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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인 ㅅㅇ의 장래희망은 대학생이란다. 생각해보니 나의 장래희망은 대학원생!? 박사 학위 받은 선배들 중에 아, 저렇게 살고싶다 할 정도로 의미있는 삶을 살거나 아, 저렇게만 살 수 있다면 할 정도로 재미있는 삶을 사는 사람이 없다. (교수가 된 사람들은 게을러지거나 권위적인 사람이 되고 연구원이 된 사람들은 교수가 된 사람들을 시기하거나 교수가 되기 위해 아둥바둥 하거나 정부가 시키는 쓸데없는 연구 하느라 세월을 다 보내는 것 같다. <- 이건 다 내 좁은 시야 혹은 삐뚤어진 시각으로 본 왜곡된 선배들의 현실인가?) 가만 생각해보면, 파트타임 잡 하면서, 시간 강사 하면서, 세미나 하면서, 학교 근처 동네를 배회하면서, 커피나 마시면서, 마음에 맞는 여자 친구들과 수다를 떨어가면서, 동거인과의 가난한 일상을 그냥 즐기면서, 이렇게 계속 살아가면 왜 안되는가 싶따."

오늘 오전에 위와 같이 메모를 하고, 점심 때 아래 특강에 다녀왔다.


<차별과 건강>이라니, 뭔가 주제가 재밌겠다 싶기도 했고, 장소가 연구실이랑 가까운 데다, 샌드위치랑 커피까지 준대니깐, 공짜 점심 먹으며 무슨 얘기 하나 들어볼까 싶어 간 거였는데. 이 사람 이야기 들으면서 위의 메모를 쓰면서 들었던 마음이 쵸큼 흔들렸음.

강연 내용은 나중에 정리하고, 일단은 발표자 김승섭 박사의 깨알같은 명문장 몇 개.

(차별이 왜 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치느냐는 어느 나이든 남자 교수의 질문에 대해 미국 연구를 소개하고 난 뒤) "제 연구에서 차별이 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걸 밝히고 있잖아요. 근데 차별은요, 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더라도 나쁜 거에요. 없어져야 되는 거죠, 그게 뭐 증명이 필요한 건가요?" (문장 마치자 마자 스마일)

(고용주 입장에서는 학력 차별 하려는 것 아닌데 사람들이 착각하는 거라는 요지의 경영대 대학원생의 질문에 대해) "네, 고용주 입장에서는 그럴 수도 있겠는데요... 저는 차별 받는 사람의 입장에서 이 연구를 진행했고, 지금도 그 입장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거 잖아요."

(차별에는 여러 종류와 층위가 있다는 사회학과 박사의 질문에 대해) "차별에도 여러 층위가 있지요. 합법적 차별, 불법적 차별... 한국에서 가장 대표적인 합법적 차별이 뭐죠? 호주제죠!" (대부분의 청중들 벙 찌고, 몇 명은 푸하핫)

"사회적 관계가 인간의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 하는 질문은 아주 당연한 걸로 보일 수도 있지만, 서구 근대가 정신과 몸을 분리한 이분법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일 수 있습니다."

(이 논문을 왜 썼냐는 질문에 대해) "차별과 건강에 대한 연구가 별로 없다는 걸 알고서, 어떤 연구든 해서 사람들이 이 연구를 좀 써먹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모든 사람이 링크만 클릭하면 다 읽을 수 있도록 오픈해두었습니다. 무엇보다 연구를 하는 과정이 너무 재미있었어요. 2주에 한 번씩, 해결되지 않는 문제를 가지고 공저자인 교수님 찾아가 묻고 해결하고 하는 그 과정에서 육개월동안 2편의 논문을 썼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