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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배운다는것

글쓰기

새빨간꿈 2009. 4. 16. 11:03


공부하기 좋아하는 쌍둥이자리는 논리적이긴 하지만 통찰적이지 못하다.

어릴 때 이런 저런 글짓기 대회에서 상을 받아오곤 하던 내가 '국어국문학과'에 진학하는 것은 (나와 나의 지인들에게) 꽤 당연하게 느껴졌다. 돈만 생기면 시내 서점에 가서 한두시간 고르고 골라 소설책을 사다보았던, 가난한 아버지가 고물상에서 헐값에 사오신 세로로 된 세계명작소설을 읽고 또 읽던 내가 문학도가 된다는 건 정해진 수순 같았다. 그런데 막상 대학와서 (운동권 선배들이 권유해서) 읽은 사회과학 서적들은 너무 매력적이었다. 논리적이고 논리적인 그 세계.

국어국문학과를 '겨우' 졸업하고 교육학과에 진학하던 날, 엄마는 내가 문학도이기를 포기한다는 것이 못내 아쉬우면서도 교육학이 여자에겐 어울리는 학문이라 여기며 진학을 축하해주셨던 것 같다, 아마도. 그러면서도 내내, 내가 '방송작가'가 되기를 엄마는 바라셨다. 뭔가 인생의 깊이를 아는 여자, 그 깊이를 온 백성들이 다 보는 티비 드라마로 녹여낼 줄 아는 여자가 되기를 엄마는 바랐던 것일까. 이제와 혼자 생각해봐도 엄마 마음의 밑바닥에는 잘 못닿겠다.

논리적인 글을 쓰는 것보다 이렇게 짧은 감상적인 글을 쓰는 게 더 편안한 나와 내게 문학은 남의 일이라고 도리질하는 나, 그리고 논문이나 아티클쓰기를 시작하면 이내 익숙한 트랙을 달리는 육상 선수 마냥 신나는 내가 공존하고 있다. 이 혼란 속에서도 글쓰기가, 내가 살아가는 방식 중 하나라는 건 분명하네.

화학 박사이면서 가수이자 작곡가인 조윤석 씨(루시드 폴)는 언젠가 시인이 되는 것이 꿈이란다. 나도 언젠가 내 주변 여자들(나의 엄마와 이모들, 내 친구들)의 삶의 글로 써보았으면 하는 꿈이 있다. 내가 쓰는 글이 세상에, 다른 여자들에게 힘이 된다면, 하는 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