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042011 @ 대구, 앞산 케이블카에서 내려다 본. 1. 요즘, 할 말이 많다. 수첩에도 블로그에도 다이어리에도 메모지에도 자꾸 뭔가를 쓰고 남긴다. 내 안에 이야기할 뭔가가 많아서만은 아니다. 아마, 그것들이 언어로 풀어낼 정도로 정리되고 숙성되었다는 의미일 거다. 하이퍼 상태 땐 오히려 언어화되지 않는다. 속에서 긍긍긍긍 그렇게 끓고만 있을 뿐. 들뜨지도 않고 가라앉지도 않은, 조곤조곤 이야기 꺼리가 많은 요즘의 이 상태, 딱 좋다. 2. 체스를 배웠다. 그리고 첫 판에서 이겼다. 꺄울~! 대각선으로 움직일 수 있는 말이 있다는 점에서, 장기보다 더 다이내믹하다. 국민학교 사학년 땐가, 처음 장기를 배웠을 무렵, 자려고 누우면 천정에 장기판이 보이곤 했다. 이번엔 그 정돈 아니지만, 재밌다! 예..
토론토 생활 백구일째 _ 2010년 3월 7일 일요일 돌아왔다. 이박삼일 예정으로 떠나선 칠박팔일만에 돌아왔다. 밤새 달려온 버스가 버팔로에 정차했을 때, 선잠을 자다가 문득 생각했다. 아, 이제 집에 다왔네... 그 때 내 머릿속에 떠오른 영상은 남부순환도로 낙성대 사거리 근처. 새벽녘의 그 거리는 차고 한적했다. 저 길을 따라 가면 봉천동 내 집에 다다른다, 뜨끈하게 보일러 켜 놓고 한 숨 더 자야지, 하다가 정신이 번뜩 들었다. 지금 귀가 중인 '집'은 토론토의 내 방이구나, 하고. 열시간만에 버스는 토론토에 도착, 아침 9시부터 다니는 지하철 첫차를 기다리느라 다운타운의 브런치 식당에 가서 아침 식사. 사람 버글 거리는 대도시 뉴욕에서 여기 돌아오니 한산하고 조용하고 작고 익숙하다. 여기도 집이구..
토론토 생활 구십일일째 _ 2010년 2월 17일 수요일 아침에, 아직 여독이 안풀린 몸으로, 늦잠 자고 일어나니, 마음이 편하다. 그냥 편한 게 아니라, 편안하다. 집에 왔다,는 기분. 아침 지어 먹고 학교 갔다 귀가하니 다시 시작하는 일상의 싸이클이 반갑다. 이제 겨우 구십여일 지났는데, 어느새 여기가 '집'이 되었구나, 싶다. 학교에 앉아있는데 피곤해서인지 몸에서 열이 막 났다. 후딱 집에 들어와 쉬고 싶었는데, 그래도 견뎠다, 그러다보니 보려고 했던 아티클 한 편 다보고, 저녁도 먹고 장도 봐서 집에 오니 조금 멀쩡해졌다. 불교에선 집을 갖지 말고 유행(遊行)하라,고 한다. 내가 해석하기론 목숨이나 음식, 잠, 관계에 대한 욕망 만큼이나 질기고 강한 게 내가 사는 '집'에 대한 욕망인 것 같다. ..
토론토 생활 오십일일째 _ 2010년 1월 8일 금요일 오늘, 토론토 대학 체육관에 등록을 하고, 두 달여 만에 운동을 했다. 필라테스 수업 들어갔는데 간만에 해서 그런지 무지 힘들더라. 게다가 동작 설명을 잘 못알아 들어 강사가 하는 걸 자꾸 힐끗 대느라 정작 내 동작에는 집중을 잘 못했다. 필라테스는 내 호흡과 동작 그리고 몸에 집중해야 하는 운동인데... 앞으로 몇 번 더 해보면, 이것도 나아지겠지, 한다. 체육관 같은 곳에서 운동할 때, 제일 기분 좋은 순간은, 샤워하고 옷입고 거리로 나서는 딱 그 순간인 것 같다. 그 순간, 몸은 노곤하고 머릿 속은 말갛고 뱃속은 가볍고 바깥 공기는 차갑다. 게다가 오늘 체육관 샤워장의 사우나는 한국 목욕탕을 떠올릴 만큼 좋았다. 그렇게, 조금 피곤하고 차분하고..
토론토 생활 삼십일일째 _ 2009년 12월 19일 토요일 _ 늦잠 자고 일어나 느즈막히 밥 해먹고 청소하고 빨래하고 구멍난 양말도 꼬매고, 해질녘에 집을 나서서 드디어 '방한-방수-미끄럼방지 부츠'를 하나씩 장만했다. 장장 세시간여의 쇼핑 끝에 겨우 고르고 샀다. 가격이 만만치 않은데, 그나마 세일을 한 것. 지지난 주인가, 갑자기 추워지고 눈이 꽤 왔는데, 가지고 온 신발들로는 감당이 안되더라. 부츠 딱 사고 나니, 간사하게도, 추위야 어서와라, 눈아 어서와라~ 하면서 벼르고 있다.ㅋ _ 집으로 돌아오는 길, 맥주가 마시고 싶어서, 주류 판매 가게를 찾아가서 하이네켄을 사왔다. 캐나다에선 술과 담배를 아무 데서나 살 수 없고, 허가받은 가게에서만 살 수 있는데, 주류 판매 가게는 지하철 역 가까이에 ..
시차적응을 위해선 낮에 잠들면 안된다,고 백번쯤 속으로 다짐했지만 정오부터 5시간을 내리 잤어요, 그러고 나니 피로가 좀 풀린 듯 하네요. 아프리카도 덥지만 서울도 덥네요, 우리집이 서향이라 그런가. 부르키나 파소는 작고 가난한 나라였어요. 단 칠일간의 여행으로 그들을 섣불리 알려고 노력하지 말아야겠다, 했지만 알게모르게 많이 배우고 돌아왔어요. 지금 딱, 기억에 남는 건 무지무지 펼쳐진 들판과 붉은 흙, 그리고 암내...ㅋ 콧 속에 그네들 암내가 새겨진 듯, 자꾸자꾸 그 냄새가 기억나요. 으으. 칠일 중 나흘은 배탈이 나서 토하고 설사하고 정신이 멍했어요, 떠나는 날이 돼서야 부르키나 파소 사람들의 웃음이 눈에 들어올 정도로요. 돌아오는 길, 파리에서 이틀을 묵었는데 파리 시내 곳곳 화장실에 설사 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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