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시간은 참 더디가는데, 또 어떤 시간은 참 빠르다. 4월이 어느새 반이나 흘러가버렸나, 오늘 문득 망연자실. 어제 오후엔 동네를 좀 걸었다. 요가를 하지 않는 요일엔 산책을! 벚꽃이 핀 길을 걸어 약국에 가서 철분제 한 통 사고, 건너편 빵집에서 바게트 한 개를 산 후, 제법 떨어져있는 동네 화원까지 가서 흙을 한 봉지 샀다. 늦은 오후, 바람이 조금 차가워졌지만 마루 창을 열어두고 신문지를 넓게 깐 다음, 한 시간 남짓 분갈이를 했다. 좁은 화분에 뿌리가 엉킨 채 겨우 살아있었던 스타티필룸을 두 개의 화분에 옮겨심고, 얼마 전 ㅈㅇ가 선물한 작은 꽃화분을 좀더 넓은 화분에 옮겼다. 겨우내 잘 자라지 않던 군자란에 흙을 좀 더 덮어주고 나니, 8리터 짜리 흙 한 봉지가 바닥 났다. 다음 봄엔 이 식..
1. 어린이날 낮에 듣는 Mondschein-Sonate. 언뜻, 안어울릴 것 같지만, 좋고나! 마음이 노골노골- 2. 지난 주말, 내가 좋아하는 ㄱㅎ 법우님이 문경에서 뜯은 쑥을 보내왔다. 그걸로 된장국을 끓여 봄 기운을 흠뻑 섭취했다. 쑥만 온 게 아니라 따신 마음까지 같이 와서 국을 후루룩 먹는 내 마음도 덮혀졌다. 갑작 방문한 ㅅㄴ언니는 분갈이까지 이쁘게 한 로즈마리 화분을 가지고 왔다. 아침마다 눈 뜨자마자 그 잎들에게로 가서 향기를 맡는다. 밤사이 사라지지 않고 남아있는 두통과 피로가 가시는 느낌. 3. 지금이 구술자들의 말과 이야기들을 가장 잘 '알고' 있을 때다. 왜냐면 가장 몰입해있으니까. 불행한 건, 이 순간을 느긋하게 즐길 시간적 여유가 없다는 것. 그래도 좋다. 이 여자들의 이야기들..
1. 혼자 학교 식당에서 먹고싶지 않은 날이 있다, 가끔. 오늘이 그런 날. 점심으로 김밥이랑 아침햇살, 비요뜨를 사다가 연구실서 먹었다. 비요뜨는 혼자 살 때, 하루에 한 개씩 꼭 사먹었는데, 요즘은 만들어먹는 요쿠르트에 입맛이 길들여졌는지, 맛이 예전같지 않았다. 김밥+아침햇살 셋트는 수영 처음 다닐 때, 아침 먹고 수영하고 매점으로 직행해서 먹었던, '참' 같은 거였다. 그 때 사진보면 얼굴이 오동통, 엉덩이가 동글, 가슴도 좀 컸던 거 같은데, 쩝. 2. 태극권 갔는데 사람이 거의 안왔다. 그래서인지 사범님이 꼼꼼하게 자세도 봐주시고 반복해서 가르쳐주시니 좋더라. 근데 내가 하는 동작을 사범님이 물끄러미 보고 있으면 부끄러워서 잘 못하겠다.(사범님은 딴 생각하며 서있는 것일텐데, 괜히 혼자 부끄러..
수업 끝나고, 떡볶이 먹으며 한 시간 쯤 수다를 떨고, 연구실에 걸어와 거울을 봤는데, 오앗. 닼흐써클이 스모키 화장한 것마냥 짙고 선명하고나. 소파에 잠깐 앉아있다가 공부 시작하자 했는데, 한 시간 가까이 곯아떨어졌다. 세시간 수업이 끝나면 마음은 늘 조금 아쉬운데, 몸은 배터리가 거의 다 닳아서 다운될 지경이었구나. 잠깐의 낮잠으로 원기를 회복하고, 수업 내용 정리하고 수업일지도 쓰려는 참. 오늘은 유난히 날씨가 좋았다. 캠퍼스엔 움트는 꽃들과 잎들이 저마다 안간힘이다. 학생들 데리고 야외에서 실컷 놀고 싶다 싶을 정도로, 예쁜 봄날. 그래서 도종환의 시를 가져가 읽어주었다. 그래봤자, 수업 끝나고 다들 도서관으로 학원으로 다른 수업으로 갔을 것 같지만. 얘들아 곧장 집으로 가지 말고 코스모스 갸웃갸..
1. 하늘은 흐리고 실내는 춥다. 점심을 많이 먹어서인지 몸이 쳐지고 졸린다. 봄낮이 흐른다. 2. 연구실을 옮겼다, 정확히 말하면 두 집 살림 시작. 수업이 있는 요일은 사범대로, 다른 날은 여기로 와서 논문 작업할 작정. 여긴 집에서 자전거로 오기에 편하고,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 바로 옆 테니스 코트의 공치는 소리 이외에는 아무 소리 들리지 않아서 참 조용하고, 창이 크고, 넓은 방에 혼자 있으니 좋다. 이젠 집중할 일만 남았는데, 실은, 어제 오후부터 그게 잘 안된다, 그게 문제. 3. 새 헤어스타일 덕분에 즐겁다. 머리 감고 거울을 보면 딱 검은 라면발을 뒤집어 쓴 모양인데, 머리카락이 마르면서 부피가 점점점점 커지는 게 재미있다. 머리카락 사이로 생기는 공간에 손가락을 집어넣으면 따뜻하다...
