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토 생활 백팔십일일째 _ 2010년 5월 18일 화요일 오늘 마지막으로 OISE 방문. CWSE 가서 제이미, 사라와 작별인사를 하고, 록산나 선생님도 수업하시는 걸 기다렸다가 만나 작별인사를 마쳤다. 자주 가진 않았지만, 문 앞에 내 이름이 붙어있던 오피스의 열쇠를 제이미에게 돌려주고, 우리 다시 언제 만날까, 하고 눈을 마주치는데 마음이 찡하다. 몇 번이나 고마와, 고마와, 작별의 허그를 하고, 잘가, 행운을 빌어, 하고 진심이 담긴 축복을 해줬다. 록산나 선생님은 '너 언제 다시 와?' 하더니, 마지막까지 '꼭 다시 와!' 하고 웃는다. 이런 식의 작별인사, 마음에 든다. 만나고 헤어진다는 건, 언제나 반복되는 거니까. OISE에 처음 왔던 날, 록산나 선생님 만나기 전 긴장했던 게 떠올라, 큭..
토론토 생활 백사십오일째 _ 2010년 4월 12일 월요일 낯선 곳에서 발견하는 새로운 것들도 많지만, 그것이 나에게 익숙한 것이 되어가면서 보이는 것들도 있다. 낯선 것이든 익숙한 것이든, 무엇을 어떻게 보느냐 하는 건 언제나 그 눈이 '어떤 입장에' 있느냐에 달려있긴 하지만. 요즘 들어, 내 눈에 들어오는 것들이 있다면, 그건 토론토 사회의 '인종'을 둘러싼 구체적인 사실들이다. 허름하고 싼 가게 주인은 비 서유럽/비 북미 출신일 확률이 높다. 가격이 싼 음식점의 점원들은 대부분 동남아, 남미 출신의 여성들이다. 반대로 깨끗하고 인테리어가 괜찮고 가격은 비싼 음식점의 주인은 백인일 확률이 높고, 그런 음식점 점원들은 백인 여성인 경우가 많다. 뭔가 진보적이고 대안적인 담론(유기농 음식, 지역 운동, ..
토론토생활 칠십육일째 _ 2010년 2월 2일 화요일 오늘 저녁 OISE 대강당에서는 CWSE(Center for Women's Studies in Education)와 토론토 알파(Toronto ALPHA) 그리고 한국의 나눔의 집이 공동주최하는 영화상영회가 열렸다. 나눔의 집에서 자원활동을 했던 Angela Lytle이 기획을 하고, CWSE가 주관을 맡은 행사다. 영화는 김동원 감독의 이 상영. 영화는 좀 건조했다. 할머니들의 삶과 현재를 보여준다기 보다는 객관적인 사실들을 고발하고 있다고할까. 그리고 한국, 대만, 필리핀, 중국, 네덜란드 출신의 할머니들이 병렬적으로 등장하고 영어 자막에 나래이션도 영어다. 유엔에서 의뢰받아 제작된 영화다웠다. 그런데도 영화 말미에 조금 눈물이 나왔다. 아직도 공..
토론토 생활 칩십오일째 _ 2010년 2월 1일 월요일 지난 시월, 서울에서 Angela Lytle을 만났을 때, 사실 그가 잘 이해되지 않았다. 토론토 태생의 백인 여자가 왜 한국까지 와서 나눔의 집 할머니들을 돕고 두레방을 후원할 사람들을 찾고 있는지. 왜 한국의 촛불집회에 참여하고 한국 정부의 외국인 노동자 정책을 비판하고 한국 대통령 MB를 싫어하는지 잘 모르겠더라. 그리고 그가 이렇게 한국을 잘 알고 있다는 사실에 연대감이 느껴진다기 보다는 이상하게 불편했다. 불편함과 당황스러움, 그러면서도 약간의 반가움이 섞인 마음으로 그 때 나의 잠정적인 결론은, 아, 백인들은 비판적인 감수성 마저도 자기 나라와 자기 사회를 넘어서는 스케일을 가졌구나. 이것이 백인들의 지구화, 인터내셔널리즘의 한 측면이구나..
토론토 생활 육십구일째 _ 2010년 1월 26일 화요일 북미에서 가장 왼쪽 편향이라 소문난 여기, OISE를 처음 구경 온 날, 내 눈길을 확 끌었던 건 사실, 아프리카에서나 볼 것 같은 컬러의 두건을 쓴 어떤 여자였다. 로비 구석탱이의 전화 부스 앞에서 공중 전화 붙잡고 있던 그녀를 보면서, 아, 진보적인 교육 공간인 이 곳은 역시 '풰션(fashion)'도 다르구먼, 했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그날 이후로 그녀를 다시 본 일이 없다. 또한 그녀와 같은 완전 튀는 풰션으로 내눈을 확 끌어댕기는 존재를 본 것도 그날 이후론 없음. 대도시라 그런지, 속으로만 진보적인 건지는 모르지만, 좀 세련된 사람들은 있어도, 독특하거나 재기발랄하거나 의외의 복장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아, 재기..
