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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토 생활 육십칠일째 _ 2010년 1월 24일 일요일


_ 몸이 안좋아 종일 집에 있었다.
일요일, 날씨는 흐리고, 양은 책 읽으러 도서관 가고, 혼자 책상 앞에 앉아 있는데 좋더라.
ㄴ선생님 인터뷰 전사하고 미뤄뒀던 '토론토 일기' 쓰고, 낮잠도 자고,
아보카도랑 쵸쿄바도 먹고 레몬차도 한 잔 했다. 느리게 혹은 빠르게 시간이 지나가고 지금은 일요일밤.

_ 일월 초 운동을 시작해서 이틀에 한 번 요가와 필라테스 수업을 들었는데,
그 덕분인지 심하던 생리통이 나아졌다.
오십분 정도 수업 듣고 샤워하고 사우나 하는 게 전부인데, 
그렇게라도 하는 것이 몸의 순환과 균형을 도와주는 효과가 있는 것 같다.
금방 눈에 띄는 변화가 없어도 꾸준히 해서 뭔가 얻는 것, 이런 게 운동을 하면서 느끼는 보람인 듯.

_ 인터뷰 전사를 하다보면 그 더딘 속도 때문인지 이걸 어떻게 논문으로 엮어낼까 조바심이 난다.
서울에서의 최근의 내 감정들을 돌이켜보면 제일 컸던 게 우울함과 조바심이었던 것 같다.
활력과 시간과 여유를 얻으러 여기에 온 것 같은데, 여기서도 문득 문득 조바심과 불안감에 휩싸이곤 한다.
천배쯤 절할 때, 그리고 십킬로 달리기를 할 때, 가장 힘든 순간은 이런 생각이 들 때이다.
"언제쯤 이 절하기/달리기가 끝날까. 아 아직도 멀었구나. 다 못하고 포기하게 되는 건 아닐까."
그리고 보다 더 힘든 순간은 "아 내가 뭐하러 절하기/달리기를 시작했던가" 하는 생각이 들 때인 듯.
그런데 지금 이순간 딛고 있는 이 한 발짝, 지금 이 순간 고개 숙여 하고 있는 이 한 배에 집중하다 보면
언제였는지 모르게 끝이 나있는 걸 여러번 경험하기도 했다.
논문도, 지금 이순간의 작업 하나하나에 집중하다 보면, 언젠가 끝이 나겠지 하고 믿어본다.
어차피 지금 여기서 할 수 있는 거라곤 한 줄의 전사 혹은 한 문장의 분석, 그것밖에 더 있겠나 싶기도 하고.

_ 머리카락이 많이 자랐다. 흰 머리도 몇 개 자라서, 아 여기서 나 늙고 있구나 싶었다가 그냥 새치겠지 한다.
몸무게도 많이 줄었다. 적게 먹는 게 아닌데, 그리고 운동도 많이 안하는데, 뭔가 에너지를 많이 쓰는구나 싶다.
한동안 헬쓱해진 얼굴을 거울로 보면서 이러다 몸 상하는 거 아닌가 하며 걱정하다가, 요즘은 그냥 덤덤하다.
머리카락과 손톱 자라듯이 흰머리도 나고 몸무게도 늘었다 줄었다 하고, 그러다보면 노화도 되고 그러겠지 한다.
여기서의 생활에 긴장감이 떨어지고 공부와 영어에 대한 스트레스도 줄어들면 자연히 살도 좀 찌겠지 뭐.

_ 내일부터 시작될 또 한주가 기대됨. 그런데 어느새 일월의 마지막 주. 아, 시간 빠르다!




오늘은 아침기도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