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토 생활 백이십일일째 _ 2010년 3월 19일 금요일 유난히 배가 고픈 날이 있다. 오늘은 운동 마치고 나오니 도서관 책상이라도 씹어먹을 것 같은 허기! 이런 날엔 좀 자극적인 음식이 땡기는데, 그래서 햄버거나 볶은 국수 같은 걸 머릿 속에 떠올리고 있었다. Kensington Market 쪽엔 아무래도 먹을 만한 음식이 많기 때문에 College 길에서 전차 타고 시장까지 갔다. 내려서 걷는데 온통 중국 음식점, 중국 상점이다. 아 맞다, 여기가 차이나 타운이지. 토론토 와서 며칠 안지났을 때, 우연히 한 번 지나간 거 말고는, 여길 제대로 본 적이 없었다. 중국 하면 믿을 수 없는 음식과 상품을 만들어 파는 나라, 라는 인식이 있다. 그래서 차이나 타운도 부러 찾아오지 않은걸까, 싶다. 암튼, ..
토론토 생활 팔십일일째 _ 2010년 2월 7일 일요일 켄싱턴 마켓의 브런치 식당에서 발견한 빨간 목도리 아저씨. 여기선, 가끔 사십대 이상의 사람들에게서 깜짝 놀랄 감각을 엿보곤 한다.ㅎ 일요일 낮 햇살 안에, 하얀 머리와 빨간 목도리, 소라색 풀오버가 서로 참 잘 어울린다. 표정까지 살아있어서 도촬의 보람을 느끼게 해준 센스쟁이 아저씨. 다음주 몬트리올 여행을 이 식당에서 의논했다, 케빈이랑 양이랑. 케빈이랑은 의도치않게 토론토 절친 되겠다, 꽤 자주 만나고 어울리게 되네. 아침에 법회 갔다가 이렇게 점심을 길게 먹고 도서관에 갔더니 피로와 졸음이. 집에 돌아와 샤워하고 앉으니 좀 낫다. 머릿속은 논문 생각으로 뒤죽박죽이지만 마음은 가볍고 단순하다. 잘 안되면 될 때까지 하고, 하다 지치면 쉬었다 하..
토론토생활 팔십일째 _ 2010년 2월 6일 토요일 나는 맑은 날씨를 좋아하는데, 그래서 일어나면 제일 먼저 창밖 하늘을 본다. 오늘 아침, 토요일답게 늦잠 자고 일어나 창밖을 보니, 쨍,하니 좋다. 맑은 날엔 습관처럼, "이런 날에 CN타워 가야되는데!" 하곤 했는데, 오늘은 말만 않고 아점 챙겨먹고 나섰다. 북쪽 끝인 우리집에서 남쪽 끝인 호숫가까지는 지하철로 사십분 정도. 남산타워도, 63빌딩도 한 번 안가보구선, 여기선 이렇게 관광객 노릇을 하는구나, 싶다. 엘리베이터를 타니 순식간에 삼백미터도 넘는 높이에 도착한다. 유리창 너머로 보는 토론토 시내와 'sea'라고 불린다는 넒고 푸른 온타리오 호수. 산이 없는 토론토는 평평한 땅에 건물과 작은 집들, 나무들 그리고 길들로 빼곡하다. 온타리오 호수..
토론토 생활 칠십사일째 _ 2010년 1월 31일 일요일 오늘은, 어쩌다가, 라는 기부 행사에 자원 봉사 다녀왔다. 여기서 알게 된, 한국인 이민자 한 분이, 토론토에서 아이티 어린이를 돕는 행사가 있는데, 한국어 할 줄 아는 자원봉사자가 필요하다는 메일을 보냈길래, 선뜻, 한 번 해보겠다고 답장을 했던 것이 오늘 일의 시작이었다. 자원 봉사 가기 전에 사전 조사를 해봤더니, 이 행사는 토론토에 사는 다양한 인종과 언어의 사람들이 자신들 모국어로 편하게 아이티 어린이를 위해 기부할 수 있도록 토론토 방송국들과 핸드폰 회사인 벨(Bell)사, 각 국 출신의 이민자 단체 등이 함께 개최한 것이었다. 토요일과 일요일 이틀 동안 케이블 방송으로 아이티 기부 호소 방송과 전화번호를 내보내면 각국의 언어가 가능한 ..
토론토 생활 칠십이일째 _ 2010년 1월 29일 금요일 기온이 뚝 떨어졌다. 아침에 집을 나서며 일기예보를 보니, 영하 16도에 체감온도는 영하 이십도 보다 더 낮다. 방안에 앉아있어도 춥다. 전기 담요를 가져온 게 정말 다행이라고 몇 번씩이나 다시 말할 정도. 이렇게 추운데 오늘, 여기저기 종일 돌아다녔다. 오전엔 젠더 스터디 센터 일층에서 공부하다가 옆 건물 라운지에 갔더니 중고책 세일을 하더라. 슬슬 구경하다가 벨 훅스의 {Teaching to Transgress}를 1불에 건졌다. 비디오테잎이랑 디비디도 팔던데 {South Park} 보니 ㅇㅎ이 생각이 나더군. 난 이 만화영화 보면서 '캐나다'라는 나라를 처음으로 머릿 속에 인식시켰달까. 하나 사다 줄까 망설이다가 말았는데, 담에도 또 있으면 ..
