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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2010, 토론토 일기

시차적응

새빨간꿈 2009. 11. 20. 08:04


토론토 생활 첫날 _ 2009년 11월 19일 목요일

한국 시각으로 밤 열시에 비행기를 타서 토론토 시각으로 새벽 한시에 도착했다. 약 열여섯 시간 의 여행. 긴 비행 때문인지, 시차적응 때문인지 피곤하고 졸린다. 토막잠을 조금씩 자면서, 컨디션 조절을 하고 있다.

입국 심사하는 곳에서, 평소답지 않게 긴장되고 떨렸다. 캐나다는 대사관에서 비자를 발급해주지 않고, 비자 발급에 도움이 되는 문서만 준다. 밴쿠버 공항의 이민 담당 부서에서 입국하는 사람들 중 비자를 받고자 하는 사람들을 일일이 인터뷰하고 발급하는 것이 여기 절차이다. 은행 창구 같이 생긴 곳 너머에는 캐나다 이민국 직원들이 앉아있고, 외국인들은 줄을 서있다가 자기 차례가 되면 캐나다에 온 이유를 설명한다. 그러면 직원들은 캐나다에서 무엇을 어디서 어떻게 할 것인지 구체적인 것들을 질문한다. 그 과정에서 비자 발급에 필요한 문서들을 직원들에게 보여주어야 한다.
내 차례를 기다리면서 무척 긴장됐는데, 나중에 돌이켜보니 영어를 정확하게 알아들어야 하고, 입국에 불리한 이야기를 하면 안되며, 여기서 조금이라도 잘못하면 입국 허가를 받을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막상 인터뷰 등을 진행하면서는, 못 알아듣는 이야기는 거의 없었고, 잘 모르겠으면 다시 말해달라고 하면 되었고, 필요한 답변은 유창하지는 않지만 또박또박 대답할 수 있었다. 직원들은 무뚝뚝했지만 불친절하지 않았고, 영어에 유창하지 않은 외국인임을 고려해 짧은 문장으로 천천히 말해주었다.
이렇게 입국 절차를 밟는 데에 약 한 시간 정도가 걸렸다. 그 시간이 지나고 나자, 뭔가를 잘 못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 더 정확하게 말하면, 익숙하거나 유능하지 않은 부분에서 실수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으로 내가 지나치게 긴장하고 얼어있었다는 걸 알게됐다.

오늘은 느즈막히 일어나 은행 가서 계좌를 만들고 지하철 이용법을 공부했다. 스무살 때, 처음 서울에 올라와 혼자 살기 시작하면서 했던 첫 경험들을 다시 반복하고 있는 기분이다. 그 때처럼 여기서도 친절하게 도움을 주는 사람들이 있고, 수많은 새 정보들을 머리로 몸으로 열심히 익히고 있는 내가 있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그 때보다 나이가 들었고 여기가 외국이라는 것 정도.

지금 지내고 있는 곳은 토론토에 온 지 육년이 넘었다는 한국인 아주머니가 운영하는 하숙집이다. 여기 머물고 있는 열 네명 중 우리 두 식구를 제외하고는 조기유학을 온 한국인 고등학생들이다. 이렇게 어린 나이에 부모를 떠나와서 혼자 지내는 아이들도, 먼 나라에서 한국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숙집을 하는 아주머니도 내게는 모두 참 낯설다.
하숙집이라 세 끼 식사를 제공해주지만 여기는 학교에서 좀 멀고 숙박비도 비교적 비싸다(하루 70불). 육개월 정도의 토론토 생활 동안 머물 자취방을 구해야하는데, 오늘은 피곤하고 졸려서 이 근방만 조금 걸었다. 내일은 인터넷으로 알아본 몇 군데 리스트를 가지고 지하철 타고 다니며 본격적으로 다녀볼 생각이다.

가능하면 매일 이렇게 일기를 써볼까 하는데, 잘 될지는 모르겠다. 그리고 매일 빼먹지 말고 해야할 일의 리스트도 만들고 있다. 이번 여행의 날 수를 꼽아보니 약 220일 정도가 되더라. 다른 건 몰라도 아침 기도, 영어 공부, 그리고 운동은 빼먹지 않고 매일 해 볼 작정이다. 이런 것들을 매일 해보면, 눈에 보이는 성과는 별로 없어도 (예컨대 영어 실력이나 건강이 좋아지는 것) 그저 '매일 빼먹지 않고' 했다는 것만으로도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아서.


오늘은,
늦잠 자고 일어나서이긴 하지만 아침 기도를 했고,
약 두 시간 정도 걸었고,
영어 공부는 잠들기 전에 1시간 정도 문장 공부를 할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