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깜악귀,라는 학내 밴드가 있었는데, 그들의 '빈집'이라는 곡, 진짜 죽인다. 기형도의 '빈집'에 곡을 붙인 건데, 심지어 시보다 더 좋다는 느낌이 들 정도. 원작 소설보다 영화나 드라마가 더 좋기는 어려운 것처럼, 시에 붙인 노래도 마찬가지인데, 요건 완전 예외. 볼륨을 크게 올려놓고 이 노래를 들으면 사랑을 잃는다는 것, 그 마음이 아프면서도 서늘해진다. 좋다. 2. 조금 외롭다고 느낀다. 혼자 연구실에 앉아있거나 추운 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위에서. 누군가 따뜻하고 다정하게 내게 말을 걸어줬으면 좋겠다, 하고 생각하는데. 그 생각의 뒤를 잇는 건, 역시 해야할 일들의 리스트나 냉장고 속에 뭐 먹을 것이 없나, 같은 것들이다. 생각해보면, 외로움이나 그리움이라는 감정도 그렇게 오래 나에게 머무는 ..
두 차례 인터뷰를 하다보면, 두번째 인터뷰에서 목소리도 느낌도 달라진다. 난생 처음 만난 사람에게 자기 인생 얘기를 풀어내고 나서 어떤 생각과 마음을 갖게 되는지 모르겠지만, 대부분의 인터뷰이들은 두번째 만남에서 경계가 풀리고 목소리에 신이 나는 것 같다. 어제 한 두번째 인터뷰 녹음 파일을 오늘 다시 듣고 있는데, 까르르 웃으며 인생의 이 골목 저 골목을 찾아가는 발걸음이 가볍다. 듣고있는 나도 웃게된다. 어쩌면 아주 내밀한 부분까지 알게 되어버리는 이 생애사 인터뷰를 하면서, 참 특별한 만남들이 생겨난다. 친구도 선배도 선생님도 아닌 여자들이지만 나도 모르게 가까워지는 것이다. 그들 인생의 무게 때문에 가끔 우울해지기도 하지만, 어쨌든 지금 살아서 그동안 살아낸 삶을 이야기하는 그들은 아름답다. 논문..
토론토 생활 백육십이일째 _ 2010년 4월 29일 목요일 인터뷰 전사 작업 만큼 진도가 느린 일이 있을까. 11인 * 2회 * 평균 90분 = 약 1980분량을 언제 다 풀까 싶다. 서울 돌아가서 2인 정도 더 인터뷰 할 작정인데, 여름이 끝날 때까지 과연 이 작업이 끝날 수 있을까 의문. Sandra 선생님 왈, 인터뷰(및 전사)와 논문 쓰기 사이에는 깊은 강과 같은 간극이 있어 논문 쓰기 작업으로 전환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라던데, 난 아직도 인터뷰와 전사 작업도 한창이니... 논문은 언제 다 쓰고, 학위는 언제 받을까, 과연 받을 수 있을까... 그나마 다행인 건, 전사 하면서 다시 듣는 인터뷰이들의 이야기가 재미있다는 것. 이어폰으로 녹음 파일을 들으면서 손가락은 바쁘게 타이핑을 하고, 내 마음..
토론토 생활 백십구일째 _ 2010년 3월 17일 수요일 간밤에, 맥주 마시고 좀 놀았다. 펍 가서 마시면 둘이서 보통 30-40불 하기 때문에 될 수 있으면 잘 안가는데, 어젠, 저녁 늦게 도서관에서 나오면서 '안주없이 딱 한잔씩만'을 외치며 펍에 들어갔는데, 마시다보니 기분 업돼서, 게다가 윙 가격이 반값인 요일이라서... 안주도 시키고 피쳐도 한 개 더 시키고... 뭐, 좀 취할 때까지 마셨다. 전차타러 가는 길 담배도 한 대씩 피고, 간만에 비틀비틀 히히덕, 자정 다돼서 귀가. 술깨고 자야한다며 책을 펴들었는데 나도 모르는 새 잠이 든 것 같다. 아침에, 늦잠 자고 일어났는데도 머리는 지끈, 속은 울렁 거린다. 여기 와서 거의 처음, 긴장 풀고 술마시며 놀았던 간밤은 좋았는데, 아침 숙취 만땅 상..
토론토 생활 육십이일째 _ 2010년 1월 19일 화요일 요즘 토론토 날씨가 별로 안춥다. 영상의 날씨였다가 오늘 살짝 추워져서 영하 이도 정도. 집으로 돌아오는 길, 지하철에서 내려서 지상으로 나오니 눈발이 히끗히끗 날린다. 가로등에 비치는 눈송이가 반짝 반짝 빛나는 게 예쁘다. 밤사이 요 눈송이들이 땅에 얼어붙어 내일 아침 등교길엔 미끈거리겠다 싶지만, 지금 이 순간은 좋다. 논문 작업 진도가 느려서, 거기다 청강하는 수업 준비까지 하느라 조바심이 났던 며칠 후로, 이젠 그냥 하루하루 조금씩 나아가고 있는 중이다. 요즘은 인터뷰해 온 내용 들으며 전사(transcription) 중인데, 인터뷰 하면서 그리고 녹음된 것으로도 몇 번 들었던 이야긴데도, 나도 모르게 어떤 부분에선 가슴 졸이고 어떨 땐 박..
http://www.hani.co.kr/section-009049000/2000/009049000200008171827114.html 웹에서 우연히 찾았다. 2000년도 기사. 인터뷰어가 낯익은 사람이라 반갑기도 했고. 기사의 본문 보다도, 사족처럼 붙은 아래 구절이 더 마음에 들었다. "남자들의 권력과 시선을 느끼지 않아도 되는 `나'가 되기 위해 얼마나 오랜 세월이 걸렸으며 또 걸릴 것인가. 교수가 되어 경제력과 사회적 위치가 보장된 후 갖게된 이 개인적 자유는 남성중심체제라는 거대한 권력체계 앞에서 또 얼마나 자유로울 것인가. 남북한 관계를 두고도 여성은 이산가족 상봉 장면에만 등장한다. 여전히 가족이라는 `사적인'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한다. 언론사 사장도 거의 모두 남자들, 두 정상도 남자,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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