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 www.yelp.ca) 파란만장했던 토론토 시절(으힉 어느새 이년 전이고나). 그 때를 생각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 중 하나가 사진 속 식당에서 먹었던 싸고 담백했던 중국음식들이다. (첫번째 사진은 식당 간판과 전경, 두번째 사진은 야채 볶음) 선련사(http://zenbuddhisttemple.org/)의 삼우스님 따라 한 번 간 이후, 저녁이나 점심 먹으러 몇 번 더 찾아갔었다. 휴일에도 부러 가서 먹은 적도, 문을 닫는 날이라 허탕친 적도 있었던 듯. 식당 이름은 Buddha's Vegetarian Foods. 주소는: 666 Dundas St W Toronto, ON M5T 1H9. 내가 제일 좋아했던 메뉴는 이푸 누들 어쩌구 였는데, 부드러운 면과 청경채, 버섯 등의 채소를 듬뿍..
슬슬, 떠나고 싶어진다. 어제는 태국, 오늘은 인도 뭐 이런식. 심지어 개고생 생고생 다했던 토론토에서의 날들도 괜히 그리워진다. 작년 삼월 사진을 들춰보니 아, 거기서도 이곳에서의 삶과 별반 다르지 않았구나 싶다. 학교 짐에 운동하러 가는 길 봄볕에 감탄하고, 교정 화단에 얼굴 내민 새싹들에 감동하고, 지겨워도 도서관에 앉아 공부하고, 때로 도시의 먼 곳에 나가서 마음에 바람을 넣기도 하고. 멀리 떠나도 여기 그냥 머물러도. 봄이 천천히 와도 성큼 다가와도. 어찌해도 괜찮아,
토론토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거기를 떠나고 나서도 좀 궁금하다. 메일링리스트로 온 이 행사 안내를 보고 있자니 나도 가보고싶다, 하는 마음이 생기네. 반 성매매 운동의 논의 자체가 궁금하다기 보다는, 어떻게 이야기되고 받아들여지는지,가 궁금해서. 무엇보다도 눈에 확, 띤 건, 한국말로 이야기하고 통역을 해준다는 것. 흐흐. ----------------------------------------------------- The Centre for Women’s Studies in Education (CWSE) and the Women’s Human Rights Education Institutes (WHRI) presents The Unfinished Story: An exploration of the a..
토론토 생활 백팔십이일째 _ 2010년 5월 19일 수요일 짐을 싸도 싸도 끝이 없다. 오전 열한시쯤 시작해서 오후 세시가 넘어서야 짐싸기 완료. 씻고, 피곤한 몸을 끌고 다운타운으로 나갔다. 날씨는 죽여주는 햇살에 덥다. 다들 여름 옷 차림에 이번 주말부터 시작되는 긴 연휴에 조금 설레는 분위기. 내일 이 도시를 떠나는 내게 이런 날씨와 분위기는 그저 지나가는 관광지의 풍경 같다. ㅂㄴㅁ 아줌마와 작별 인사를 하기 위해 학교 근처 편의점에 들렀고, 크리스티 역 근처에 가서 곰탕 한 그릇을 배부르게 먹었다, 몇 주전 ㄴㄹ 언니랑 갔던 그 곰탕집. 짐싸기의 피로를 덜어줄만큼 식사는 훌륭했고, 아 너무 많이 먹었다 하며 블로어 길을 한참 걸었다. 지난 겨울이 시작될 즈음부터 지금까지 가장 많이 걸었던 길, ..
토론토 생활 백칠십이일째 _ 2010년 5월 9일 일요일 간만에 아프다. 낮부터 속이 안좋아서 소화제 한 알 먹고 선련사 법회 갔는데, 가는 지하철에서도, 법당에서도 속이 아파서 끙끙. 다행히 명상하고 챈팅하면서 조금 나아졌지만, 속이 안좋으니 몸이 가라앉는다. 토론토는 지금 무지 춥다. 간밤엔 눈도 날렸다한다. 사람들은 다시 겨울옷을 꺼내입기도 하고, 나도 물론 코트를 다시 입고 다닌다. 봄이 다온 듯, 꽃도 잎도 다 났는데, 겨울 바람같은 찬바람이 며칠 째 휭휭 불고 있으니 나무들이 몸살을 앓는 건 아닐까 걱정이. 이제 떠날 날이 다가오고, 사람들과는 이별을 고하는 만남을 갖고 있고, 할 일 리스트를 작성하면서 동시에 뭔가 하나씩 해치우고 있다. 별로 좋다,고 생각해본 적 없는 도시, 토론토도 떠나려..
