피하고 있다. 논문 파일을 열어야 시작을 하는데 그걸 안하고 있는 거다. 더이상 놀 꺼리가 없을 때, 파일을 열고, 징징대는 마음으로 작업을 시작할 것이다, 이거야 말로 오래된 나쁜 나의 습관. 2. 초조함 후회 두려움 하기싫다는마음 자책감 도망치고싶은마음 답답함 욕심. 이런 것들이 내 마음 속을 채우고 있다. 아, 힘이 드는구나. 3. 잘되면 논문이 아니고, 내 마음대로 다 되면 인생이 아니다. 4. 이미 논문을 쓴 박사님들에게 "아, 이렇게 힘든 거 어떻게 하셨어요?" 라고 물으면 대다수는 이렇게들 말하더라. "나 그 때 맨날 밤샜어,..
1. 같은 꿈을 반복해서 꾼다. 꿈에서 이게 꿈인지 알면서도 같은 행동과 생각, 같은 감정이 반복된다. 아직도 거기, 그 장면에서 못 벗어나는 거로구나. 어쩌면 아주 오래 그럴지도 모르지. 그래도 괜찮다, 한다. 어떤 감정이든 깨끗이 털고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건 아니니깐. 2. 지난 주부터 소화가 잘 안됐는데도, 미련하게 계속 먹어댔다. 그러다 그제, 어제는 좀 많이 아파서 저녁에 일찍 퇴근, 아침에 늦잠을 좀 자고, 오늘은 오전-낮에 집에서 작업을 좀 했다. 죽 일인분을 사다가 아침, 점심, 저녁 세 번 나눠먹었더니 이제사 좀 속이 잠잠. 몸의 여러 부분 중에서도 위가 제일 약한 것 같다. 스트레스를 제일 먼저 알아채고, 가장 먼저 아픈 곳. 그러면서도 그걸 자주 아프도록 하는 나의 오래된 습관들. ..
1. 논문이 완료되어 도서관으로 넘어가지 않는 이상, 여기서 놓여난다는 건 불가능한 거로구나. 초심을 받고 나면 어느 정도 자유로워질 줄 알았는데, 여전히 내 마음은 계속해서 달리고 있다, 쉬지 않고. 마음의 전원을 껐다-켰다 하는 일에 능해야지 길고 긴 이 과정을 제대로 마칠 수 있을 것. 앞으로의 삼 주간은 그걸 연습해보자. 2. 심사 전 삼일간은 장례식장에서 보냈고, 심사하던 날은 새벽부터 일어나 자정까지 자지 않고 버텼다. 심사 다음날이었던 지난 금요일엔 간만에 태극권을 하고 저녁엔 소주+맥주로 달렸다. 권할 때 마다 다 받아먹은 결과, 다음 날 오후 여섯시가 넘어서야 제정신이 돌아옴. 어제 하룬 밀린 빨래와 청소. 정말 미친 듯이 바쁘게 몸을 혹사시킨 한 주가 지나갔다. 그 사이 서른 다섯번째 ..
아침8시부터 2시간여 동안 논문 심사를 받았다. 전혀 떨리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막 긴장돼서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내가 쓴 논문에 대한, 심사위원들의 신랄한 비판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끄덕. 신기하게도 그 신랄함에 기분이 상하지 않는다. 그동안 맷집이 좋아져서 그런가, 아니면, 그 비판들 속에 묻어나는 애정이 느껴졌기 때문일까. 심사 결과는, 한 달 후 再審. 그 때 수정 정도를 보고 통과 여부를 결정하신단다. 최악의 상황은 한 학기 더 논문을 쓰는 건데, 뭐 그것도 나쁘지 않다. 논문에 들인 시간과 에너지에 비례하여 논문의 질이 결정되는 법. 그 시간과 에너지가 부족한 거다, 아직. 귀한 시간과 관심으로 논문의 허점을 지적해주신 선생님들께 너무 고맙다. 내가 잘나서 학위를 받는 게 아니..
1. http://hook.hani.co.kr/archives/7955 뜬금없이 쏘울 푸드 이야기라니. 요즘 난,고기국물 쌀국수. 2. 축제 기간이다. 나에겐 먼나라 이야기려니 했는데, 해가 길어진 늦은 오후, 장터에서 막걸리 두어잔 했다, 수업 듣는 학생들 덕분에. 3. 외롭다. 그래서 트위터도 기웃, 페이스북도 기웃, 미니홈피도 기웃. 곧 끝날 일이지만, 나 혼자, 내가 다 책임지고, 오직 나의 성과로 돌아올 일이라 외롭다, 괴롭다. 4. 몇년 간 전혀 안하시던 논문 지도를 갑자기 해주신 지도교수님의 짧은 코멘트. 그거에 맞는 수정 작업을 하려면 앞으로 사흘간 밤을 계속 꼬박꼬박 새도 불가능할 듯. 5. 징징징징, 대고 싶은데, 막상 그럴 사람이 없고나. (그동안 너무 징징대서?ㅋ) 그래서 여기 이렇..
1. (남들 다 노는데 나만 공부하는 것 같아 억울한 심정으로) 이를 브득브득 갈며 논문 초고를 쓰던 어느 날, 베토벤 교향곡 7번을 연주한다는 콘서트가 있길래 대뜸 예매. 오늘 다녀왔다, 너무 좋았음 @.@ 난 2악장만 애정하는 편식주의자였는데(그래서 CD에서도 2악장만 골라서 들었음), 전악장을 이어 들으니 2악장이 왜 빛나는 부분인지 더 알게됐다. 베토벤이 그랬단다, "나의 음악을 듣는 사람은 누구나 운명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을 얻게 될 것이다"라고. 이 말이 무슨 말인지도 알겠더라. 그가 교향곡 속에 꼼꼼히 넣어둔 에너지를 나의 오감으로 흡수하는 듯한 기분! 2. 저녁을 굶었다. 점심 때 먹은 잡채밥+아메리카노,가 딱 위에 걸려있는 기분이라서. 그러고보니, 체질식 물 건너간지 오래. 처음에 무너진..
1. 피로가 잘 안풀린다. 한달 정도 달렸고, 그런 만큼 하루쯤, 지혜롭게 쉬었으면 좋았겠지만, 월-고량주, 화-칵테일소주, 수-막걸리,로 삼일 내내 늦게 귀가. 술을 많이 마신 건 아닌데, 저녁+술자리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늦게 잠들고 운동도 거의 못한 채 2주 넘게 이렇게 견디고 있는. 오늘도 내내 찌부등. 오전엔 거의 아무 일도 하지 못하겠더라는. 2. 초고를 써서 제출하고, 리듬이 뚝, 끊겼다. 심사 일정을 잡고 원고를 수정하고 제출 전까지 또 수정하고... 이런 과정들에 지레 겁먹기도 했고. 더 깊은 곳에선 박사(혹은 백수)가 된 이후의 삶에 대한 어떤 막연한 불안 같은 게 있었던 듯. 점심 때 이 불안에 관해 이야기를 좀 하고 나니 나아졌다, 물론 말끔해진 건 아니지만. 적어도 실체 없는 어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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