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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필 엄청 추워진 날, 이사 중. 구년 전 늦가을 이 동네로 이사 오던 때가 떠오른다. 낯이 설은 동네에서 새 직장으로 출근을 시작했던 그 가을과 겨울의 날들. 이제 돌아보니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가버렸네.
살면서 제일 열심히 일하고 가장 많이 울고 제일 뜨겁게 사랑했던 날들이 이 동네 구석구석에 묻어있다. 세무대 운동장과 풀밭과 나무들, 정자 주변의 숲과 벤치와 내리막길, 광교산 호수와 둘렛길과 플라타너스 공원, 파장동 골목 구석구석, 위트러스트 까페와 목욕탕과 놀이터, 조원동에서 파장동까지 이어지는 언덕길, 광교산 산길과 산 아래 식당들... 걷고 자전거 타고 때로 뛰어다니며 누볐던 이 동네의 내 장소들.
아이가 돌을 갓 넘겼을 때 와서 이제 열 한 살 소년이 되는 시간동안 무탈하게 자랄 수 있는 품이 되어준 곳. 너무 힘들어서 몇 시간이고 울면서 걷거나 자전거를 타야 마음이 순해지던 날들도 있었지만 견디며 즐기며 살아갈 수 있는 터전이 되어준 곳. 왠지 여길 떠나면서 내 삶의 한 시절이 고이 접히는 것 같다. 큰 탈 없이 옮길 수 있는 것도 감사한 일.
천지신명, 일체중생과 만물에게 감사인사를 하게 되는 날. 너무너무 추운 이삿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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