토론토 생활 칠십일일째 _ 2010년 1월 28일 목요일 수업이 끝난 목요일 오후 네시. 11층에 있는 강의실의 한쪽 면은 온통 남쪽으로 난 유리창이다. 이 도시의 남쪽엔 큰 호수가 있다. 오늘은 차고 맑은 날씨, 유리창 너머 도시의 남쪽 저 끄트머리에 반짝 하고 빛나는 호수의 한 자락이 보인다. 이 곳에 와서 가장 이쁜 도시 풍경이다. 열 명 남짓한 수강생들은 책가방과 외투를 챙겨 하나 둘 강의실을 빠져나가고 나는, 수업 시간에 몇 마디 못한 게 아쉬워서인지 선생님께 연구 방법론에 관한 질문 한 두 가지를 서툰 영어로 건넨다. 반쯤의 친절과 반쯤의 사무적인 태도를 갖춘 이 노교수는 다음 시간까지 너에게 도움 될 만한 것을 찾아와보겠노라고 신뢰로운 약속을 해준다. 고맙습니다, 선생님, 하는데, 한 마디 ..
토론토 생활 육십육일째 _ 2010년 1월 23일 토요일 어제 낮부터 엄청 피곤하다 느껴져서, 오늘은 아무 데도 나가지 말고 집에서만 빈둥거리자, 마음 먹고. 낮잠도 푸욱 자고 반경 1~2미터 내만 돌아다니다가, 밥 먹은 거 소화도 안되고, 마음도 답답해서, 늦은 저녁, 모자쓰고 목도리 두르고 꽁꽁 싸맨 다음, 지하철 한 정거장 거리만큼 걸어서 마트에 다녀왔다. (토론토는 큰 도시라 그런 지 마트가 엄청 많고 크고 쾌적하다. 주말즈음 일주일치의 장을 봐서 일주일 먹고 또 가서 장보고... 이런 식의 사이클이 된다. 서울에서보다 자주 간다.ㅋ) (양파 종류도 무지 다양. 이런 저런 야채 구경도 재밌다. 가만 보면 눈감고 웃고 있다, 혼자) 여긴 물가가 높은 만큼 마트에서 파는 물건들도 한국보다 대부분 비싸..
토론토 생활 오십일째 _ 2010년 1월 7일 목요일 _ 첫수업 생각만큼 안들리고, 기대보단 안쫄았다. 영어로 의사소통을 자유롭게 하는 학생들이 부러웠지만 괴로울 정도는 아니었다. 애커 선생님처럼 좋은 할머니 선생님이 되고 싶다. 65세 정도 쯤 됐을 때의 롤모델이 생겼다는 건 나에겐 정말 큰 행운. 과연 12주 간의 수업을 서바이브할 수 있을까 지금도 실은 의심스럽기만 하지만, 수업 마치고 애커 선생님에게 한 말 처럼, I will try this. _ 오십일 토론토 도착한 그 날, 캐나다에서 지낼 날짜를 꼽아보니 딱 220일이었다. 그 첫날, 여기서 지내는 220일 동안 매일 일기 쓰기, 영어 공부 하기, 아침 기도 하기, 운동하기를 다짐했다. 오늘로 딱 오십일이 지났다. 영어 공부와 운동은 빠지는 ..
토론토 생활 첫날 _ 2009년 11월 19일 목요일 한국 시각으로 밤 열시에 비행기를 타서 토론토 시각으로 새벽 한시에 도착했다. 약 열여섯 시간 의 여행. 긴 비행 때문인지, 시차적응 때문인지 피곤하고 졸린다. 토막잠을 조금씩 자면서, 컨디션 조절을 하고 있다. 입국 심사하는 곳에서, 평소답지 않게 긴장되고 떨렸다. 캐나다는 대사관에서 비자를 발급해주지 않고, 비자 발급에 도움이 되는 문서만 준다. 밴쿠버 공항의 이민 담당 부서에서 입국하는 사람들 중 비자를 받고자 하는 사람들을 일일이 인터뷰하고 발급하는 것이 여기 절차이다. 은행 창구 같이 생긴 곳 너머에는 캐나다 이민국 직원들이 앉아있고, 외국인들은 줄을 서있다가 자기 차례가 되면 캐나다에 온 이유를 설명한다. 그러면 직원들은 캐나다에서 무엇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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