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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토 생활 백사십오일째 _ 2010년 4월 12일 월요일

낯선 곳에서 발견하는 새로운 것들도 많지만,
그것이 나에게 익숙한 것이 되어가면서 보이는 것들도 있다.
낯선 것이든 익숙한 것이든, 무엇을 어떻게 보느냐 하는 건
언제나 그 눈이 '어떤 입장에' 있느냐에 달려있긴 하지만.

요즘 들어, 내 눈에 들어오는 것들이 있다면,
그건 토론토 사회의 '인종'을 둘러싼 구체적인 사실들이다.

허름하고 싼 가게 주인은 비 서유럽/비 북미 출신일 확률이 높다.
가격이 싼 음식점의 점원들은 대부분 동남아, 남미 출신의 여성들이다.
반대로 깨끗하고 인테리어가 괜찮고 가격은 비싼 음식점의 주인은 백인일 확률이 높고,
그런 음식점 점원들은 백인 여성인 경우가 많다.
뭔가 진보적이고 대안적인 담론(유기농 음식, 지역 운동, 환경운동 등)과 관련된 일에는 백인들이 많고,
흑인 문제라든지 중동 문제, 북미 원주민 문제, 아시안 이민자 문제 등에는
딱 그 해당 인종의 사람들이 많이 참여한다.
도시의 중심부나 외곽의 거리와 지하철, 버스 등에는 다양한 인종들이 보이지만,
나무가 많고 집들이 크고 길이 깨끗한 동네에 가보면 거리와 가게에 있는 사람들 대부분 백인이다.
여자들의 외모를 보면, 백인 여자들이 가장 세련되었고, 인도 여자들이 그 다음,
흑인 여성들은 (내 눈엔 개성미 넘치지만) 다소 허름한 외양이고,
동남아시아 여성들이나 원주민 여성들은 외모에 신경 쓰기엔 삶이 너무 팍팍한 표정인 경우가 많다.
'다양성'을 내세워야 하는 대학이나 특정 기업을 제외하고는 광고판에 등장하는 인종은
대부분 백인이다. 백인 여성들이나 백인 핵가족 멤버들이 광고판의 주요 모델들.

OISE CIARS(center for integrative anti-racism studies)의 한 박사과정 학생이 이야기하길,
캐나다에선 인종 문제가 '다른 나라의, 특히 미국의 문제'로 다루어진단다.
인구의 많은 비율이 이민자들로 이루어진 캐나다는 이미 인종적인 평등이 이루어져있는 사회이기 때문에.
그런데 오개월 가까이 토론토를 방문하고 있는 내 눈에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다양한 국가로부터 수많은 이민자들이 지금도 토론토로 오고 있고, 토론토 사회의 공공 정책은
이들을 위한 (언어 교육을 비롯한)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마련해놓고 있다.
그렇지만 인종들 간 사회 계층의 차이와 그 차이로 인한 차별에 대한 정책은 눈에 잘 안띤다.
그리고 이런 사실들이 점점 더 나를 불편하게 만들고 있다.



오늘은 아침기도, 영어작문, 요가(50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