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토 생활 백팔십이일째 _ 2010년 5월 19일 수요일 짐을 싸도 싸도 끝이 없다. 오전 열한시쯤 시작해서 오후 세시가 넘어서야 짐싸기 완료. 씻고, 피곤한 몸을 끌고 다운타운으로 나갔다. 날씨는 죽여주는 햇살에 덥다. 다들 여름 옷 차림에 이번 주말부터 시작되는 긴 연휴에 조금 설레는 분위기. 내일 이 도시를 떠나는 내게 이런 날씨와 분위기는 그저 지나가는 관광지의 풍경 같다. ㅂㄴㅁ 아줌마와 작별 인사를 하기 위해 학교 근처 편의점에 들렀고, 크리스티 역 근처에 가서 곰탕 한 그릇을 배부르게 먹었다, 몇 주전 ㄴㄹ 언니랑 갔던 그 곰탕집. 짐싸기의 피로를 덜어줄만큼 식사는 훌륭했고, 아 너무 많이 먹었다 하며 블로어 길을 한참 걸었다. 지난 겨울이 시작될 즈음부터 지금까지 가장 많이 걸었던 길, ..
토론토 생활 백팔십일일째 _ 2010년 5월 18일 화요일 오늘 마지막으로 OISE 방문. CWSE 가서 제이미, 사라와 작별인사를 하고, 록산나 선생님도 수업하시는 걸 기다렸다가 만나 작별인사를 마쳤다. 자주 가진 않았지만, 문 앞에 내 이름이 붙어있던 오피스의 열쇠를 제이미에게 돌려주고, 우리 다시 언제 만날까, 하고 눈을 마주치는데 마음이 찡하다. 몇 번이나 고마와, 고마와, 작별의 허그를 하고, 잘가, 행운을 빌어, 하고 진심이 담긴 축복을 해줬다. 록산나 선생님은 '너 언제 다시 와?' 하더니, 마지막까지 '꼭 다시 와!' 하고 웃는다. 이런 식의 작별인사, 마음에 든다. 만나고 헤어진다는 건, 언제나 반복되는 거니까. OISE에 처음 왔던 날, 록산나 선생님 만나기 전 긴장했던 게 떠올라, 큭..
토론토 생활 백칠십삼일째 _ 2010년 5월 10일 월요일 점심 때 안젤라를 만났는데 '이거 너 줄께' 하면서 이 티셔츠를 내민다. 지난 겨울(?) 여연에서 했던 콘서트 기념 티셔츠란다. 안젤라 친구 중에 덩치가 무지 큰 미국 남자애가 있는데, 저걸 입고 서울 지하철을 탔더니, 다들 쳐다보고 웃고... 그랬단다. 한글 모르는 나라에서는 입고다닐만 하겠지만, 저걸 서울에서 입고 돌아다닐 수 있을까 몰라.ㅋ 스스로 페미니스트,라 칭하는 안젤라는 요가 선생에 여성 인권 전문가, 한국 '위안부' 문제 관련 토론토 내 전문가(?)인데다가 채식주의자, 성인 교육 전공 석사다. 이번에 OISE 학생회 회장이 된 제프가 언젠가 표현했던 대로 엄청난 사회 자본을 가진 사람이다, 안젤라. 그녀와 베지테리언 '고급' 식당 ..
토론토 생활 백칠십이일째 _ 2010년 5월 9일 일요일 간만에 아프다. 낮부터 속이 안좋아서 소화제 한 알 먹고 선련사 법회 갔는데, 가는 지하철에서도, 법당에서도 속이 아파서 끙끙. 다행히 명상하고 챈팅하면서 조금 나아졌지만, 속이 안좋으니 몸이 가라앉는다. 토론토는 지금 무지 춥다. 간밤엔 눈도 날렸다한다. 사람들은 다시 겨울옷을 꺼내입기도 하고, 나도 물론 코트를 다시 입고 다닌다. 봄이 다온 듯, 꽃도 잎도 다 났는데, 겨울 바람같은 찬바람이 며칠 째 휭휭 불고 있으니 나무들이 몸살을 앓는 건 아닐까 걱정이. 이제 떠날 날이 다가오고, 사람들과는 이별을 고하는 만남을 갖고 있고, 할 일 리스트를 작성하면서 동시에 뭔가 하나씩 해치우고 있다. 별로 좋다,고 생각해본 적 없는 도시, 토론토도 떠나려..
토론토 생활 백칠십일일째 _ 2010년 5월 8일 토요일 지난 겨울부터 한 번 놀러오라던 Ken 네 집에 다녀왔다. 초대 메일에는 바베큐 파티가 예정돼있다 했는데 겨울같이 차가운 날씨에 비+돌풍 탓에 Ken 아내인 Huyn이 만든 특제 베트남 쌀국수로도 메뉴 변경. 베트남 출신답게 Huyn의 쌀국수는 내가 먹어본 것 중 최고였음. 투썸즈업!!! 나와 양 말고도 두 커플이 더 초대됐는데, 모두 여덟 명이었던 오늘 저녁 식사의 참가자들의 출신을 적어보자면: 캐나다+베트남, 한국+한국, 캐나다+중국, 남아메리카+?(흑인). 백인이 둘 밖에 안되는 조합이라 그런지, 왠지 마음이 편안하더라. 아시아 출신 여자들끼리 매운 고추 나눠먹으며 수다 떨기도 하고, 남아메리카 출신의 여자와는 아프리칸, 아메리칸 흑인의 역사..
