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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2010, 토론토 일기

시간의 속도

새빨간꿈 2010. 4. 30. 12:09

토론토 생활 백육십이일째 _ 2010년 4월 29일 목요일

인터뷰 전사 작업 만큼 진도가 느린 일이 있을까.
11인 * 2회 * 평균 90분 = 약 1980분량을 언제 다 풀까 싶다.
서울 돌아가서 2인 정도 더 인터뷰 할 작정인데,
여름이 끝날 때까지 과연 이 작업이 끝날 수 있을까 의문.

Sandra 선생님 왈,
인터뷰(및 전사)와 논문 쓰기 사이에는 깊은 강과 같은 간극이 있어
논문 쓰기 작업으로 전환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라던데,
난 아직도 인터뷰와 전사 작업도 한창이니...
논문은 언제 다 쓰고, 학위는 언제 받을까, 과연 받을 수 있을까...

그나마 다행인 건,
전사 하면서 다시 듣는 인터뷰이들의 이야기가 재미있다는 것.
이어폰으로 녹음 파일을 들으면서 손가락은 바쁘게 타이핑을 하고,
내 마음은 그들의 삶 이야기에 나도 모르게 끌려간다.
가끔은 흐흐흐 같이 웃기도 하고 눈물이 찡, 코가 매워지기도 하고.

최근에 발견한 재미있는 사실...
나에겐 엄마 아니면 이모뻘의 그 여자들의 삶에 있어서
한결같이 비슷한 건, 정말 발바닥에 땀이 나게 바쁘게 종종거리면서,
그러면서도 스스로를 다그치면서 살아왔더라는 것.
어떤 분은 아이를 낳는 순간이 가장 행복했다는데,
그 이유를 묻자 아이낳는 것 만큼 눈에 보이는 생산 활동이 어디있냐는 것.
진도가 더딘 논문 쓰기에 비하면, 아이 낳는 일이야말로
시간과 노력 대비 무지 생산적인 일이 아니냐며 환하게 웃었던 그 표정이 생각난다.

그 여자들의 삶의 서사랑 비슷하게,
시간의 속도에 숨이 차서 더 생산적인 일상을 보낼 순 없나, 하면서도,
이렇게 쫓기면서 공부하는 게 싫어서, 아 시간아 확 지나가 버려라,
하고 주문을 외는 요즘의 나.
양 극단을 오가면서 조금씩 지쳐가는 것 같다.
(지금 이순간에도, 내일은 좀더 일찍 일어나야지, 하는...)



오늘은 아침기도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