토론토 생활 육십이일째 _ 2010년 1월 18일 월요일 오늘 낮엔 체육관의 요가 교실 가서 운동했다. 지난 번에 달리기를 했던 실내 트랙의 가운데 타원형을 세 개의 공간으로 자르고 간이 벽 같은 것을 쳐서 요가 교실이나 농구 연습 공간으로 활용하는 모양이다. 바깥 트랙에선 조깅하고 있는데, 여기서 무슨 요가를 할까 싶었는데, 큰 앰프로 고요한 음악을 틀어놓고 높은 천정을 바라보고 누우니 제법 마음이 평화로워진다. 사십대 중반쯤 됐으려나 인도계의 키가 훌쩍 크고 얼굴엔 온화한 미소를 띤 여자 강사의 운동 지도도 좋았다. 천천히 몸의 긴장을 풀고 호흡과 자세에 집중할 수 있도록 잘 이끌어 주는 듯. 처음엔 몰랐는데, 요가 하다가 둘러보니, 대부분 여자들로 이루어진, 요가 교실 학생 오십여명의 사람들의 나이..
토론토 생활 오십사일째 _ 2010년 1월 11일 월요일 CWSE에 나가서 공부한지 어언 사십일이 넘었는데, 나는 거기 가면 묵언 수행하는 스님처럼 거의 말을 안한다.ㅋ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의 센터 일정을 보면, 정오 즈음에 코디네이터 제이미가 와서 문을 열고, 파트 타임으로 일하는 조교인 세라, 스테파넬, 애슐리, 렌 등의 학생들이 정해진 요일의 오후 한시쯤 온다. 그리고 오후 네다섯시가 되면 각자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간다. 오후 즈음에 간간히 센터장 록산나 교수가 들러서 제이미와 회의를 하기도 하고, 행사 관련 연구자들이나 예술가들, 센터의 원로 등이 들러서 수다를 떨다 가기도 한다. 나는 센터장, 센터 코디네이터, 센터 관련 페미니스트들, 센터의 조교들이 왔다 갔다 일을 하고 만나고 회의를 하는..
passing by - Dec 6. Violence against Women Memorial Day event (12/6, @ Hart House) - Screening on "Comfort Women" : (2/2, @ OISE auditorium) - 김동춘 교수 강연 on 화해와 진실 위원회 활동과 의미 (2/8 @ Munk Centre) - Intersectionality : Asian Canadian Studies & Feminist Studies (2/12 @ CWSE) - Media(ted) performance and the Trans-Cultural(CWSE & WIA exhibit in honour of International Women's Week) opening ceremony (..
토론토 생활 사십칠일째 _ 2010년 1월 4일 월요일 1. 개강날. 학교 가기 싫은 마음이 무지막지하게 컸지만 부러 일찍 서둘러 동동 싸매고 추운 날씨를 뚫고 등교. 2. 점심 도시락과 커피를 같이 먹으려고 했는데 OISE 까페엔 커피 준비 안됐고, 학교 옆 팀 호튼(Tim Hortons) 까페는 만원이라 늘어선 줄이 까페 밖까지 나와있더라. 줄서서 기다리다간 동태될 것 같아 커피 없이 샌드위치 먹었는데 오늘따라 빵이 엄청 퍽퍽. 목 맥혀서 겨우 먹었음. 3. 청강하는 수업이 월요일 오후라던 양은 수업 후 만났더니 전혀 다른 세상에 다녀온 것 같은 표정. 영어가 잘 들리지도 않고 영어로 쉽게 표현도 잘못하는 상태에서 세시간 수업을 견딘다는 것.... 곧 나의 현실로 닥쳐올 것을 생각하니 머리가 벌써부터..
토론토 생활 사십육일째 _ 2010년 1월 3일 일요일 오늘은 어제보다 더 추운 듯. 종일 밖에 안나가고 청소, 빨래, 문풍지 붙이기, 법문 보기, 한해 계획 세우기 등 제법 '건설적인' 노동들을 하며 보냈다. 창밖은 종일 눈보라 때문에 나뭇가지들이 마구 흔들린다. 내려다보니 거리에 사람이 없다. 지금 이 시간 서울은 새해 첫 월요일을 맞아 폭설로 출근길이 난리라고 하는데, 여기도 내일 아침 만만치 않을 것 같다. 내일, 토론토 대학과 온타리오 교육연구소는 새학기 개강이다. 겨울이 워낙 추운 이 곳에선 겨울방학을 오히려 짧게 준다고 한다. 여름에 몰아서 많이 놀러 다니라고.ㅎ 정식 학생도 아니고, 고작 한 과목 청강 하면서, 벌써부터 내일 개강 맞는 마음의 부담이 만만치 않다. 여행자의 마음으로 가볍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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