토론토 생활 백칠십일째 _ 2010년 5월 7일 금요일 오늘은, 나와 양의 OISE에서의 공식적인 일정이 마무리되는 날. 간만에 케빈,나,양 셋이서 펍으로 고고. carrot mob 뒷풀이 파티를 했던 이 바에서 처음 살구 맥주(apricot beer)를 먹었는데, 진짜 맛있다! 냠냠 맥주 한 잔 마시고 윙이랑 프라이, 치즈까지 안주도 제법 풍성하게 시키고... 펍에서의 금요일 저녁... 즐겼다.ㅎ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한국의 영어 교육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한국의 한 대학에서 영어를 가르쳐본 경험이 있는 케빈 말로는, 실제 영어 교육 과정을 포함한 틀이 거의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영어 교육을 이루어지는 교실이야말로 사회적 정의와 비판적 논의를 다룰 수 있는 공간이란다. 그래서 자신은 영어 ..
토론토 생활 백육십팔일째 _ 2010년 5월 6일 목요일 오늘은 구름이 낮게 드리워진 날씨. 십여분 간격으로 맑았다 흐렸다를 반복하고, 종일 바람이 셌다. 비가 올 것 같아서 우산을 챙겨 나갔는데 그거 대신 머플러를 하나 넣어다닐껄, 싶었던 날. 전차가 다니는 길엔 전선들이 그물처럼 엮어져있다. 구름이 많은 날엔 저 그물이 구름 덩이들을 받치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사진을 들여다보니, 어느새 무성해진 녹색 잎사귀들이 새삼스럽다. 봄의 한가운데, 시간이 어느새 이렇게 지나버린걸까. 점심은 Kensington Market 근처의 이름난 베트남 국수집 Pho Heung에 가서 먹었다. 몇 번 지나치다 보니 늘 사람들이 북적였는데, 몇 사람이 꽤 유명한 집이라 해서 한 번 가보자, 했던 곳이다. 과연, ..
토론토 생활 백육십칠일째 _ 2010년 5월 5일 수요일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왔고, 어설픈 영어로 발표하는 걸 애정어린(혹은 안절부절한) 눈빛으로 봐주는 친구들이 있었고, 잘 이해되지 않는 질문을 엉성한 답으로 받아치긴 했지만 좋은, 많은 질문들로 충분히 도움 받았다. 지난 몇달간 인터뷰하고 녹취하고 이론서를 보고 논문 주제를 고민했던 시간들이 스물 네장 짜리 ppt 로 정리되었고 나는 '연습한대로' 떨지 않고 이야기했다. 늘, 논문 작업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고 여긴 시간들이었는데, 발표 하느라 정리해보니, 그리고 Sandra 선생님이 (고맙게도) 지적해준 것처럼, 제법 생각의 발전이 있었던 것 같다. 했다,는 것만으로도 임파워될 것 같았던, 그런데 실상은 어떤 자리에서보다 더 많은 도움을 받을 수 ..
토론토 생활 백육십육일째 _ 2010년 5월 4일 화요일 한국은 오늘 벌써 어린이날,이겠다. 휴일이고, 날씨는 좋고, 아이들은 부모 손 잡고 어디로 가고 있을라나. 부모가 없거나 있어도 가난한 애들한테 이런 날은 좀 안좋은 날이지. 나도 어릴 때, 어린이날이라고 티브이에서 부모한테 선물 받는 아이들 모습 나오면 괜히 소외감 들고 그랬던 기억이 난다. 캐나다엔 family day, mother's day 심지어 father's day도 있지만, 어린이날은 없는 거 같다. 내일(여긴 아직 5월 4일)도 아무 날 아니고 평일이다. 게다가 나는 내일 점심 때 CWSE Brown Bag Series 에서 발표를 한다. 아무도 내게 하라 시킨 적 없는 발표를, 삼월 어느날, 스스로 하겠다고 했다. 물론 발표 준비 ..
토론토 생활 백육십오일째 _ 2010년 5월 3일 월요일 지금 사는 이 방, 겨울 내내 무지무지 추웠다. 북향 창 두개랑 동북향 창 한개가 있는 방이다. 그래서 하루 내내 볕이 잘 안든다. 심지어 봄이 되고 나서도 가끔 추웠다. 일주일 전만 해도 '보일러(온돌방이 그리워서 침대 위에 깔아놓은 전기 장판을 이렇게 부르고 있음..ㅋ)' 켜놓고 잤다. 창틀에 붙여둔 방한용 비닐을 아직도 안떼어내고 있다, 혹 또 추울까봐. 그런데 동북향으로 난 창에서 보는 아침 풍경 하나만은 참 좋다. 새벽에 화장실 가려고 깨서 보면 저렇게 붉은 햇살이 하늘을 가득 물들이곤 한다. 운이 좋으면 아침 해 뜨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왠만한 하늘은 건물에 가려져 있고, 부자 동네 몇 개를 제외하고는 벽과 벽이 다닥다닥 붙어 창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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