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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2010, 토론토 일기

삶의 에너지

새빨간꿈 2010. 2. 9. 12:24

토론토 생활 팔십이일째 _ 2010년 2월 8일 월요일


 


서울은 비가 내린다는데, 여긴 며칠째 날이 맑다. 사실 맑은 날이 더 춥지만, 그래도 이렇게 맑은 날씨가, 투명해서, 좋다. 김동춘 선생님이 '국제학 센터'에서 '진실과 화해위원회'에 관한 발표를 한다길래 찾아가서 듣고, OISE로 돌아오는 길, 맑고 추운 교정을 걷는데 그 짱짱한 날씨가 좋아서 혼자 좀 웃었다.ㅎ

시간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모래 같이 느껴질 때가 있다. 여기선 설 명절에 할 일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닌데, 괜히 내 마음이 바쁘다. 그리고 종종, 논문 작업의 속도를 생각하면 갑자기 마음이 조급해진다. 시간에 유난히 인색한 나. 조급함이 불안과 함께 찾아오면 늘 쩔쩔매곤 한다. 한번엔 한 걸음밖에 못걷는 것처럼 지금 누릴 수 있는 건 이 한 순간 밖에 없는데. 그걸 자꾸 까먹고, 한꺼번에 많은 시간을 살아내려고 하니, 조급하고 불안해진다. 시간에 더 인색해진다.

생각해보면, 여기서의 일상은 용감무쌍한 일들의 연속이다. 매일 뭔가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그 도전들의 결과 익숙해진 것들에 대해 흐뭇해하는 날들이다. 새로운 생각들을 노트에 적어두고 할일과 하고싶은 일들을 수첩에 리스팅한다. 여자 친구들에게 메일을 쓰고 일기를 쓰면서 오늘을 돌아본다. 여기서 이렇게 얻은 에너지들이 순간을 살아가는 동력으로 쓰인다. 이런 생활이 조금 좋다, 오늘, 지금.



오늘은 아침기도와 달리기 조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