1. 깜악귀,라는 학내 밴드가 있었는데, 그들의 '빈집'이라는 곡, 진짜 죽인다. 기형도의 '빈집'에 곡을 붙인 건데, 심지어 시보다 더 좋다는 느낌이 들 정도. 원작 소설보다 영화나 드라마가 더 좋기는 어려운 것처럼, 시에 붙인 노래도 마찬가지인데, 요건 완전 예외. 볼륨을 크게 올려놓고 이 노래를 들으면 사랑을 잃는다는 것, 그 마음이 아프면서도 서늘해진다. 좋다. 2. 조금 외롭다고 느낀다. 혼자 연구실에 앉아있거나 추운 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위에서. 누군가 따뜻하고 다정하게 내게 말을 걸어줬으면 좋겠다, 하고 생각하는데. 그 생각의 뒤를 잇는 건, 역시 해야할 일들의 리스트나 냉장고 속에 뭐 먹을 것이 없나, 같은 것들이다. 생각해보면, 외로움이나 그리움이라는 감정도 그렇게 오래 나에게 머무는 ..
1. 종일 편두통. 진통제를 먹지 않고 하루가 갔네. 견뎠던 건 아니고, 약 먹는 걸 까먹었다. 어떤 고통은 처치할 겨를도 없이 지내다 어느새 흘러가버리곤 한다. 2. 가끔, 상대방에게 대단한 걸 바라고 있는 나를 발견하곤 한다. 그 나이 때의 나는 남의 이야기를 듣지 않는 건 기본이고, 내 경험과 생각이 거의 맞다고 생각했으며, 나보다 나이 많은 사람은 예외없이 다 꼰대로 여겼는데(쓰고보니 진짜 ㅋ. 그 시절부터 지금까지 나를 봐오고도 절교하지 않은 내 친구들, 그리고 선배들에게 갑자기 고맙), 그랬던 내가 지금의 이십대들에게 내가 바라는 건, 남에 대한 배려와 이해심 그리고 인생에 대한 성찰의 태도라니. 오마이갓. 3. 넘어지면 일어나면 된다. 스스로를 지켜보는 힘이 있는 사람들은, 넘어진 줄을 알고..
슬슬, 떠나고 싶어진다. 어제는 태국, 오늘은 인도 뭐 이런식. 심지어 개고생 생고생 다했던 토론토에서의 날들도 괜히 그리워진다. 작년 삼월 사진을 들춰보니 아, 거기서도 이곳에서의 삶과 별반 다르지 않았구나 싶다. 학교 짐에 운동하러 가는 길 봄볕에 감탄하고, 교정 화단에 얼굴 내민 새싹들에 감동하고, 지겨워도 도서관에 앉아 공부하고, 때로 도시의 먼 곳에 나가서 마음에 바람을 넣기도 하고. 멀리 떠나도 여기 그냥 머물러도. 봄이 천천히 와도 성큼 다가와도. 어찌해도 괜찮아,
1. 몸이 좀 안좋아서 오전엔 골골. 오후엔 강의계획서 확정을 목표로 내내 붙들고 있었는데 좀전에 겨우 완료했다. ('인터넷 서핑하면서 할일 미루기' 종목이 있다면 금메달 자신있다.) 수업의 방향을 정하고 꼼꼼하게 구체적인 부분들을 디자인한 뒤 예쁘게 편집까지 하고 나니, 새롭게 만날 학생들이 본격 기대되는군. 수업이라는 건, 완벽하게 하려면 한없이 부담스럽지만, 실험하고 연습한다 생각하면 한 학기 내내 노는 기분으로 진행할 수 있는 묘한 것. 실은 논문이나 다른 일들도 비슷하겠지. 수업을 진행하는 과정이 내 공부와 삶에 자극을 주고 나라는 인간을 성장시켜주는 계기가 된다는 게 좋다. 이렇게 보면, 참 감사한 일이다, 가르칠 수 있다는 것. 2. 나의 이십대를 함께 보낸 (몇 안되는) 소중한 인연 중 한..
1. 오전 열시가 채 안된 아침, 우체국에 가서 편지들을 부치고, 서점에서 한 시간 쯤 이책저책 기웃댔다. 의 새 양장본은 그럴 듯 해보이지만 별로 안이뻤고, 한 장 한 장 넘기며 본 은 마음을 충만하게 만들어줬다. '빈집' 바로 다음 시가 '먼지투성이의 푸른종이'라는 걸 발견, 한 단어씩 천천히 읽어내려 가는 게 좋아서 한참 시집을 붙잡고 서 있었다. 여성학 책장으로 이동해서는 몇 권의 책 목차를 쉬리릭 빠르게 검토하고 몇몇은 메모메모. 교육학 책장에서는 사토 마나부와 조한혜정 선생님 책을 만지작만지작 했다. 최근에 번역된 교육사회학 논문집에서 딜라보어가 쓴 몇 단락을 좀 읽다가, 엉뚱하게도 를 즉흥 구입. 논문도 논문이지만, 수업의 아이디어를 던져주는 텍스트들을 지금 필요로 하는구나. 이른 아침 서점..
- Total
- Today
- Yesterday
- 가을
- 아침
- 일기
- 토론토
- 일다
- 열등감
- 인터뷰
- 박완서
- 토론토의 겨울
- 영어
- UofT
- 봄
- 일상
- 여행
- 감기
- 교육사회학
- Toronto
- 기억
- 맥주
- 논문
- 졸업
- OISE
- CWSE
- 엄마
- 켄싱턴 마켓
- 선련사
- 교육대학교
- 봄비
- Kensington Market
- 인도
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2 | 3 | 4 |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