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토 생활 칠십일일째 _ 2010년 1월 28일 목요일 수업이 끝난 목요일 오후 네시. 11층에 있는 강의실의 한쪽 면은 온통 남쪽으로 난 유리창이다. 이 도시의 남쪽엔 큰 호수가 있다. 오늘은 차고 맑은 날씨, 유리창 너머 도시의 남쪽 저 끄트머리에 반짝 하고 빛나는 호수의 한 자락이 보인다. 이 곳에 와서 가장 이쁜 도시 풍경이다. 열 명 남짓한 수강생들은 책가방과 외투를 챙겨 하나 둘 강의실을 빠져나가고 나는, 수업 시간에 몇 마디 못한 게 아쉬워서인지 선생님께 연구 방법론에 관한 질문 한 두 가지를 서툰 영어로 건넨다. 반쯤의 친절과 반쯤의 사무적인 태도를 갖춘 이 노교수는 다음 시간까지 너에게 도움 될 만한 것을 찾아와보겠노라고 신뢰로운 약속을 해준다. 고맙습니다, 선생님, 하는데, 한 마디 ..
토론토 생활 육십구일째 _ 2010년 1월 26일 화요일 북미에서 가장 왼쪽 편향이라 소문난 여기, OISE를 처음 구경 온 날, 내 눈길을 확 끌었던 건 사실, 아프리카에서나 볼 것 같은 컬러의 두건을 쓴 어떤 여자였다. 로비 구석탱이의 전화 부스 앞에서 공중 전화 붙잡고 있던 그녀를 보면서, 아, 진보적인 교육 공간인 이 곳은 역시 '풰션(fashion)'도 다르구먼, 했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그날 이후로 그녀를 다시 본 일이 없다. 또한 그녀와 같은 완전 튀는 풰션으로 내눈을 확 끌어댕기는 존재를 본 것도 그날 이후론 없음. 대도시라 그런지, 속으로만 진보적인 건지는 모르지만, 좀 세련된 사람들은 있어도, 독특하거나 재기발랄하거나 의외의 복장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아, 재기..
토론토 생활 육십칠일째 _ 2010년 1월 24일 일요일 _ 몸이 안좋아 종일 집에 있었다. 일요일, 날씨는 흐리고, 양은 책 읽으러 도서관 가고, 혼자 책상 앞에 앉아 있는데 좋더라. ㄴ선생님 인터뷰 전사하고 미뤄뒀던 '토론토 일기' 쓰고, 낮잠도 자고, 아보카도랑 쵸쿄바도 먹고 레몬차도 한 잔 했다. 느리게 혹은 빠르게 시간이 지나가고 지금은 일요일밤. _ 일월 초 운동을 시작해서 이틀에 한 번 요가와 필라테스 수업을 들었는데, 그 덕분인지 심하던 생리통이 나아졌다. 오십분 정도 수업 듣고 샤워하고 사우나 하는 게 전부인데, 그렇게라도 하는 것이 몸의 순환과 균형을 도와주는 효과가 있는 것 같다. 금방 눈에 띄는 변화가 없어도 꾸준히 해서 뭔가 얻는 것, 이런 게 운동을 하면서 느끼는 보람인 듯. _..
토론토 생활 오십일째 _ 2010년 1월 7일 목요일 _ 첫수업 생각만큼 안들리고, 기대보단 안쫄았다. 영어로 의사소통을 자유롭게 하는 학생들이 부러웠지만 괴로울 정도는 아니었다. 애커 선생님처럼 좋은 할머니 선생님이 되고 싶다. 65세 정도 쯤 됐을 때의 롤모델이 생겼다는 건 나에겐 정말 큰 행운. 과연 12주 간의 수업을 서바이브할 수 있을까 지금도 실은 의심스럽기만 하지만, 수업 마치고 애커 선생님에게 한 말 처럼, I will try this. _ 오십일 토론토 도착한 그 날, 캐나다에서 지낼 날짜를 꼽아보니 딱 220일이었다. 그 첫날, 여기서 지내는 220일 동안 매일 일기 쓰기, 영어 공부 하기, 아침 기도 하기, 운동하기를 다짐했다. 오늘로 딱 오십일이 지났다. 영어 공부와 운동은 빠지는 ..
토론토로 떠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비자가 안나와서어요. 비자 발급에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하네요. 일상이 참 '쑥쑥'하네요. 마루에 큰 가방 네 개가 떡하니 짐 싸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출발 일자가 안 정해져서 착착착 진행을 못하고 있답니다. 떠나지도 머물지도 못하는 일상. 이런 시간은 처음 겪어보는데, 생각보다 좀, 힘이 드네요. 어쩌면 국적이 없는 수많은 디아스포라들의 삶이 이렇지 않을까, 생각해보기도 합니다. 어떻든, 떠나기로 예정되어있던 날인 그저껜 간만에 밤 늦게까지 놀았고요, 어젠 종일 집에서 뒹굴거렸어요. 시간이 갑자기 선물처럼 주어진 것 같은, 남은 며칠동안, 논문 관련 자료 더 챙기고 집 정리, 짐 정리 알뜰하게 해야겠어요. 무엇보다 단 며칠이라도, 어느새 잎들이 물들어버린 서울의 가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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