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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토 생활 육십이일째 _ 2010년 1월 18일 월요일

오늘 낮엔 체육관의 요가 교실 가서 운동했다. 지난 번에 달리기를 했던 실내 트랙의 가운데 타원형을 세 개의 공간으로 자르고 간이 벽 같은 것을 쳐서 요가 교실이나 농구 연습 공간으로 활용하는 모양이다. 바깥 트랙에선 조깅하고 있는데, 여기서 무슨 요가를 할까 싶었는데, 큰 앰프로 고요한 음악을 틀어놓고 높은 천정을 바라보고 누우니 제법 마음이 평화로워진다. 사십대 중반쯤 됐으려나 인도계의 키가 훌쩍 크고 얼굴엔 온화한 미소를 띤 여자 강사의 운동 지도도 좋았다. 천천히 몸의 긴장을 풀고 호흡과 자세에 집중할 수 있도록 잘 이끌어 주는 듯.

처음엔 몰랐는데, 요가 하다가 둘러보니, 대부분 여자들로 이루어진, 요가 교실 학생 오십여명의 사람들의 나이가 참 다양했다. 몸에 달라붙는 예쁜 탑을 입고 머리도 곱게 올려 묶은 이십대 초반에서부터, 백발과 굽은 허리를 가진 적어도 팔십대 초반은 되어 보이는 분까지. 그 사이엔 나 같은 삼십대도 보이고 사십대 중반의 배 나온 아줌마도 보이고 오십대, 육십대, 칠십대 여자들도 눈에 띄었다.

그 때, 아, 하고 깨달았다. 한국에선, 특정 공간 - 예컨대 노인정이나 노인 교실, 교회, 목욕탕, 시장 등 - 을 제외하고는 60대 이상의 나이 든 여자들이 떼로 모여있는 걸 보기 힘들었던 것 같다. 이렇게 이십대부터 팔십대의 여자들이 골고루 모여서 요가 같은 운동을 하고 있는 것도 상상하기 어렵다. 거기다 내가 다니던 학교엔 여자 교수 숫자가 워낙 적고, 있다고 해도 최근에 양성평등 고용 압력 때문에 고용된 40대 이하의 선생님들이 대부분이다. 어느 분야든 원로는 대부분 남자고, 나이든 여자들은 모두들 어디 있는지 잘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나는 거의 한번도 나의 육십대, 칠십대, 팔십대를 상상해본 적이 없다. 내 머리카락이 새하얗게 물들고 아랫배가 나오고 허리가 굽고 이가 빠지고 눈이 침침한 상태를 생각해본 적이 없는 거다. 거기다 그런 나이에도 뭔가 사회적인 활동을 하고 젊은 사람들이랑 어울리고 가족과 관련된 일이 아닌 오직 나의 일로 시간을 보낼 나이든 내 모습은 꿈꿔본 적도 없었던 것 같다.

OISE 로비나 엘리베이터, 복도나 교실에서 쉽게 마주치는 나이든 여자 교수들의 모습이 참 새롭고 보기 좋았던 것 처럼, 학교 체육관에서 하는 요가 교실에 모여서 같이 스트레칭 하고 호흡하는 나이든 여자들도 참 좋다. 이런 여자들을 쉽게 마주치고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고 공부하고 운동하는 여기 여학생들은 다양한 나이대의 스스로의 모습을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머릿 속에 마음 속에 하나씩 저장해 둘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나이가 들면, 그들도 거침없이 이런 저런 사회적이고 공적인 공간에 나타나고 활동할 수 있으리라. 이런 걸 롤모델이라고 하는 거겠지. 이런 점에서 그들이 부럽고, 나에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게 해준 이 공간이 고맙다.


오늘은,
아침기도와 운동과 영어 작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