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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토 생활 육십이일째 _ 2010년 1월 19일 화요일

요즘 토론토 날씨가 별로 안춥다. 영상의 날씨였다가 오늘 살짝 추워져서 영하 이도 정도. 집으로 돌아오는 길, 지하철에서 내려서 지상으로 나오니 눈발이 히끗히끗 날린다. 가로등에 비치는 눈송이가 반짝 반짝 빛나는 게 예쁘다. 밤사이 요 눈송이들이 땅에 얼어붙어 내일 아침 등교길엔 미끈거리겠다 싶지만, 지금 이 순간은 좋다.

논문 작업 진도가 느려서, 거기다 청강하는 수업 준비까지 하느라 조바심이 났던 며칠 후로, 이젠 그냥 하루하루 조금씩 나아가고 있는 중이다. 요즘은 인터뷰해 온 내용 들으며 전사(transcription) 중인데, 인터뷰 하면서 그리고 녹음된 것으로도 몇 번 들었던 이야긴데도, 나도 모르게 어떤 부분에선 가슴 졸이고 어떨 땐 박장 대소하고 가끔은 눈물도 글썽 맺히곤 한다. 

결혼 후 인생의 자유가 없었다는 ㄱ선생님의 하소연은 롤러코스터를 탄 듯 너무너무너무 빠른 말솜씨와 나의 맞장구 때문에 한 자락의 판소리 같고, 또박또박 인생의 한 부분 부분을 천천히 설명하시는 ㄴ선생님의 삶 이야기는 마치 한 편의 다큐멘터리 같다. 여자들마다 삶이 다르고 삶을 받아들이는 감정이 다르고 그것들이 다른 만큼 삶을 이야기하는 리듬과 음의 높낮이가 다르다.

그 모든 것들이 요즘 내 감정과 생각에 불쑥불쑥 끼어들곤 하는 것 같다. 한참 인터뷰 하러 다니던 지난 가을에는, 잘 배우고 넉넉히 살아온 그들의 이야기가 결국은 너무 우울해서, 나도 모르게 약한 우울증을 앓았는데, 그걸 다시 들으며 글자로 찍어내고 있으니 인터뷰 땐 흘러 지나갔던 다양한 감정들이 겹쳐진다. 앞으로 몇 번을 더 듣고 읽고 반복하면서 또 여러번 감정의 전이와 다른 감정들의 발견도 반복될 것이다. 그러다 보면 인터뷰 분석도 하고 논문도 뚝딱 쓸 수 있으려나?ㅎ


오늘은 아침기도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