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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미쿡 여행 사진 몇 개.


내 머릿 속 샌프란시스코는 언제나 태양이 비추는, 소매없는 옷을 입은 사람이 사시사철 거리를 누비는 뭐 그런 이미지였다. 그런데 샌프란에 머물렀던 이틀동안 내내 흐렸고 (떠나는 날 반짝 해가 나더군) 특히 버클리 대학에 있었던 날엔 비도 주룩주룩 내렸다. 미쿡 대학 다니는 애들은 캠퍼스 풀밭에 누워 일광욕 한다길래 나도 그래볼까 내심 기대했었는데 우산도 없이 비맞으며 우중충한 캠퍼스 구경 좀 하다가 말았다. 캠퍼스 돌아다니면서 발견한 것 하나는 이 학교 여학생들은 절대 높은 굽 구두를 신지 않는다는 것. 다리 짧고 뚱뚱한 여자애들도 다들 청바지에 운동화 아니면 플랫 슈즈 신고 다닌다. 팔십프로 이상이 맨투맨 티에 가방도 거의 백팩에 화장한 여학생은 찾아보기 힘들다. campus climate이라는 개념이 있단다. 박사과정을 이화여대로 진학한 ㅈㅇ는 거기 도서관에서 평안감의 절정을 맛보았다고 한다. campus climate을 구성하는 가장 큰 힘 중 하나는 젠더 역동일 것이다. 한국 여자 대학생들 중 대부분이 '친구 결혼식 가는 날마냥 꾸미고' 학교 다니는 풍토도 이 젠더 역동과 연결될 것이다. 여자 대학생들이 시선의 대상이 되는 한, 화장 안하고 짧은 다리 그대로 드러내며 다니기 쉽지 않겠지. 그래도 나는 좀 여학생들에게 외치고 싶기도 하다, "야들아! 핵교 댕길 땐 운동화 신어라, 나이 들어 관절병온다~!"

샌프란의 명물이라는 금문교는, 나는 뭐 그랬다. 돈과 기술만 있으면 만들 수 있는 게 '큰 다리' 아닌가. 금문교 주변 곳곳에 있는 안내문이며 기념비, 동상 등등 어디에도 금문교를 왜 만들었는지는 안나와있었다. 그냥 이 크기와 규모만 보고 한번 놀라보라, 는 것인지. 9시간 비행 시간동안 한숨도 못자고 피곤과 졸음에 가득 차 있었기 때문에 바닷 바람 쌩쌩 불고 날은 흐린 금문교 관광 내내 '얼른 보고 집에 들어가 따신 물에 샤워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가득 차 있었다.