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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토 생활 육십육일째 _ 2010년 1월 23일 토요일


어제 낮부터 엄청 피곤하다 느껴져서, 오늘은 아무 데도 나가지 말고 집에서만 빈둥거리자, 마음 먹고.
낮잠도 푸욱 자고 반경 1~2미터 내만 돌아다니다가, 밥 먹은 거 소화도 안되고, 마음도 답답해서,
늦은 저녁, 모자쓰고 목도리 두르고 꽁꽁 싸맨 다음, 지하철 한 정거장 거리만큼 걸어서 마트에 다녀왔다.


(토론토는 큰 도시라 그런 지 마트가 엄청 많고 크고 쾌적하다. 주말즈음 일주일치의 장을
봐서 일주일 먹고 또 가서 장보고... 이런 식의 사이클이 된다. 서울에서보다 자주 간다.ㅋ)


(양파 종류도 무지 다양. 이런 저런 야채 구경도 재밌다. 가만 보면 눈감고 웃고 있다, 혼자)

여긴 물가가 높은 만큼 마트에서 파는 물건들도 한국보다 대부분 비싸다.
식료품, 특히 야채나 과일도
캘리포니아나 남미에서 가져오는 것들이라 다들 비싸다.
그나마 한국 대비 좀 싼 것들이 있다면,
올리브, 아보카도, 치즈 정도인 것 같다.
그리고 너무 감사한 것은 이것들이 다 내 입맛에 맞다는 거. 그래서 자주 사다 먹는다.

올리브는 100그램에 1불 정도 하는데, 먹어보니 마트나 가게마다 맛도 가격도 조금씩 다른 것 같다.
제일 맛있던 것은 예전에 세인트 로렌스 마켓에서 사다먹은 100그램에 1.5불 정도 하던 것이었는데,
요즘은 그 시장에 잘 안가고 그냥 근처 마트에서 사다 먹는다.
서울에 있을 땐, 집에 올리브 절임 병으로 사다 먹던 사람들 이해가 안됐는데,
여기서 올리브에 맛 들이다 보니깐, 나도 어쩌면 서울 가서 올리브 절임을 사다 놓고 먹을 것 같다.
약간 짜고 고소하고 염장과 발효 특유의 쿰쿰한 맛이 있어서, 밥이랑 같이 먹어도 잘 어울린다.
김치 떨어졌을 때 대용으로 먹기도 하고, 마치 짠지처럼, 늘 밥상에 올라오는 반찬이 됐다.


(올리브 종류도 엄청 다양한데 먹다보니 이렇게 그린색 약간 큰 올리브가 가장 맛있는 듯.)

치즈의 경우도, 서울에선, 치즈 치즈 하던 사람들... 뭐 치즈 맛이 뭔지 알고 저러나 싶었다.
근데 여기선 비교적 가격도 비싸지 않고(100그램 기준 3불 정도?), 마트마다 워낙 치즈 종류도 양도 많아서
호기심에 몇 번 사다 먹어봤는데, 치즈 맛도 꽤 매력적이라 늘 안 떨어뜨리고 사다 먹는 편이다.
가장 먹기 괜찮다는 브리 치즈와 까망베르 치즈를 사다 먹고 있는데, 특히 맛있는 건 찐 감자랑 같이 먹을 때.
토스트에 갓 구운 빵과 치즈도 잘 어울린다. 치즈도 올리브처럼 쿰쿰한 맛이 있어서, 먹으면 자꾸 끌린다.


(갓 삶은 감자 위에 치즈 잘라서 올리면 잠시 후 치즈가 살살 녹는다. 그 순간에 한 입~!)

아보카도는 말로만 듣다가, 그리고 '아보카도 롤' 안에 들어있는 것만 먹다가,
여기 집 주인 아저씨가 즐겨 드시고, 니네도 한 번 먹어봐라, 하고 한 개 맛보여 주셔서 한 번 사다 먹어봤다.
생긴 건 이상하게 생겨도 막상 껍질 벗기면 속살은 이쁜 연두색이고, 맛은 과일 답지 않고 말로 표현키 어렵다.
참기름과 소금간이 돼 있는 구운 김에 싸먹으면 마치 참치 회 먹는 기분이 든다. 금새 익숙해지는 맛은 아니지만,
먹을 수록 자꾸 생각난다고 할까. 한국에선 한 개에 3천원 이상인 것 같은데 여기선 1불에서 1.5불 정도 한다. 
영양가 좋은 과일이고 여기선 싼 편이니 자주 사다 먹으려고 하는 중.





처음 왔을 땐, 입에 맞는 음식도 없고, 너무 비싸서, 먹는 거 자체가 스트레스였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이렇게 맛있고 싼 음식들도 찾아내고, 그것들 사다 먹는 것도 즐기고 있네.
크랜베리 크림치즈 브라우니  도 조만간 또 사먹어야지..ㅋ
(http://redream.tistory.com/entry/맛맛맛)

그래도 몸이 아프거나 기분이 울적하거나 그럴 땐 역시 한국 음식이 땡긴다.
최근엔 회가 참 먹고 싶었고, 서울에선 즐겨먹지도 않던 칼국수가 먹고 싶기도 하더라.
오뎅 국물이나 우동에 소주 한 잔씩 잔술로 파는 가게 있으면 매일 저녁 들려줄텐데! 하기도 하고.ㅋ


오늘은 아침기도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