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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2010, 토론토 일기

여행자의 마음

새빨간꿈 2010. 2. 7. 12:38

토론토생활 팔십일째 _ 2010년 2월 6일 토요일



나는 맑은 날씨를 좋아하는데, 그래서 일어나면 제일 먼저 창밖 하늘을 본다.
오늘 아침, 토요일답게 늦잠 자고 일어나 창밖을 보니, 쨍,하니 좋다.
맑은 날엔 습관처럼, "이런 날에 CN타워 가야되는데!" 하곤 했는데,
오늘은 말만 않고 아점 챙겨먹고 나섰다.
북쪽 끝인 우리집에서 남쪽 끝인 호숫가까지는 지하철로 사십분 정도.
남산타워도, 63빌딩도 한 번 안가보구선, 여기선 이렇게 관광객 노릇을 하는구나, 싶다.

엘리베이터를 타니 순식간에 삼백미터도 넘는 높이에 도착한다.
유리창 너머로 보는 토론토 시내와 'sea'라고 불린다는 넒고 푸른 온타리오 호수.
산이 없는 토론토는 평평한 땅에 건물과 작은 집들, 나무들 그리고 길들로 빼곡하다.
온타리오 호수는 바다처럼 수평선이 보이고 햇살에 금빛으로 반짝인다.
사람들은 개미처럼 조그맣고 자동차도 내 손톱보다 작다.
높이 올라와서 내려다보니 세상도 작고 나도 작고 이 순간은 그저 빛날 뿐.

시간은 느리게 지나가고 급할 것 없는 여행자의 마음으로 해가 지는 걸 기다렸다.
일몰의 순간들. 오렌지 빛이 한가득 내 시야를 채우고, 지는 해의 에너지가 내게도 전해진다.
해가 지고 나니, 온 도시엔 불이 켜지고 어둠은 땅에서부터 하늘로 퍼진다.
내일 다시 밝아지고 또 다시 이렇게 해가 진다는 게 잠시 믿어지지 않는 시간들.



오늘은, 아침기도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