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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지는 걸 보고싶어서 저녁상 대충 치워놓고 나왔는데 오늘 저녁 하늘은 구름이 가득. 서쪽 하늘이 오렌지 빛으로 조금 물들고 구름이 천천히 흘러간다. 아파트 단지 안 초등학교 운동장에는 아무도 없고 스탠드 계단에 앉으니 아직 낮의 열기가 남아있네.
아버지가 가시고 나서 아쉬운 것은 한 번도 그의 마음을 찬찬히 물어본 적이 없다는 거. 둘이 마주 앉아 조용히 이야기 나눌 시간이 없기도 했지만 그보다 난 두려웠던 것 같다. 그가 이야기할 그의 마음이 나를 아프게 할까봐. 내가 바라던 사랑과 관심이 그의 마음에 한 톨도 없을까봐. 이제 그는 없고 난 영원히 그로부터 상처조차 받을 수 없다.
이젠 나에게 소중한 사람의 마음은 용기 내어 들어보려고 한다. 설사 그게 상처를 줄 말이라 해도 그걸 소화시켜 내 마음에 남기는 건 그를 소중히 여긴 내 몫일테니.
그러고보니 내내 도망치며 살았네. 이제사 그걸 알아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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