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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논문 일기

0606, 月

새빨간꿈 2011. 6. 6. 18:42


1. 논문이 완료되어 도서관으로 넘어가지 않는 이상, 여기서 놓여난다는 건 불가능한 거로구나. 초심을 받고 나면 어느 정도 자유로워질 줄 알았는데, 여전히 내 마음은 계속해서 달리고 있다, 쉬지 않고. 마음의 전원을 껐다-켰다 하는 일에 능해야지 길고 긴 이 과정을 제대로 마칠 수 있을 것. 앞으로의 삼 주간은 그걸 연습해보자.

2. 심사 전 삼일간은 장례식장에서 보냈고, 심사하던 날은 새벽부터 일어나 자정까지 자지 않고 버텼다. 심사 다음날이었던 지난 금요일엔 간만에 태극권을 하고 저녁엔 소주+맥주로 달렸다. 권할 때 마다 다 받아먹은 결과, 다음 날 오후 여섯시가 넘어서야 제정신이 돌아옴. 어제 하룬 밀린 빨래와 청소. 정말 미친 듯이 바쁘게 몸을 혹사시킨 한 주가 지나갔다. 그 사이 서른 다섯번째 생일도 지나가고.

3. 요즘 내 마음을 드글드글하게 만드는 것 중 하나는, 지금 대학 본부를 점거하고 있는 녀석들이다. 한 학기 내내 마음을 나눠온 '나의' 학생들이 거기 가있으니, 대체 어떤 걸 경험하고 있는지, 무얼 배우고, 어떤 좌절을, 무슨 불안을 느끼고 있는지 무지 궁금했다. 오늘 낮, 빵 몇 개 사들고 본부에 찾아가 녀석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해줄 수 있는 게 없어서 무력하면서도, 괜히 흐뭇하고 자랑스럽고 안쓰럽다. 지금 이순간 너희들이 느끼고 배우는 것들 모두가 실은 다 희망이고 밑천이고 아름다움이란다(라고는 손발이 오글거려 말해주지 못했다).

4. 연구실에 드디어 모기 등장. 여름이 이제 시작되었다, 유월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