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2012-, 엄마 일기

아이의 외투

새빨간꿈 2023. 12. 24. 00:13

나는 돈을 잘 못쓰는 사람이다. 비싼 거, 좋은 거 살 때마다 마음이 불편하다. 쓸 만한 물건은 오래 되어도 버리지 않고 쓰고, 디자인을 위해 쓰던 물건을 바꾸는 일은 거의 없다. 아이를 낳은 후엔 아이 옷이나 물건에도 이런 소비 습관이 적용되었다. 금새 자라기 때문에 고급스러운 옷, 비싼 옷은 사입히는 일이 드물었다. 물려받은 옷만으로도 이쁘다 하며 입힌 시절도 꽤 길다. 그런데 아이가 크니까 그게 잘 안될 때가 있다. 이젠 제법 유행도 따지고 디자인이나 스타일 면에서 다른 아이들 옷과 비교하기도 한다.

아이 옷 중에는 겨울 외투가 제일 비싸다. 방한용 패딩 점퍼는 이삽십 만원 가량도 한다. 그동안은 저가 브랜드 아동복 세일 때 십만원 미만으로 외투를 사입혔다. 재작년에 넉넉한 사이즈로 샀던 외투가 올 겨울이도 맞길래 입혔는데 며칠 전 보니깐 소매가 짤뚱하다. 몸도 자랐고 안에 여러겹 입으니 아이 몸에 비해 외투가 작아진 거다.

오늘 아이에게 성탄절 선물이라며 패딩 점퍼를 하나 사줬다. 한 마디 불평없이 짤뚱한 소매 점퍼를 입고다니던 아이에게 고맙기도 미안하기도 한 마음이 내 수준에선 엄~청 비싼 점퍼를 사게 만든 거 같다. 새 패딩 점퍼 하나로 아이가 말끔해진 것처럼 느껴지는 건 내 기분이겠지. 올겨울 내내 가볍고 따뜻하고 몸에 맞는 점퍼 입고 신나게 놀고 다니고 멋 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