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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토 생활 오십일째 _ 2010년 1월 7일 목요일
_ 첫수업
생각만큼 안들리고, 기대보단 안쫄았다. 영어로 의사소통을 자유롭게 하는 학생들이 부러웠지만 괴로울 정도는 아니었다. 애커 선생님처럼 좋은 할머니 선생님이 되고 싶다. 65세 정도 쯤 됐을 때의 롤모델이 생겼다는 건 나에겐 정말 큰 행운. 과연 12주 간의 수업을 서바이브할 수 있을까 지금도 실은 의심스럽기만 하지만, 수업 마치고 애커 선생님에게 한 말 처럼, I will try this.
_ 오십일
토론토 도착한 그 날, 캐나다에서 지낼 날짜를 꼽아보니 딱 220일이었다. 그 첫날, 여기서 지내는 220일 동안 매일 일기 쓰기, 영어 공부 하기, 아침 기도 하기, 운동하기를 다짐했다. 오늘로 딱 오십일이 지났다. 영어 공부와 운동은 빠지는 날이 더 많았지만, 일기 쓰기와 아침 기도는 매일 빠지지 않고 했다. 아침 기도를 오십일 간 매일 했다는 게 참 좋다. 하루에 한 번, 내 마음을 돌아보고, 내 삶과 내 인연들을 다시 생각해보는 시간이 있어서, 주눅 들어도 낯설어도 하기 싫어도 후회 되어도, 지난 오십일간 추운 겨울을 담담히 살아올 수 있었던 것 같다.
_ 맥주 한잔
토론토에서 새로 사귄 친구 케빈이랑 맥주 한 잔 했다. 술 한 잔 마시니 영어가 좀 잘되더라. 간만에 실컷 웃고 긴장 풀린 상태로 좀 놀았다. 미국 켄터키 출신의 케빈은 한국에서 2년 인가 살았고 한국 평화 교육으로 석사논문을 쓰고 있다. 내가 젠더 문제에 관심 있다 하니깐 쥬디스 버틀러를 들먹이며 아는 척 하더니, 세번째 만난 오늘 드디어 본색을 드러내더라. 한국의 어느 동네에 가야지 이쁜 여자들이 많냐면서... 남자들이 예쁜 여자 밝히는 건 어디나 똑같구나. 이러니 나도 다른 나라 페미니스트 만났을 때 반가운 건가...하는 생각. 그런데 이상하게 별로 밉지 않고 웃겼다. 맥주 딱 한잔에 취해서 그랬나.ㅋ
오늘은, 아침기도와 영어 작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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