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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교육(사회)학은 학교효과 이론 이외의 기존의 교육사회학 이론을 제대로 '입증'한 적이 없다. 그 이유가 서구 이론들이 한국사회에 적합하지 않기 때문인지, 아카데미아의 정치학 때문인지는 아직 모르겠다. 분명한 것은 교육사회학 수업 시간에 다루고 있는 이론적 논의들을 한국 사회의 현실로 적용하고 토론하는 데에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토론에 적절한 이야기 꺼리를 제공하는 논문이 별로 없다. 단적인 예로 페미니스트 재생산 이론을 검증하는 논문이 있는지. 이 점이 <교육사회학> 수업이 맞닥뜨린 문제 지점이다. 해결책은 1) 영미권에서 나온 최근 논문들의 번역 및 소개 2) 한국 현실 설명하는 논문 작성 3) 논문 이외의 수업 교재(상업영화, 독립영화, 교육 관련 책들) 발굴. 이 중 가장 손쉬운 것이 3)번인데, 이것도 쉽지는 않다.
 
- 이십대에 관한 메모들
. K대 생명과학대의 경우, 학부 4년동안 전공과 무관한 교양 과목은 단 4개만 듣는단다.
. 수업에서 조별 과제를 해야할 경우, 직접 만나서 토론하고 의견을 조율하기 보다는 온라인 채팅 프로그램으로 할 일을 정하고 의견을 조정하는 경우가 많다.
. 한 편의 글을 쓰세요, 했을 때, 그 글이 어떤 식으로 구성되는지 잘 모르는 학생들도 있다.
. 모든 학생들이 강의평가를 성의있게 하는 것은 아니다.(당연하겠지ㅋ)
. "재생산 이론에는 동의하지만, 그래서 어쩌라고 하는 생각이 든다."
. 사회와 세계에 대한 불만은 있지만 그걸 내 힘으로 바꿔보겠다는 생각은 안드는 냉소주의
. 현실 가능한 대안이 아니면 쉽게 동의하지 않는 신중함
. "그러게 왜 인간들이 태어나가지고 이런 부조리가 일어나는 걸까" 하는 허무주의
. "사회발전에 해가 되더라도 생존권은 보장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철거민들을 보면서 하게 됐다."
. '강남 키드'가 경험하는 불편함, 소위 '일류대' 출신들이 겪는 불편함.
. 아, 이러다 '백수' 되는 거 아닌가, 하는 두려움.
. 의전, 로스쿨 등 극히 좁은 진로의 문을 제외하고는 무엇을 하고 어떻게 살아야할지 모르는 막막함. 꿈이 없음.

+ 3월 5일 덧붙임: 조한혜정(2009), <교실이 돌아왔다> 중에서, 05, 06학번에 대한 서술들

7차 교육과정 도입기의 학번들은 혼란기를 좀 '널널하게' 살아갈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강남 중심의 중산층 어머니들과 사교육 시장이 틀을 잡기 시작한 05, 06학번 이후 학번들은 '매니저 엄마'와 과외 학원이 짜 준 시간표대로 '빡빡한' 스케줄을 산 세대다. 흥미롭게도 이 세대에는 중고등학교 시절에 학교에서 심한 억압을 받지 않고 지냈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은데, 아마도 공부는 학원에서 하고 학교는 좀 쉬러 가는 공간이 되었다는 의미일 것이다(13). 이들은 기성세대나 사회에 대해 덜 비판적이다. 교사에 대해서는 별 기대가 없었던 만큼 역시 큰 문제도 없다고 한다(14). '무한 경쟁'이라는 세계관 아래 어릴 때부터 부모와 시장에 의해 고도 관리되는 아이들을 키워내는 것이다(16).

대학은 두 부류의 학생들로 나뉘었고 그 두 부류 사이에는 별 교류가 없다. 부모와 시장의 보호를 받아 잘 자란 어린애들처럼 발랄한 학생들과 그런 과보호 없이 자랐으며 때로 아주 일찍부터 사회의 해체를 경험했고 비싼 등록금을 스스로 마련하느라 무척 힘들게 살아야 하는 학생들이다. ... 같은 세대에 속하는 이 두 집단에게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첫째, 미래에 대한 깊은 불안. 둘째 구체적 억압의 주체가 사라진 상황에서 살고 있다는 것. 착실하게 자기 할 일만 하려는 세대. 셋째, 장기 지속적 관계에 대한 감각이나 사회성이 별로 발달하지 않았음(15).

돈을 많이 버는 의사나 변호사나 안정된 직업을 가질 생각은 하지만 자신이 지식인이라거나 사회를 위해 훌륭한 일을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는 않다(18).

05, 06학번 학생들 대부분은 초등학생 혹은 그 이전부터 학원, 학습지, 과외, 캠프, 어학연수, 조기유학 등 다양한 경로로 영어를 공부해왔다(50) (동시에) 같은 학번이어도 사는 지역에 따라 영어를 학습해 온 과정에 아주 큰 차이가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54).


+ 3월 7일 월요일 아침 몇 가지 덧붙임

<봄학기 집중해야할 것들>
- '교육'을 키워드로 한국 사회 읽기
- 현실 가능한 대안을 함께 찾는 과정
- 감정적, 지성적으로 열려있는 사람들 간의 관계 맺기: 세계의 확장, 자아의 확장
- 감정이 흐르는 교실, 감수성이 살아있는 교실
- 논쟁하기 보다는 느림과 침묵이 흐르는 여유로운 경청의 분위기. 정직하게 자기 이야기를 하기.
- 교사의 눈치를 보지 않고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 발언을 하지 않아도 참여하고 있음. 듣는 것이 더 중요.
- 조작적 개념(operational definition)보다는 감응적 개념(sensitizing definition)으로 사유하기(조한혜정, 2009: 65)
- 학생들을 배려하고 마음을 이해하는 선생, 자기주도성과 자기중심성을 구분할 줄 아는 학생들
- 논평문은 자기 삶과 연결시켜 쓰기. 비판적이고 성찰적인 읽기, 쓰기 훈련.
- 개인기를 풀어놓은 무대가 아니라 마당극, 우정과 환대의 공간

<봄학기 실험해볼 수 있는 것들>
- 포트락과 현장학습 소감문 발표회(담당 강사의 현장학습 소감도 포함): 음식을 나누고 경험을 나눈다.
- 강의계획서 포맷 바꾸기: 자유롭고 생동감있는 수업 디자인 제안서
- 첫시간은 자기 소개의 시간: 서로에게 자기를 열 수 있는 시간을 갖는다.
- 선생은 조직자, 촉진자(organizer, facilitator): 강의실 자리 배치를 새롭게
- 좋은 과제(논평문, 질문, 소감문, 에세이) 샘플 소개 해주기
- 페이스북 주소 알려주고 일상적인 소통 가능하게 하기
- (비정기적이더라도) 수업 일지 작성해보기(블로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