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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가르친다는것

'과정 중'

새빨간꿈 2009. 5. 17. 16:49


출석을 위해서 들었던, 그것도 늦게 기어들어가 들었던 수업에서 만난 홍은숙 교수.  그의 수업 장면에서 아주 인상적이었던 것은 자신 이론의 한계 지점을 지적했던 한 학생의 질문에 너무나 기뻐하며 '좋은 질문'이라 웃던 그 표정이다. 완결된 지식이 아니라 성장 과정 중의 지식을 교실에 가지고 와서 함께 논의하고 그에 대한 비판과 지적을 기쁘게 듣는 것. 오래된 (남의) 이론들을 교실에서 되풀이하거나 자신과는 다른 의견을 가진 학생의 발언에 불편해하지 않는 교사는 정말 오랜만이라 반가웠다.

가끔, 조한 선생님의 홈페이지에 들르면, 그가 얼마나 교실에서 열정적인지 알겠다. 뽀송뽀송한 아이디어들을 교실에서 풀어내고 그곳을 새로운 지식을 구성하는 공간으로 만드는 과정으로서의 강의. 그의 강의를 한번도 들어본 적 없지만, 그에게서 배우고 있는 제자들이 이런 점에선 참 부럽다.

스승의 날 행사에서 한 선배는 이렇게 말했다. "논문 쓰기는 자신의 진지한 고민을 다른 학자들과 나누는 커뮤니케이션 행위라고 봐요." 논문을 실적으로 연결시키고 어떻게 하면 실적 높은 학자가 될까 아둥바둥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그 선배가 완전 빛나보였다. 논문을 심사하다보면, 논문의 완결성보다는 연구 질문에 진지하게 열중하는 모습이 더 돋보인다는 것이다. 가르치는 일도 배우는 일도 글을 쓰는 일도 모두 '과정 중'에 있다는 그것이 오히려 더 완결적인 그 무엇이다.

이번 스승의 날엔, 웃으며 꽃 드리고 박수 치고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했을 뿐만 아니라, 이런 것들을 새삼 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