토론토 생활 백칠십일째 _ 2010년 5월 7일 금요일 오늘은, 나와 양의 OISE에서의 공식적인 일정이 마무리되는 날. 간만에 케빈,나,양 셋이서 펍으로 고고. carrot mob 뒷풀이 파티를 했던 이 바에서 처음 살구 맥주(apricot beer)를 먹었는데, 진짜 맛있다! 냠냠 맥주 한 잔 마시고 윙이랑 프라이, 치즈까지 안주도 제법 풍성하게 시키고... 펍에서의 금요일 저녁... 즐겼다.ㅎ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한국의 영어 교육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한국의 한 대학에서 영어를 가르쳐본 경험이 있는 케빈 말로는, 실제 영어 교육 과정을 포함한 틀이 거의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영어 교육을 이루어지는 교실이야말로 사회적 정의와 비판적 논의를 다룰 수 있는 공간이란다. 그래서 자신은 영어 ..
토론토 생활 백육십오일째 _ 2010년 5월 3일 월요일 지금 사는 이 방, 겨울 내내 무지무지 추웠다. 북향 창 두개랑 동북향 창 한개가 있는 방이다. 그래서 하루 내내 볕이 잘 안든다. 심지어 봄이 되고 나서도 가끔 추웠다. 일주일 전만 해도 '보일러(온돌방이 그리워서 침대 위에 깔아놓은 전기 장판을 이렇게 부르고 있음..ㅋ)' 켜놓고 잤다. 창틀에 붙여둔 방한용 비닐을 아직도 안떼어내고 있다, 혹 또 추울까봐. 그런데 동북향으로 난 창에서 보는 아침 풍경 하나만은 참 좋다. 새벽에 화장실 가려고 깨서 보면 저렇게 붉은 햇살이 하늘을 가득 물들이곤 한다. 운이 좋으면 아침 해 뜨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왠만한 하늘은 건물에 가려져 있고, 부자 동네 몇 개를 제외하고는 벽과 벽이 다닥다닥 붙어 창으로 ..
정오즈음, 지하철 역을 나오는데 비가 후두둑 내린다. 어제, 그리고 오늘 아침녘 더웠던 공기에 찬 빗물이 그어진다. 이내 흙과 땅에 빗물이 스미는 냄새가 난다, 더운 날, 비가 내리기 시작할 때의 냄새. 그렇구나, 오월이다. 몇 년동안이었을까, 나한테 오월 일일은 늘 '노동자의 날'이다. 거리에 나가 데모꾼들 틈에 앉아 구호를 외치고 노래를 부르는 날. 서울에 있었다면, 노동절 집회 장소로 서울 광장을 불허했다는 서울시와 정부에 화를 버럭버럭 내면서 어딘가, 집회가 열리는 장소로 가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이 시간. 그런데, 우연히 알게되었다, 오늘이 여름의 시작이라는 것. 고대 켈트족에겐 오늘이 이런 의미였단다: 여름이 시작된다는 날, 달에게 빌고, 불 위를 건너 뛰어가 다산과 생명의 풍요로움과 공동체..
토론토 생활 백오십사일째 _ 2010년 4월 21일 수요일 청강하던 수업 종강하고 몇일 빈둥거리고 뭐 했는지 기억 안나는 날들이 좀 지나고... 나니, 어느새 토론토 생활도 한달 정도 남았다. 한달 남았다 생각하니 저절로 조바심이 생긴다. 해야할 일들, 챙겨야할 것들을 리스팅하고, 토론토 떠난 이후의 일정들도 바쁜 마음으로 세워보게 된다. 우선은, 여기 와서 늘 친구 없어 심심하다, 생각했었는데 막상 떠나려니 한번쯤은 만나 갈무리해야할 인연들이 있다. 이번 주~다음 주는 그런 만남들이 많다. 어젠 양의 친구의 친구의 친구인 Ken, 오늘은 OISE 박사과정 Jeff, 내일은 나와 양의 클래스메이트였던 Janie, 금요일엔 '드디어' 나이아가라 폭포에 가기로 했고(왜 '드디어'냐면, 토론토 제일의 관광지가..
토론토 생활 백오십삼일째 _ 2010년 4월 20일 화요일 토론토에 와서 지내는 지난 다섯달 동안 나는 편안하고 가볍지 않았다. 아주 고통스러웠던 것은 아니지만, 뭔가 불편하고 무거웠던 시간들. 그런데 내가 여기서 경험하고 있는 어떤 '불편함'의 정체가 무엇인지 그걸 잘 모르겠다. 때로 그건 영어를 잘 못하는 것에 대한 열등감이기도 하고, 가끔은 내가 현재의 지구 질서의 주변부 출신이라는 것에 대한 안도감 섞인 자조감이기도 하고, 이 질서와 권력 구조에 대한 분노나 억울함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런 표현들로는 도무지 그려낼 수 없는 어떤 복잡한 심경들이 모종의 '불편함'을 이루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것을 설명하고자 한다. "여기서의 경험 어땠니? 너한테 좋았어?"라고 묻는 사람들에게 그리고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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