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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토 생활 백십구일째 _ 2010년 3월 17일 수요일

간밤에, 맥주 마시고 좀 놀았다. 펍 가서 마시면 둘이서 보통 30-40불 하기 때문에 될 수 있으면 잘 안가는데, 어젠, 저녁 늦게 도서관에서 나오면서 '안주없이 딱 한잔씩만'을 외치며 펍에 들어갔는데, 마시다보니 기분 업돼서, 게다가 윙 가격이 반값인 요일이라서... 안주도 시키고 피쳐도 한 개 더 시키고... 뭐, 좀 취할 때까지 마셨다. 전차타러 가는 길 담배도 한 대씩 피고, 간만에 비틀비틀 히히덕, 자정 다돼서 귀가. 술깨고 자야한다며 책을 펴들었는데 나도 모르는 새 잠이 든 것 같다.

아침에, 늦잠 자고 일어났는데도 머리는 지끈, 속은 울렁 거린다. 여기 와서 거의 처음, 긴장 풀고 술마시며 놀았던 간밤은 좋았는데, 아침 숙취 만땅 상태는 참 안좋구나, 싶다. 겨우 일어나 마침 그저께 콩나물 밥 해먹고 남은 콩나물이랑 주인 아줌마네 냉장고(에서 훔친) 파 썰어넣고 콩나물 국 끓였다. 바글바글 잘 끓인 콩나물국에 밥 몇 술 떠 넣고 말아서 후루룩 먹으니 지끈대던 머리가 갠다. 늦은 아침기도 하고 미뤄뒀던 방청소도 하고 학교 가니 오후 3시가 넘었네. 메일 몇 통 쓰고 노트북 속 파일 정리 좀 하니 요가 교실 가야할 시간. 운동하고 샤워하고 '숙취 해소 싸우나'도 하고 집에 돌아오니, 숙취는 가셨지만 몸이 천근만근 피곤하다.

근데 밤 9시부터 인터뷰 약속 잡아놓은 거 있어서, 그거 하고 집으로 오니 자정이 가까워온다. 대학에서 공예를 전공했다는 그녀는 큰 미전에서 상도 몇 번 탔다는데, 결혼하고 애낳고 미련없이 학교를 관둔다. 그리고 '편하게, 행복하게 잘 살았어요, 나' 한다. 으으. 당신 삶이, 그 해석이 난 좀 이해가 안돼! 하고 속에서 외치지만 두 시간 넘게 그녀의 이야기를 '잘' 들어본다. 그런데도 잘 모르겠다, 내일 아침에 다시 들어봐야지.



오늘은 아침기도와 요가(50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