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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2월 30일, 바람의 수업 일지(1): 교육현실과 사회학적 상상력

본격적인 수업 첫 시간, 제 마음은 조금 설레었습니다. 선생님들이 쓰신 에세이를 읽고 조금 더 가까워졌다고 여겨졌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어요. 그리고 한편으로는 선생님들은 과연 어떤 교육 현실을 한국 교육의 시급한 문제로 여기고 있을까 궁금하기도 했거든요. 그런데, 막상, “한국의 가장 시급한 교육 문제는?” 이라는 제목의 3분 발표가 끝났을 때, 동그랗게 앉은 수업 분위기는 좀 무겁게 느껴졌어요. 발표를 마친 선생님들의 표정이 밝지만은 않더군요. 물론, 김명선 선생님 말씀처럼, 같은 교사로서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많이 나눌 수 있는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한형규 선생님의 소감대로 좀 슬프기도, 화가 나기도 하는 교육 현실을 나누었던 것 같아요.

 

수업 초반에 말씀드렸던 것처럼, 초등교사분들과 함께 수업을 하는 건 제게 새로운 경험이랍니다. 그래서 제 입장에서는 ‘초등교사들이 경험하는 한국 교육 현실’ ‘한국 교육 현실에 대한 초등교사들의 관점과 입장’을 잘 들여다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어요. 그리고 발표 후 토론을 하면서는 선생님들이 매일 겪는 어려움과 현실적, 구체적인 문제들에 공감하는 시간이기도 했답니다.

 

선생님들께서 발표하신 내용들을 칠판 위 지도(map) 위에 올려보면서, 몇 분의 선생님께서 말씀하셨잖아요. 교육 문제, 교실 문제, 학생-교사 간 문제가 실은 교육, 교실 문제로 한정되어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요. 교사와 학생, 그리고 학부모가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많은 문제들이 실은 한국 사회 전반의 흐름과 변화, 더 나아가서는 세계적인 변화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이번 수업을 통해 저는 배웠습니다. 이런 걸 유식한 말로 ‘사회학적인 상상력’이라고 한답니다. 저는 선생님들께서 앞으로 우리가 본격적으로 다룰 ‘교육복지’의 문제도 이런 ‘사회학적 상상력’을 가지고 접근하시길 바랍니다. 이 상상력으로 교육복지 개념과 현실을 보면, 이제까지는 발견하지 못했던, 작지만 중요한 진실들을 찾아갈 수 있을 거라 믿어요.

 

첫 수업 때 말씀드렸던 것처럼, 교실은 진공의 공간이 아니기 때문에, 역동적인 권력관계가 작동하고 있습니다. 이번 수업에서 발표와 토론을 하는 과정에서도 그 권력관계가 어느 정도는 드러났다고 생각해요. ‘배려와 공존’이라는 키워드를 늘 기억하시길 바랍니다. 어떤 이야기도 가볍게 이야기할 수 있는 용기, 그러나 언제나 나보다는 ‘우리’를 떠올리는 배려와 공존의 원칙을 같이 가지고 간다면 더 재미있고 자유로운 토론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다음 수업은 ‘교육복지’ 라는 개념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어보게 될 거에요. 선생님들의 이번 수업의 텍스트와 어떻게 대화하고 오실지 궁금해요. 3분 발표 때 보여주셨던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이야기들, 꼼꼼하고 읽고 치열하게 고민하신 흔적들을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