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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2010, 토론토 일기

긴 하루

새빨간꿈 2010. 1. 5. 12:54



토론토 생활 사십칠일째 _ 2010년 1월 4일 월요일


1. 개강날. 학교 가기 싫은 마음이 무지막지하게 컸지만 부러 일찍 서둘러 동동 싸매고 추운 날씨를 뚫고 등교.

2. 점심 도시락과 커피를 같이 먹으려고 했는데 OISE 까페엔 커피 준비 안됐고, 학교 옆 팀 호튼(Tim Hortons) 까페는 만원이라 늘어선 줄이 까페 밖까지 나와있더라. 줄서서 기다리다간 동태될 것 같아 커피 없이 샌드위치 먹었는데 오늘따라 빵이 엄청 퍽퍽. 목 맥혀서 겨우 먹었음.

3. 청강하는 수업이 월요일 오후라던 양은 수업 후 만났더니 전혀 다른 세상에 다녀온 것 같은 표정. 영어가 잘 들리지도 않고 영어로 쉽게 표현도 잘못하는 상태에서 세시간 수업을 견딘다는 것.... 곧 나의 현실로 닥쳐올 것을 생각하니 머리가 벌써부터 아픔.

4. '다른 교육기관의 학생' 신분으로 학교 체육관 등록하러 갔는데, 국제학생증이 없으면 학생 할인이 안된단다. 나이가 많아서 국제학생증 못만든다 설명을 해도 규정이 그렇다며 국제학생증을 만들어오라고 하는 인도인 직원. 깐깐하다고 뒤에서 욕하면서도 국제학생증 만들어준다는 곳으로 가본다. 근데 거긴 이미 업무 종료. 내일 다시 시도해보자 하며 돌아섬.

5. 청강하는 수업의 코스 팩(course pack, 수업 자료들을 모아 복사해서 제본한 책)을 사러갔더니 두 권에 123불이란다. 얼결에 계산하고 받아나왔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억울해서 환불할 생각. 한국 ㄱㄹ복사집에 맡기면 둘이 합쳐 3만원도 안될 분량인데! 123불의 충격으로 그 때부터 장이 꼬이기 시작... 마트 가서 빅세일 하는 사과 한 봉다리 살 때까지 배가 계속 아팠음.

6. 귀가길 마트에 들러 닭다리와 사과, 시금치와 된장, 양파와 파 등등 반찬거리를 사왔다. 여기 올 때 가져온 밑반찬도 점점 떨어져가고, 소박하다 못해 빈곤한 식탁이 되어가는 작금의 현실을 타파하고자 꼬인 장을 부여잡고 마트 쇼핑 감행. 집에 도착하니 8시가 넘어서 급하게 밥하고 닭도리탕 만들어 먹었는데, 급하게 해서 그런지 비싼 돈 주고 산 닭다리가 다 안익어서... 쩝. 그나마도 배고파 막 먹었더니 좀 체한 듯, 꼬인 장은 괜찮아졌는데 속이 더부룩함.

7. 밥 먹은 거 설거지 하고 인터넷 앞에 앉아 쬐금 밖에 안놀았는데 어느새 10시 반이 넘었네. 롱~ 하고 터프했던 하루가 이렇게 가는구나. 끝.




오늘도, 아침기도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